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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성접대 수사 역풍' 맞나

● 실체 확인 못한 채 '지지부진'… 졸속 마무리 땐 후폭풍 거셀 듯
동영상 화질 증거능력 잃고, 핵심 증인 진술도 오락가락
계좌추적 압수수색도 안해
대가성 특혜조사 진척 없어… 리스트 언급 인사 피해 심각
검찰 의식한 무리수 지적도
고위층 성접대 의혹을 수사하던 경찰이 벼랑 끝에 몰렸다.

수사 중간중간 발표 때마다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이렇다 할 진척이 없어서다. 칼자루를 쥔 경찰이 되레 칼날을 쥘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경찰은 수사의 핵심인 대가성 여부는 물론, 증거로 내세운 동영상에 등장한 인물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으로 특정 짓지도 못했다.

경찰이 성접대 실체를 확인하지 못한 채 수사가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 그럴 경우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차관 등 성접대 리스트에 등장한 유력 인사들이 '인격살인'에 가까운 명예훼손을 당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번 수사가 졸속으로 마무리될 경우 경찰의 위상은 자칫 '동네 잡범 잡는 기구' 정도로 축소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경우에 따라 수뇌부가 대대적으로 물갈이되고 내부 문제가 수술대에 오를 수도 있다는 주장도 함께 나오고 있다.

  • 사회지도층 성접대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수수사과
무리한 수사, 검찰 의식?

이번 성접대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는 시작부터 문제가 많았다. 경찰은 지난 18일 이 사건에 대한 내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단순 의혹만으론 수사에 착수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경찰이 내사에 착수하면서 언론에 공개하는 건 대단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경찰이 이처럼 자신있게 수사를 진행한 배경엔 핵심 증거인 '성접대 동영상'이 있었다. 경찰은 동영상을 경찰에 건넨 여성 사업가 K씨로부터 "이 동영상에 김 전 차관이 등장한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영상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국민적 관심이 이 사건에 집중됐다. 김 전 차관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압박을 이지기 못하고 취임 6일 만에 사퇴를 결정했다.

경찰은 내사 착수 3일 만인 지난 21일 경찰은 내사를 '본격 수사'로 전환했다. 고위 공직자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여성 최모씨의 진술이 결정적이었다.

  • 건설업자 윤모씨가 유명인사들을 초청해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강원 원주의 별장 전경. 원주=연합뉴스
경찰은 수사의 핵심이 성접대가 아니라 윤씨의 불법ㆍ비리 여부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경찰은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결국 아직까지도 고위층 성접대가 과연 있었는지, 윤씨가 그에 따른 대가를 얼마나 받았는지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경찰의 수사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러던 지난 27일 경찰은 김 전 차관 등 성 접대 의혹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인사 10여명에 대한 무더기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그 배경에 대해 "이들에 대해 출국금지를 신청할 만한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두고 공개 내사에 나섰다가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노림수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출금 요청 사실이 경찰의 공식 언론 창구가 아닌 다른 경찰 내부에서 흘러나온 점을 두고서도 말이 많다.

출금 요청과 실제 출금 시기에 시차가 있는데, 요청 시기에 이 같은 사실이 흘러 나왔다면 이는 범죄 혐의자에게 '도망치라' 혹은 '증거를 인멸하라'는 사실상 수사 방해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경찰 수사라인 내부에 알력 다툼이 있다는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출금 요청마저도 제동이 걸렸다. 법무부는 지난 28일 김 전 차관 등 경찰의 출금 요청자의 절반 이상에 대한 출금 요청을 기각했다. 경찰이 김 전 차관 등이 윤씨에게 대가성 특혜를 준 혐의를 구체화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공식적으로는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다. 대신 김 전 차관 등 출국금지가 불허된 인사에 대한 수사기록을 보완하고 혐의 내용을 보강한 뒤 출국금지를 다시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의식?… 후폭풍 예상

경찰의 이 같은 무리한 수사는 무수한 뒷말을 남기고 있다. 특히 검찰 내부에선 경찰의 수사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 경찰이 무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언론에 얼굴과 실명이 나간 것은 문제가 많다"며 "검찰 측 고위 인사를 겨냥해서 경찰의 위상을 올리려는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이 끝내 혐의 입증에 실패할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내사 단계에서 피의사실이 흘러나오면서 김 전 차관은 차관직을 내놨다. 명예가 상당 부분 훼손됐을 뿐 아니라 가정에도 막대한 타격이 생겼다.

김 전 차관만의 얘기가 아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져나간 '성 접대 리스트'에 언급된 유력 인사들 역시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따라서 경찰이 수사에 실패할 경우 혐의도 입증하지 못하면서 검찰 흠집 내기 등의 '용도'로 사건을 부풀렸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될 전망이다.

특히 청와대와의 관계가 틀어진 상황이어서 부담은 더욱 크다. 고위 인사들의 성접대와 관련한 소문은 올 초부터 사정 당국에 퍼져 있었다. 청와대도 김 차관 지명 직전, 관련 소문에 대해 김 차관과 경찰청에 공식적으로 의견을 문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청 쪽 공식 답변은 "별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차관 지명 다음날 언론 보도가 나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사방에서 인사 검증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청와대 입장에선 제대로 '물먹은' 것이다.

당연히 청와대로선 불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고 누락을 일종의 항명으로 보고 있다는 게 청와대 측 관계자의 전언이다. 유임이 유력했던 김기용 전 경찰청장이 지난 15일 전격 교체된 배경도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란 주장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찰의 위상은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가 졸속에 그칠 경우 경찰은 자칫 '동네 잡범 잡는 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경우에 따라 수뇌부가 대대적으로 물갈이되고 내부 문제가 수술대에 오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향후 경찰 수사 전망 '캄캄'

이런 상황이지만 향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먼저 경찰이 핵심 증거로 내세운 동영상에 등장한 인물을 김 전 차관으로 특정 짓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국과수는 '해상도가 낮아 (김 전 차관인지) 동일성 판단은 곤란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경찰은 원본 동영상 및 다른 성접대 동영상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업은 그리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 역시 사건이 불거지기 전 정보 라인을 통해 별도로 상황 파악에 나섰지만 뚜렷한 단서를 찾아내지 못했다.

성접대 동영상을 확보해도 끝이 아니다. 성행위 자체가 범죄는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실명이 거론되는 고위층 인사의 배우자가 간통죄로 고소하면 처벌될 수도 있다.

결국 경찰의 주장대로 대가성 여부를 밝히는 게 수사의 관건이다. 그러나 대가성 여부를 입증해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출국금지 배경을 감안하면 경찰은 아직 윤씨와 고위층 사이의 이렇다 할 연결고리를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경찰은 동영상 증거 확보를 통한 사건의 진상 규명부터 대가성 입증 등 해야 할 일이 태산이다.

하지만 핵심 인물들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데다,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확인되지 않은 소문만 양산되고 있다. 수사에 난항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김 전 차관을 성접대했다는 여성의 진술도 오락가락하고 있어 신빙성을 의심받고 있다.

따라서 법조계는 이번 수사가 '실체가 없는 사건'으로 결론지어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물론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지금 수사로 봐서는 수많은 의혹과 피해자만 양산한 채 졸속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경찰의 위상은 상당히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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