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 非朴의 반격 시작됐다남경필·조해진·김용태 등… "대통령 인사 방식 문제" 직격탄 쏘며 파상 공세5월 원내대표 경선 대비… 세 결집 위해 목소리 높여

남경필
새누리당 비박 진영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지난 대선을 거치며 당내 친박 주류들에 가려 당 한쪽으로 밀려나 있었던 이들이 최근 들어 서서히 제목소리를 내면서 꿈틀대는 분위기다.

물론 아직은 정권 초반 박근혜 대통령의 서슬 퍼런 리더십이 여권 전체를 압도하고 있는 편이지만 일부 공직자들의 인선 실패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도 불만이 제기되자 비박 진영에서는 반발성 발언을 공개적으로 표출하면서 세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이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김학의 법무부 차관 낙마에 이어 각종 의혹을 받고 있던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3월 25일 전격 자진 사퇴한 것이 신호탄이 됐다.

먼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나섰다.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잇단 공직후보자의 사퇴와 관련해 "제도 개선은 물론, 필요하다면 관계자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도 있어야 한다"면서 "공직 후보자도 스스로 결함이 많다고 생각하면 수용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친박계인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수위를 더 높였다. 이 대변인은 "도대체 인사검증을 어떻게 했길래 자고 나면 공직 후보자가 사퇴하는 것이냐"면서 "청와대는 반성해야 하고 줄 사퇴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 허술한 시스템을 시정해 강화하는 한편, 부실검증에 책임이 있는 관계자들을 문책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내부 반란까지는 아니지만 새 정부 초기 긴밀할 수밖에 없는 역대 당청 관계로 보면 이례적인 일이다.

조해진
친박계가 청와대의 일방통행 식 정국 운영에 불만을 토로하자, 그간 발언을 자제해오던 비박 진영들이 나섰다. 호기를 맞았다는 판단이다.

친박계 인사들은 청와대 검증라인의 문책론을 제기하면서도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직접 비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비박 진영 인사들은 일제히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 문제점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러면서 무기력으로 일관한 황우여 대표 등 당 지도부도 함께 거론했다.

이들 비박 진영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데에는 5월초 있을 원내대표 경선도 한 이유가 된다. 친박계 후보에 맞서 비박 진영이 단일 후보를 내 표 대결을 해보자는 심산이다.

지난 정권에서 여당이 다수의 친이계와 소수의 친박계로 구분돼 움직였다면 이번 정권은 절대 다수의 친박계에 맞서 극소수의 비박 진영이 힘겨운 정치 게임을 벌이는 형국이다.

'여당 내 야당'을 자임하면서 정치적 입지를 넓히려 하는 비박 인사들의 행보에 시선이 모아진다.

김용태
非朴들의 박 대통령 공격

소장파 리더격인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에서 "검증팀 무능이냐, 참모들의 문제냐를 떠나 일단 박 대통령이 인사하는 방식을 바꿔주는 것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대통령이 직접 인사를 하고 그것을 위에서 내려주는 방식이라면 검증팀의 무능은 둘째 문제가 될 것"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혼자 인선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동의를 얻고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옛 친이계인 의원은 25일부터 사흘 연속 박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조 의원은 "인사검증시스템도 문제이고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도 문제"라며 "복수의 인재를 추천 받아 낙점하거나 검증하는 게 아니라 딱 한 명을 지명해 내려 보내면 사실상 임명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민정수석실이 임명을 뒤집는 검증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또 "청와대 인사위원회가 유명무실한 상태에 있다"며 "문제가 있다 싶을 때 고언과 직언을 통해 바로 잡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원은 "단수로 후보를 내정하면 흠결이 보이더라도 내정 취소를 건의하기 어렵다"며 인사시스템의 근본적 개선을 주장했고, 이철우 원내대변인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조차 확인이 안됐다면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기현
청와대가 당 지도부의 입을 막고 있다는 불만도 흘러 나왔다. 한 관계자는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가 지난 21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최고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김병관 후보자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이 결정하기 전에 공개적 의견표명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면서 "이 때문에 최고위원들이 입을 꽉 닫았던 것"이라고 전했다.

친박계 이경재 전 의원을 방송통신위원장에 내정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한 의원은 "친박 인사를 내정하면 어차피 욕을 먹을 건데, 친박을 기용하려면 좀 제대로 된 친박을 기용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털어놨다.

