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 시행 앞둔 '음원종량제' 진통대중음악계 징수규정 반대… 저작권사용료 1회당 3.6원문화부 일방적 결정해 통보장기하 신곡 구입 가격 소비자에게 맡겨 파격 실험불합리한 규정에 일침

장기하와 얼굴들
대중음악계의 오랜 숙원인 음원 종량제가 5월 시행을 앞두고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음악관련 단체 및 음반업계 모임인 음악생산자연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음악저작권사용료 징수규정 개선안 발표에 반대하고 나섰다.

비상대책위원회는 3월25일 보도자료를 내고 "문화부가 지난 12일 간담회에서 충분한 논의 후 개선안을 발표한다고 했으나 전송사용료 개선 협의회가 출범되기 3일 전인 18일 권리자 그룹과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발표했다"고 말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스트리밍 1회 이용당 저작권사용료가 3.6원으로 정해진 부분도 납득하기 어려운 계산법"이라며 "공공 요금도 아닌데 왜 음원 가격에 정부가 개입해 정하느냐"고 지적했다.

문화부는 3월18일 온라인 스트리밍(음성·영상 등 데이터를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기법) 서비스의 저작권사용료 징수 방식을 5월부터 정액제에서 종량제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서비스의 '가입자당 저작권사용료 징수방식'(무제한 정액제)을 종량제로 불리는 '이용횟수당 징수방식'으로 전환하며 스트리밍 1회 이용당 저작권사용료 단가를 3.6원으로 책정했다.

업계의 반발은 3.6원의 가격 결정 과정에 있다. 문화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해 통보한 데다 일반 소비자가 한 곡을 1,000번 듣는 것을 기준으로 정해진 이 안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한 작곡가는 "노래 한 곡을 1,000번 이상 듣는 사용자는 거의 없다고 본다"면서 "3.6원의 (저작권 사용료) 단가가 결정된 것도 반갑지만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책정돼 오히려 역효과를 볼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게 됐다.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하기 위해 문화부가 나서서 저작권사용료 단가를 책정하고 지원하려고 했지만 정작 창작자들이 이를 반대하고 나선 꼴이 됐다. 문제의 근원을 외면한 채 가격문제로 의제를 설정한 탓이다.

이 같은 논란의 뿌리는 저작권법 제105조에서 시작된다. 제6항 및 제8항은 '사용료 및 수수료 요율 또는 금액의 승인 시 저작권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문화관광부 장관이 기간을 정하거나 신청 내용을 변경하여 승인할 수 있도록 하며, 저작권자의 권익 보호 및 저작물 등의 이용 편의를 위해 승인 내용을 변경 승인할 수 있도록 규정함'이라고 적었다.

이 조항은 2000년대 초반 무차별적인 불법 다운로드를 규제하고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0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창작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경우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이색적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그룹 은 신곡을 발표한 뒤 노래 구입 가격을 음원 소비자들이 알아서 값을 지불하는 내용의 '백지수표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정부 부처도 음악 제작자도 그리고 유통사도 아닌 소비자가 가격을 정하는 도발적인 실험이다.

은 3월29일 음악 프리마켓 사이트인 현대카드뮤직에 신곡 '좋다 말았네'를 발표했다. 음악 소비자들은 알아서 가격을 기입해 금액을 지불한 뒤, 이 노래를 다운로드 받아 즐기면 된다. 신곡 '좋다 말았네'는 이 사이트에서만 독점 공개되며, 프로젝트는 앞으로 한 달 가량 진행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무제한 음원 정액제에 반대하고, 음원 종량제를 지지하는 이 기획해 현대카드와 뜻을 모았다.

장기하는 최근 싱글 출시 기념 간담회에서 "음원 가격과 관련해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이런 방식으로나마 이야기하고 싶었다"면서 "정성 들여 만든 음악을 헐값으로 넘겨야 하는 마음을 '좋다 말았네'에 담았다. 현재를 살아가는 뮤지션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5월 음원 유통 수익 포기한 음악 사이트 현대카드뮤직을 개설했다. 이 사이트는 통상 음원 가격의 25~30%를 챙기는 음원 플랫폼 사업자들의 수익을 포기했다. 가수들의 몫으로 80%를 지급하는 형식으로 꾸며져 왔다. 나머지 14%를 저작권자 및 실연자들에게 제공하고, 남은 나머지 6% 정도를 사이트 운용비로 썼다. 현대카드 회원들만이 들어올 수 있었던 사이트는 3월25일 이후부터 일반에게도 공개됐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정부는 (음원 가격정책)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모아주는 역할만 해야 한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생산자와 판매자가 음원 가격을 정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김성한기자 wi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