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갤러리 '장-미셸 바스키아전'80년대 미국 팝아트의 문화 부흥기 사회상 반추흑인 영웅·해부학 등 시적이고 상징적 문구

DESMOND.1984
21세기 미국 미술의 '검은 피카소'라 불리는 '장-미셸 바스키아 (Jean-Michel Basquiat) 전'이 국제갤러리에서 3월31일까지 열린다. 2006년 국제갤러리 전시 후 7년 만에 열리는 두 번째 개인전에서는 80년대 미국 팝 아트의 문화적 부흥에 따른 당시의 사회상을 반추한다.

작품 주제는 자전적 이야기, 흑인 영웅, 만화, 해부학, 낙서, 인종주의, 죽음과 관련한 바스키아만의 시적이고 상징적인 문구로 구성됐다. 이와 같은 주제들은 때때로 경계가 불분명하며 복합적이지만 작품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기호, 문자, 인물, 등의 암시를 통해 시대적 하위문화의 정치적이고 자전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

바스키아의 1~4m 대작들은 얼핏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의 낙서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의 치열했던 삶과 당대의 시대상이 오롯이 드러난다.

흑인으로서 인종차별을 경험하며 자란 바스키아는 그러한 시대와 삶을 독특한 상징과 역설, 뒤틀림으로 다양한 작품에 녹여내 모순된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가령 'SAMO'라는 표기는 바스키아가 뉴욕 도시를 돌며 낙서미술을 행할 때 쓰던 이름으로 비주류의 정서와 문화를 대변한다. 또한 존경과 찬미를 나타내는 왕관을 그려넣거나 © 라는 공증 기호를 사용해 흑인 영웅들을 묘사함으로써 동시대 흑인 인물과 그에 관련된 정치적 사회적 사건의 모순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다양한 해부학의 도상들이 그려진 이미지들은 바스키아가 7살 때 교통사고로 비장을 들어내야 했던 시절 다양한 해부학 서적들을 탐독한 데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1981년작 '무제 Untitled'에서 붉은 십자가의 구급차와 비행기들이 마치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묘사된 것이나 1982년작 '무제(손의 해부)'등은 어린시절 교통사고와 수술에 대한 암시를 나타낸다.

Untitled.1982
또한 'AAAAA'라는 반복적인 이니셜은 구급차의 사이렌소리와 바스키아의 첫 번째 영웅인 흑인야구선수 행크 아론의 성 'Aaron'의 첫 글자의 의미도 포함된 것으로 전통적인 미술언어에 구애 받지 않은 바스키아만의 독자적인 작품언어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짧은 생애(1960∼1988)에도 불구하고 광기 어리고 열정적인 작업을 통해 동시대의 중요한 작품 세계를 구축, 시대를 넘는 울림을 전하는 바스키아의 진면모를 볼 수 있는 기회이다. 02-735-8449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