이들 비박 진영 의원들은 청와대 비판에 그치지 않고 당의 문제도 지적했다. 청와대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당청 관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와 관련 조 의원은 "(쓴소리를 거듭하는 것은) 박근혜정부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면서 "정권이 잘할 때는 적극 협조하고 잘못할 때는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여당의 존재 이유"라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경선서 한판 승부

'친박계 빅매치'로 흘러갈 것 같던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도 이 같은 분위기에 따라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밝힌 친박계 4선인 이주영 의원과 3선인 최경환 의원과 더불어 비박 진영 5선인 의원과 3선인 의원이 출마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남 의원은 26일 한 라디오에서 경선 출마 여부에 대해 "새로운 리더십의 방향이 청와대와 긴장관계가 필요하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해석에 따라 나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질문에 "사실 제 마음이 그렇다"고 말해 사실상 출마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

김 의원도 원내대표 경선 출마와 관련, "해야 할 역할이 있는지 없는지 또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고민해 보고 나중에 판단하겠다"고 긍정 검토 입장을 밝혔다.

비박 진영 의원들이 출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은 최근 정부조직법 개정과 인사파동을 겪으면서 청와대에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존재감 있는 집권 여당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대 비박' 대결 구도 조짐이 나타나면서 비박 진영에서는 자연스레 후보 단일화 전망이 나온다. 친박계 이주영, 최경환 의원이 모두 적잖은 세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비박 후보들이 단일화해 3자구도로 갈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남 의원과 김 의원은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에서 각각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이 '친박2 비박1'의 3각 구도로 가면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며 "이 경우 비박 진영의 교통정리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물론 친박계 두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 의원과 최 의원의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 후보로 거론되는 3선의 홍문종 의원이 친박계 단일화를 위해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친박계 내부에서는 승패여부를 떠나 한 집안 식구끼리 표 대결을 하며 싸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정국 운영에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들고 있다. 친박계 두 후보가 단일화할 경우 5월초 열리는 원내대표 경선은 싱거운 게임이 될 공산이 크다.

김무성 vs 이재오 구도 재현?

비박 진영이 세 형성 움직임을 서서히 보이고 있지만 친박계는 이번 4ㆍ24 재보선을 가장 염두에 두고 있다. 김무성 전 원내대표와 이완구 전 충남지사가 각각 부산 영도와 충남 부여ㆍ청양에서 당선돼 여의도로 재입성할 경우 여권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친박계는 다수의 전ㆍ현직 의원들이 지도부를 차지하고 있지만 딱히 좌장 격을 꼽을 만한 다선 중진 의원이 없는 편이다.

오히려 비박 진영에는 대선 후보 급으로 7선의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가 있고 좌장격으로 5선의 이재오 의원도 건재하다. 여기에다 차기 주자로 꼽히는 김태호 의원과 원희룡 전 의원이 있고, 아직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는 있지만 외곽에서 꿈을 키우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비박 진영으로 분류된다. 이를 놓고 보면 다수의 친박계에 비해 비박 진영이 흥행 붐을 일으킬만한 스타급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비해 친박계는 숫자만 많지 내부적으로 체계가 잡히지 않았다는 분석이 많다. 중심적 인물보다 비슷비슷한 역량을 가진 중견급이 많다 보니 '친박호'를 책임지고 리드할 선장이 없다는 지적이 늘 나왔다. 때문에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김무성 전 원내대표를 긴급 수혈해 선대위 총본부장을 맡기는 등의 처방을 동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재보선에서 김 전 원내대표가 당선된다면 그가 친박계의 좌장역으로 컴백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 전 원내대표가 친박 중심으로 자리잡을 경우 현재 비박 진영의 좌장역을 자임하는 이재오 의원과는 또다시 대척점에서 서는 상황을 맞는다. 둘은 예전 한나라당 시절 원내대표 경선에서 맞붙었고 당시에는 이재오 의원이 판정승을 거뒀다.

또 이한구 전 지사도 당선 여부도 친박계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가 여의도에 돌아오면 단번에 대선 주자급으로 몸값이 격상될 수 있다. 충청권 주자로는 현재 이인제, 정우택 의원 등이 있어 강창희 국회의장을 포함해 당내 충청발 바람을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친박계에서도 적잖은 후보군을 보유하는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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