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 15년차 아이돌 그룹 신화최장수의 힘은 양보·배려개인활동 하면서도 '나'보단 '우리' 먼저 생각팬클럽 '신화창조'도 맹목적인 사랑보단 조언

/연합뉴스
생각해보면 유지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정상에서 삐끗하면 나락이고, 운이 좋으면 천상을 맛보는 일도 꿈꿀 수 있다. 1%의 운보다 101%의 열정에 기대고, 만족대신 긴장할 줄 아는 노력의 힘이 정상을 유지하는 길일 터다. 그 쉽지 않은 과정을 알기에 우리는 그리고 이들 스스로도 신화를 '전설'이라 부르는 듯하다. 올해로 데뷔 15년차. 지난해 신화로 컴백하고 '15'라는 숫자를 단독콘서트로 기념한 이들은 최근 '더 레전드 컨티뉴스(THE LEGEND CONTINUES)'를 개최했다. 무섭지 않나. 전설(Legend)이라는 대단한 정상의 위치를 이어가겠다(Continues)는 그 '유지의 의지'가.

▲팀워크는 공기와 같은 것

최장수 아이돌그룹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신화는 "팀워크"라는 당연한 대답을 내놨다. 최근 신화의 콘서트 포스터 사진을 촬영한 조선희 작가가 트위터에 적은 대로 "신화가 오래가는 힘은 양보와 배려"라는 것이다.

신화에게도 하루라도 안 부딪히는 일이 없을 만큼 혈기왕성했던 20대 시절이 있었다. "크고 작은 갈등이 왜 없었겠나." 다시 화합할 수 있었던 건 신화라는 전체를 생각하는 "기특한 마음" 때문이었다. "멤버들의 트러블을 풀어준" 리더 에릭이나 "대인배처럼 모든 걸 이해하는" 이민우나 "멤버들이 침울해 있을 때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는" 김동완 등 서로가 서로에게 완벽한 보완제로 작용한 게 지금의 신화를 만들었다. 에릭은 "당장의 득실만 따지면 팀보다 나를 생각하기 마련이겠지만 팀워크를 공기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화가 설명한 팀워크는 이제 막 데뷔한 아이돌그룹에겐 산 증언과도 같은 교훈이다. 신화가 활동한 당시의 가요계와 비교했을 때 요즘은 경쟁할 팀도 소화해야 할 일정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음원차트처럼 아무도 모르는 사이 데뷔했다가 사라지는 팀도 많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요즘 아이돌그룹이 강조하는 것도 팀 관리다. 일주일에 한 번씩 대화하는 시간을 정해놓거나 룸메이트를 정기적으로 바꾸는 등의 노력은 오래 함께 가기 위한 첫 걸음이다. 한 아이돌그룹의 리더는 스포츠한국에 "우리도 바쁜 일정 속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감정 때문에 마음 상하는 일이 많다"며 "초반에만 힘들지 궤도에 오른 다음부터는 눈빛만 봐도 통하는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신화 선배를 보며 느낀다"고 말했다.

▲先신화 後개인 원칙 지켜

전설이라 하면 옛 명성에 젖어있는 느낌을 주지만 신화는 요즘 아이돌그룹 못지 않은 개인활동도 왕성하다. 이민우와 신혜성은 팀에서는 발산하지 못한 매력을 솔로활동으로 보여줬다. 에릭과 김동완은 배우로서 입지를 굳혔고 전진과 앤디는 각각 MBC '무한도전'과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재조명됐다.

멤버 별로 균형이 잡힌 '따로 또 같이'의 활동을 보여주는 그룹이라는 데서 신화의 내공을 또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오죽하면 이들만 가지고 웃고 즐기는 프로그램(종합편성채널 JTBC '신화방송')이 생겼겠나.

그 비결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신화는 데뷔 후 몇 년이 지나 2004년 방송 3사 가요대상을 휩쓸었던 때를 기점으로 개인활동에 집중했다. 신화컴퍼니의 한 관계자는 "당시엔 지금처럼 '연기돌'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개인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했다"며 "'선 신화 후 OO'이라는 당연한 원칙을 지킨 덕에 더 좋은 기회를 잡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요즘 가요계에서는 팀의 이름이 알려지기 전부터 개별활동에 집중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워낙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다. 한 사람 혹은 몇몇 사람이 얻는 대중적 인지도가 팀의 인기로 이어지는 결과는 종종 목격됐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과정에서도 분명히 잡아야 할 중심은 '본연의 활동'이라고 강조한다. 한 가요기획사의 대표는 "데뷔가 너무 쉽고 빨라진 시장 때문에 대중의 반응도 단기간 내 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개별활동도 병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세월이 아무리 변했다 해도 신화가 보여주는 본연의 꿈을 향해 끝까지 달려가려는 의지는 요즘 아이돌그룹이 배워야 할 자세"라고 강조했다.

▲변치 않는 신화만의 색깔

데뷔 15년차의 신화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팬덤이다. "이젠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공연장을 오더라"는 신화의 말처럼 10여 년 전 '소녀 팬'들은 이제 한 가정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가 됐다.

신화의 공식팬클럽 이름인 '신화창조'. 최근 단독콘서트에서 보여준 이들의 결속력은 요즘 아이돌그룹의 팬덤 못지 않았다. 지금의 공고한 신화를 '창조'한 그야말로 공신다웠다.

신화컴퍼니의 한 관계자는 "우리 팬들은 타 그룹과 달리 맹목적인 사랑을 보여주지는 않았다"며 "애정의 범위 안에서 이건 맞다, 저건 틀리다, 확실한 조언을 건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 부분을 멤버들이 적극 수용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신뢰가 깊은 스타와 팬의 관계를 맺게 된 것 같다"면서 "신화창조가 느끼는 자부심은 대단하다"고 덧붙였다.

사실 팬들에게 '신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존심'을 세워준 건 신화의 노력 덕이었다. 데뷔곡 '해결사'부터 지난해 발표한 정규 10집 타이틀곡 '비너스(VENUS)'까지. 한 번의 발라드 곡 타이틀(2006)을 제외하곤 트레이드 마크인 격렬한 칼군무 퍼포먼스를 포기하지 않았다. "아저씨처럼 보이면 안 된다" "콧수염 자국도 안 나게 관리하자" 등 우스갯소리 같던 각오가 평균연령 35세의 신화를 여전히 '아이돌'로 보게 만드는 비결이다.

'신화방송'으로 1년 넘게 이들을 지켜본 JTBC의 한 관계자는 "가끔 게스트로 요즘 아이돌가수들이 섭외되면 신화의 체력이나 정신연령이 얼마나 젊은지 실감하게 된다"며 "저렇게 노력하는 모습 때문에 15년의 팬덤도 건강하게 성장한 것 같다"고 밝혔다.



강민정기자 eldol@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