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갤러리 담 '박진홍전'

얼굴
2000년 첫 전시 이후 이번 11번째 전시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자화상 작업을 해오고 있는 박홍진 작가의 작품에는 자아를 향한 실존(實存)적 고뇌가 무게 있게 담겨 있다. 작가 자신의 존재방식과 의미를 찾으려는 긴 성찰의 과정이 그대로 작품에 투영된 것이다.

이를 상징하듯 작가의 자화상에는 명확한 의 모습이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어두운 심연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이 아주 두텁게 덧칠하거나 긁어낸 자국에서 선연하게 느껴진다. 막 그어 댄듯한 자화상에는 형상 안에 형상이, 색 안에 색이 미묘하게 똬리를 틀고 있다. 이런 중층적 화면은 그리고 나면 만족도가 떨어져 그리고 긁어내기를 반복한 결과로 작가의 실존을 향한 열망의 방법적 모색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즉흥과 조율이 함께한다. 또한 반복과 흔적을 삭제하거나 은폐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가지고 가는, 그래서 흔적을 통해 형상을 구축해간다. 이는 "내가 가진 지극한 실존이며 결정되어지지 않은 많은 실존들로 하여금 현시대에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작가의 작업관이 반영된 것이다.

의식과 무의식의 심연에 있는 자아를 바라다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관람객에게도 즐거운 성찰의 시간이 될 것이다. 02-738-2745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