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시중·천신일 'MB 미션' 수행하나MB 설 특별사면 박근혜와 파워게임 이면에이 전 의원 주변 수습 위해 단행했을 가능성 농후향후 행보 따라 현-차기 정권 힘겨루기 적잖이 영향 받을 듯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시중(76)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70)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31일 출소했다. 지난달 29일 이 대통령이 여야 및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설 특별사면'을 단행한데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최시중 전 위원장은 지난해 11월29일 2심에서 징역 2년6월이 선고됐지만 대법원 상고를 포기, 12월7일 형이 확정돼 특별사면(특사) 대상이 됐다. 천신일 회장도 지난해 11월30일 고등법원에서 징역 2년이 선고됐지만 상고하지 않아 지난달 초 실형이 확정돼 특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은 특사와 관련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고 했지만 박근혜 당선인은 물론, 여야 정치권과 여론은 매우 비판적이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 대변인을 통해 "부정부패와 비리관련자들에 대해 사면을 강행한 것은 국민적 지탄을 받을 것"이라며 특사 조치에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정가에서는 이번 특사 조치로 인해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의 불안한 동거가 완전히 깨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향후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 간에 사안별로 힘겨루기가 반복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MB 특사 강행 진짜 이유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그렇다면 이 대통령이 국민 여론과 차기 대통령, 그리고 여야 모두가 반대하는 특별사면을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는 이 대통령이 임기말 측근 챙기기 차원에서 무리하게 특사를 추진한 것으로 해석한다. 이와는 달리 이 대통령이 '또 다른 목적'을 위해 특사를 강행했다는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즉 이 대통령이 최시중 전 위원장과 천신일 회장에게 '특별한 임무(mission)'를 실행케 하기 위해 특사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본래 특사를 통해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을 빼내려 했지만 이것이 여의치 않자 측근인 최시중 전 위원장과 천신일 회장을 풀어주었고 이들에게 미션을 맡겼다는 해석이다.

미션과 관련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이 전 의원 주변에서는 저축은행 금품수수 외에 이 전 의원의 또 다른 '돈거래'가 있고 이것을 수습하기 위해 최 전 위원장과 천 회장이 석방됐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이는 MB정부에서 이상득 전 의원을 조기에 빼내기 위해 전력을 기울인데서도 추론할 수 있다. 지난 연말부터 이 전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빠르게 진행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간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저축은행 금품수수 혐의 등으로 지난해 7월10일 구속수감된 이래 수사에 답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말과 올 초들어 검찰 수사가 갑자기 빨라졌다. 대게 연말, 연초에는 검찰 수사가 드문데 이 전 의원에 대한 수사는 1~2주 간격으로 초스피드로 진행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법조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 임기내 재판이 확정되고 항소를 포기하면 특별사면이 가능해지는 것을 노린 '꼼수'라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특사 의지가 워낙 강해 이 전 의원에 대한 재판이 임박하면서 특사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꼼수'가 될 뻔한 이 전의원에 대한 특사는 재판부의 절묘한(?) 판결로 무산됐다. 법원은 지난달 24일 저축은행 등에서 7억5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전 의원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고, 저축은행 측에서 4억3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에게는 징역 1년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했다.

정 의원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면서 저축은행 금품수수와 관련해 정 의원과 공범적 관계에 있는 이 전의원의 범죄는 항소를 포기해도 형이 확정되지 않는다. 다시말해 이 전의원은 형 확정을 전제로 한 특사 대상이 될 수 없게 됐다. 결국 이 전 의원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특사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이 대통령은 특사 목표인 이 전 의원이 대상에서 멀어졌음에도 지난달 29일 특사를 단행, 측근인 최시중 전 위원장과 천신일 회장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했다.

최시중-이상득 구치소 밀담?

정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 구치소에 수감된 이 전의원과 최 전 위원장은 가끔씩 둘 만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두 사람이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전의원이 출소할 경우 긴급하게 처리할 일로 전해지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출소한 최 전 위원장과 천 회장은 이 전 의원이 긴급하게 처리할 일을 대신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긴급한 일'의 실체는 아직 알려진 바 없으나 이 전의원이 저축은행 사건을 비롯해 각종 이권과 관련된 사업에 이름이 오르내린 것에 비춰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온다.

때문에 최 전 위원장과 천 회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이 대통령의 편법적 특사로 출소했고, 이 전 의원의 일이 불법적일 수도 있다는 전제에서 소임(?)을 다한 뒤 재구속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과연 최 전 위원장과 천 회장이 소임을 다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특사를 강력하게 반대한데다 두 사람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비등하기 때문이다.

결국 두 사람의 거취는 이 대통령의 영향력과 차기 대통령인 박 당선인의 파워에 적잖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2월25일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의 힘겨루기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