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의 그리스 문명 답사기 '그리스 인생 학교'인생의 질문 16가지 안고 아토스산에서 트로이까지발로 뛴 생생한 현장에서 예리한 통찰·고백 담아

영화 '트로이'(2004) 제작사가 기증한 트로이의 목마가 차낙칼레 시 해변 공원에 전시돼 있다. '그리스 인생 학교'에 수록된 사진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 전쟁은 세 여신의 미모 다툼으로 벌어진 전쟁이라고 한다. 제우스의 아내이자 '결혼과 출산을 지배하는 신' 헤라와 '지혜의 여신' 아테나,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싸움을 벌인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신의 것'이라고 새겨진 황금사과 때문에. 황금사과는 아프로디테의 차지가 되고, 이때 한 약속이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란다.

그리스 신화는 흥미롭다. 이야기도 많고 책들도 쏟아져 나온다.

"종교적 진리는 철학적 의문에 답해야 하고, 말뿐인 깨달음은 자비의 실천으로 나타나야 하며, 영성은 합리적 지성과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한 사람이 그리스로 향했다. "지혜의 선구자들을 품었던 그리스는 헉헉거리던 숨을 돌려 쉬며 생각을 전환하는 데 최적의 장소"라며. '세상은 다 그렇고 그런 것'이고 '인생은 원래 다 그렇게 사는 것'이라는 강요에 항거하며 의문에 찬 질문을 던진 사람들이 있었던 그 곳으로 떠났다.

종교분야 전문기자 조현의 '그리스 인생 학교'는 기존의 그리스 신화와 관련된 책들과 다르다. 직접 발로 뛰고 몸으로 부딪치며 현장을 생생하게 담은 답사기다.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고민해 보았을 인생에 대한 질문 16가지를 던지며 문명지 여행자로서 그리스 신화와 철학을 이야기한다.

'나는 과연 버려야 할 것을 버렸는가?'라고 묻는 1장은 '금욕의 나라, 아토스 산'에 대한 답사다. 그리스 북서부에 위치한 바다와 절벽이 맞닿은 금녀의 땅에서 세속적 욕망을 버린 수도자의 삶을 따라 걷는다.

철학의 본고장인 아테네에 대해 소개하며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처럼 '당신은 당신 자신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라고 자문하고, '천재 지식인들의 섬, 사모스'에서 '우리는 지금 어디에서 길을 잃었는가?'를 묻는다. '신과 전사들의 무대, 트로이'에 이르러서는 '우리의 삶을 무너뜨리는 트로이의 목마는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에 직면한다.

이 책은 그리스 신화와 철학이 어렵다고 느끼는 독자들에게는 새로운 체험이 될 듯싶다. 아토스 산에서 트로이까지, 저자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하다보면 자신의 삶을 자연스럽게 되돌아보게 한다. 그리스 신화와 철학도 배우게 된다. 문명의 현장을 담은 사진은 덤이다.

저자는 "이방인에게 사랑과 지혜를 나눠주는 그리스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아름다운 설산과 짙푸른 에게 해, 곳곳에 신화와 철학자의 흔적을 갖고 있는 섬들, 대리석 신전이 어우러진 풍경 등은 축복의 땅이란 찬사를 멈출 수 없게 했다"고 회상한다.

이해인 수녀는 "이 책은 우리가 여행길에서 무엇을 보든, 누구를 만나든 배울 점이 많은 '인생 학교'의 학생임을 새롭게 일깨워줍니다. 과거의 역사적인 사건들도 우리가 사는 시대에 비추어 재해석하는 저자의 예리한 통찰과 체험적인 고백이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이 특별한 기행 에세이와 함께 그리스를 여행하는 순례자가 되어보십시오"라고 추천했다.

저자는 한겨레신문사에서 종교분야 전문기자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인도오지기행' '울림' '은둔' '하늘이 감춘 땅' 등이 있다. 2010년에 한국출판인회의 선정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뽑혔다. 한겨레출판 펴냄. 1만6,000원.



정용운기자 sadzoo@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