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17명 대상 4억원 갈취

재벌 2세, 신학생 등을 사칭하며 여성 17명을 농락하고 억대의 돈을 뜯은 30대가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대구지검 형사2부(이흥락 부장검사)는 지난 21일 홍모(30)씨를 사기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의 사기 행각은 경찰이 여러 가지 사기사건 가운데 1건을 '무혐의'로 송치했는데, 이를 검찰이 다시 수사해 여죄 등을 밝혀내면서 덜미를 잡혔다.

검찰에 따르면 홍씨는 재벌그룹 회장 아들이고 서울 서초구에 빌딩도 있다거나 췌장암을 앓고 있어 6개월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는 말로 여성들을 농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3월 경남에 사는 30대 여교사인 A(38)씨는 스마트폰 SNS를 통해 홍씨를 알게 됐다. 그는 A씨에게 "내 돈을 보지 않는 여성과 죽기 전에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다"며 만날 것을 제안했다. 첫 만남에서 말쑥한 옷차림에 명품시계를 착용하고, 자신의 아버지라는 재벌그룹 회장의 당시 근황까지 이야기하는 홍씨의 말에 A씨는 그가 진짜 재벌 2세라고 믿었다.

그러나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홍씨의 태도는 돌변했고 A씨에게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홍씨는 만남 초반에 귀금속 선물로 환심을 산 후 각종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하기 시작하는 수법으로 돈을 갈취했다. 심지어 술값, 카드비 등 갖가지 명목으로 돈을 뜯었다.

홍씨의 계속되는 요구에 A씨가 내심 못 마땅해 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는 "곧 10억원을 주겠다", "네게 건물을 선물하려고 60억원을 마련했다"는 식으로 여심을 달랬다.

시한부 생명이라던 홍씨가 시간이 흘러 6개월이 지났는데도 멀쩡하자 A씨는 의심하기 시작했다. A씨가 홍씨를 추궁하자 홍씨는 오히려 협박까지 하며 돈을 뜯기 시작했다. 이런 수법으로 A씨가 8개월 동안 홍씨에게 뜯긴 돈은 무려 2억2,000여만원에 이른다.

홍씨의 기막힌 행각은 더 있다. 홍씨는 올초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B(30ㆍ여)씨에게 "신학생이다"라며 접근해 같은 수법으로 돈을 뜯는 등 무려 17명의 여성에게서 4억여원을 갈취했다.

검찰 관계자는 "돈을 뜯긴 일부 피해자는 파산 지경에 이르렀고, 자살 충동을 느낄 만큼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겪었다"며 "홍씨 휴대전화에 젊은 여성 40여명의 전화번호가 더 있는 것으로 미뤄 여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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