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세청, 대기업 전방위 압박하는 진짜 이유'대기업 저승사자' 조사4국 나서 4대강 참여기업·MB시절특혜 기업들 다수 대상에 '단순한 정기세무조사 아닐듯…' 재계 바짝 긴장

최근 재계에 불어닥친 국세청의 칼바람이 매섭다. 국세청은 새정부 출범을 전후로 다수의 기업에 동시다발적인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사에 나선 건 '대기업 저승사자'로 통하는 '조사4국'. 당연히 조사 기간과 강도가 여느 때와 다를 수밖에 없다. 대상에 오른 기업들이 바짝 엎드려 긴장하고 있는 이유다.

국세청의 이런 행보를 두고 경제민주화 기조 확립이나 세수 확보 차원이라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재계는 또 다른 배경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연관된 기업을 겨냥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국세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기업 대부분이 MB정부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KT&Gㆍ서희건설ㆍE1 조사

먼저 국내 담배제조사 1위 업체인 KT&G가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6일 KT&G에 탈세혐의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서울국세청 조사4국 정예 요원들을 대거 투입해 정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국세청은 KT&G가 민영화 이후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계열사 확장을 통한 사업 다각화 문제를 중심으로 담배 등 수매ㆍ수출과정에서 역외 탈세 혐의, 비자금 조성 문제 등 다양한 각도에서 심층적인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전날인 지난 5일에는 서희건설에 국세청 직원들이 들이닥쳤다. 서희건설이 세무조사와 관련된 언급을 꺼리고 있어 자세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조사가 아무런 예고 없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특별세무조사 성격인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국세청은 서희건설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의 탈루 혐의 등을 집중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하루 전인 지난 4일엔 LS그룹의 핵심계열사인 E1에 대한 세무조사가 시작됐다. 이날 조사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소속 요원들이 투입됐다. 국세청은 오는 7월 초까지 4개월간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롯데ㆍ코오롱ㆍGS칼텍스도 대상

앞서 지난달 22일엔 호텔롯데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호텔롯데에 대한 조사에는 국제거래조사국 소속 조사요원 30여명이 투입됐다. 국제거래조사국은 외국계 기업에 대한 특별세무조사 기능까지 수행할 수 있는 부서라는 점에서 정기세무조사는 아닐 것이란 얘기가 많다.

지난 1월23일부터는 코오롱그룹의 건설분야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심층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조사3국 정예 조사요원들이 투입됐다는 점에서 업계는 조세포탈 혐의를 캐내기 위한 심층세무조사 성격으로 보고 있다.

GS그룹 주력계열사인 GS칼텍스도 지난해 9월부터 서울국세청 조사4국으로부터 특별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오는 5월까지 무려 9개월간의 장기일정이다. 통상 국세청 장기 조사가 6개월을 넘기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MB정부 특혜기업 털기?

기업들 대부분은 정기세무조사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을 전후로 마치 기다렸다는 듯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표면적으론 박근혜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경제민주화 기조나 공약 실현을 위한 세수확보 차원에서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이런 이유에서만이 아니리란 게 재계의 공통된 견해다.

일각에선 이 전 대통령과 연결고리가 있는 기업들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국세청의 칼바람을 맞고 있는 기업들 대부분이 MB정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그룹은 'MB정부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잠실 제2롯데월드의 건축허가건이 대표적인 예다. 국방부의 강력한 반대에 14∼16대 정부에서 엄두도 못 내던 이 사업은 "긍정적으로 검토하라"는 MB정부의 한마디에 일사천리로 진행된 바 있다.

GS그룹과 LS그룹 역시 MB정부의 특혜를 톡톡히 누린 기업으로 분류된다. GS그룹은 2008년 초 54개에 불과했던 계열사가 77개로 23개 증가했고, LS그룹은 22개에서 50개로 무려 28개 증가했기 때문이다.

서희건설과 코오롱글로벌은 MB정부의 최대 숙원사업인 4대강 사업에 참여했다. 특히 코오롱글로벌의 경우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이자 코오롱 CEO 출신인 이상득 전 의원이 이 회사로부터 1억5,000만원의 정치자금을 받고 구속됐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KT&G의 경우 최근 연임이 결정된 민영진 KT&G 사장이 이 전 대통령의 처사촌인 김재홍 전 KT&G복지재단 이사장에게 수백억원대의 청주공장을 밀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기에 'MB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1실장 친인척의 광고사에 90억원대 광고를 몰아준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MB정부 특혜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들에 대한 새 정부의 사정이 시작된 것 아니겠느냐"며 "조사를 받고 있는 기업들은 물론 받지 않는 기업들도 언제 대상에 오를지 노심초사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