● '짝퉁' 준불연재료 다중이용시설 유통 논란시장점유율 압도적인 A·B업체 인정서와 달리저렴한 재료로 제품 생산 연소성능시험서 전소타 업체들 "시중 제품 십중팔구 가짜 관리감독 강화해야"

문제의 제품을 채취해 연소성능시험을 벌인 결과, 사실상 전소했다.
준불연재료를 생산해 유통하는 업체가 스크린골프장, 노래방 등 이른바 다중이용시설에 가짜 제품을 납품한 것으로 드러나 큰 파장이 예상된다. 준불연재료는 불에 내성이 있는 제품으로 화재 방지 및 인명 사고를 최소화 하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다중이용시설에 의무적으로 사용돼 왔다.

문제는 해당 업체가 시장을 거의 주도하다시피 하고 있다는 데 있다. 국민 안전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데다 가짜 제품을 제값에 사는 업주나 준불연재료 업계 전체에 미치는 피해도 심각하다.

저렴한 성분 사용해 유통

소방당국은 2004년부터 다중이용시설 실내 마감자재를 준불연재료 이상의 소재를 사용토록 했다. 화재 사망사고 대부분을 차지하는 질식사고와 화재의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준불연재료는 불연재료에 준하는 방화성능을 가진 자재로 유독가스가 발생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법 개정에 맞춰 많은 실내 내장재 업체들이 준불연재료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소방제품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기준에 못 미치는 제품과 모조품이 난립하기 시작했다. 이에 소방당국은 모조품의 유통방지와 순정품 확인을 위해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 발행하는 인정서와 인정필정을 통해 시장을 관리해왔다.

문제의 A회사도 2006년과 2007년 사이 소방산업기술원에서 면과 글라스(유리), 난연제를 함유시킨 제품으로 인정서를 받았다. 그러나 A업체가 현재 시장에서 유통시키고 있는 제품들엔 면과 글라스 대신 훨씬 저렴한 레이온성분이 사용되고 있다. 인정서를 받은 내용과는 다르게 제품을 생산해 유통하고 있는 것이다. A업체 제품의 외피를 납품하는 B업체의 제품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가열시험서 전소 기준 못 미쳐

실제, 이 회사가 공급 계약을 맺은 시설에서 준불연제품을 채취해 시험을 해본 결과 적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해양부의 '건축물 내부마감재료의 난연성능기준'에 따르면 준불연재료의 기준은 연소성능시험과 가스유해성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연소성능시험의 기준은 가열시험 개시 후 10분간 총방출열량이 8MJ/㎡ 이하이며, 최대 열방출률이 10초 이상 연속으로 200kW/㎡를 초과하면 안 된다. 또 가열 후 시험체를 관통하는 방화상 유행한 균열이나 구멍, 용융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AㆍB업체의 제품은 연소성능시험에서 열방출률을 만족했지만 전소해버렸다.

이와 관련해 A업체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라벨을 받아 납품하고 있다"며 "무슨 얘기인지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다. B업체는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결국 연락이 닿지 않았다.

"관리 감독 강화해야"

가짜 제품의 가장 큰 피해자는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이다. 화재 발생 시 안전을 보장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AㆍB업체의 제품이 인터넷시장과 극장, 프랜차이즈 스크린골프장 등 문화집회시설과 국내 산업시장을 거의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다중이용시설 업주들도 피해자다. 가짜 제품의 원가는 순정품의 최고 1/3수준까지 저렴하다. 그러나 업주들은 모조품을 제값을 주고 구매해야 했다. 또 화재가 일어날 경우 확산을 통해 막대한 재산피해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업계의 손해도 만만치 않다. 업체들은 준불연재료 개발에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업체가 가짜 제품으로 시장 점유에 나서면서 금전적인 손실은 물론 개발의지마저 꺾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해당 업체들이 가짜 제품이 KFI 인정필정을 달고 버젓이 유통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업계는 소방당국의 관리감독 소홀을 이유로 들고 있다. 관할 소방서에서 육안으로는 구별이 어려운데다 현장 성능확인이 불가능한 관계로 라벨만 보고 소방허가를 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계에선 감독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중에 나도는 제품 가운데 십중팔구는 가짜 제품"이라며 "소방당국의 관리 감독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