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대사가 세운 천년 고찰쾌청한 날엔 인천 앞바다 보이고'안양 제1경' 멋들어진 해넘이 장관
그후 은혜를 갚기 위해 선원들이 망해암을 찾았으나 그 승려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상심하여 법당으로 들어선 선원들은 그곳에 모셔진 불상의 용모가 승려와 닮은 것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에 선원들은 임금에게 자초지종을 상세하게 적은 상소를 올렸으며, 이를 가상하게 여긴 세종은 해마다 공양미 한 섬씩을 불전에 올리라고 명했다.
이러한 전설을 간직한 망해암은 화성 용주사의 말사로 관악산의 지맥인 비봉산 정상 아래에 들어서 있다. <봉은사 말사지>에 따르면 655년(신라 문무왕 5)에 원효대사가 처음으로 미륵불을 봉안하고 망해암이라고 이름 붙였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또한 조선 영조 때 신경준이 지은 <가람고>에도 기록되어 있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1407년(태종 7)에 왕명으로 중수하고 1803년(순조 3)에는 정조의 모친인 홍대비가 중건했으며 1863년(철종 14)에 대연화상이 다시 중수했다. 그러다가 한국전쟁으로 완전히 폐사되자 승려 유청봉이 용화전, 삼성각, 요사채 등을 재건하고 사적비를 세우는 등 사찰을 새롭게 정비했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용화전, 천불전, 삼성각, 대방(종무소 겸 요사채) 등이 있다.
전통사찰로 지정된 아담한 암자
망해암 용화전에는 석조여래입상과 석조여래좌상이 봉안되어 있다. 망해암 석조여래입상은 석가모니가 열반에 든 뒤 56억7000만 년이 지나 사바세계에 출현하여 중생을 구제한다는 미래의 부처인 미륵불이다. 높이 2.4미터로 전체적으로 사각형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으며, 머리에 보개(寶蓋:덮개의 일종)가 얹혀 있고, 무릎 아래 부분은 마루 밑에 묻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얼굴의 양 볼에 살이 빠져 있고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으며, 코와 입은 도톰하고 귓불은 길게 늘어져 있다. 법의는 양 어깨를 모두 덮은 통견으로 굵은 U자형의 옷자락선이 조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보개 아래쪽에 새겨진 명문을 통해 1479년(성종 10)에 조성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 안정된 용모는 당시의 시대적인 유형을 살피는 자료로 평가받는다.
석조여래입상 옆에 있는 석조여래좌상은 무릎 위쪽으로 회를 칠한 뒤 채색한 모습으로 전체 높이는 75㎝에 불과하다. 얼굴의 양 볼에 살이 빠져 있으며 눈은 옆으로 길게 늘어져 있고 코와 입은 작게 표현되었다. 법의는 통견으로 가슴 부분에 V자형으로 주름이 표현되었다. 전체적인 비례가 맞지 않고, 조각 기법이 간략하고 투박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조선 후기나 말기에 조성된 민불(民佛)로 추정된다.
안양 제1경으로 꼽히는 망해암 일몰
망해암 뒤쪽 언덕 위의 솔밭 사이로 목재 일몰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 오르면 안양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일 뿐만 아니라 맑은 날에는 멀리 서해바다까지 볼 수 있어, 멋들어진 해넘이와 낙조의 장관을 감상하려는 탐방객과 사진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다. 수도권에서 망해암만큼 운치 있는 일몰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은 드물 것이다.
저녁노을이 물러간 뒤라고 해도 자리를 뜰 필요는 없다. 해가 지고 주위가 어두컴컴해지면 멀리 희미하게 중첩되는 산을 배경으로 환하게 불이 켜진 안양 시내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인근 대림대학교에서 망해암으로 오르내리는 길은 산악자전거(MTB) 동호인들의 라이딩 코스로도 사랑받는다.
■ 찾아가는 길
경수대로를 달리다가 대림대학교-임곡로-임곡중학교-보덕사를 거친다.
■ 맛있는 집
안양시 비산동 미륭아파트 맞은편에 있는 이조성쑥돌밥설렁탕(031-386-9966)은 설렁탕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우선 쑥을 갈아서 보리쌀과 현미가루를 반죽해 빚은 쑥떡을 얹고 대추로 장식한 돌솥밥이 특이하다. 사골을 24시간 푹 고아 뽀얗게 우려낸 진국 탕 맛도 군내 없이 담백하니 일품이다. 소머리국밥을 업그레이드한 돌밥우두탕, 수삼과 한약재를 넣어 격식 있게 끓여낸 육개장인 이조육탕, 갈비찜과 꼬리찜, 갈비탕도 인기 있다. 육류를 꺼리는 손님을 위해 모시조개탕인 이조모시탕을 내는 등 섬세하게 배려하고 있다. 또한 모든 밥은 즉석에서 돌솥에 지어내 구수하고 신선한 맛을 더해준다. 곰삭힌 젓갈 및 풋고추와 당근을 된장과 함께 내놓는 등 밑반찬에도 신경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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