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맞이 행운 기원 행사서 유래 남녀노소 내외국인 가리지 않고물총 쏘고 물 끼얹으며 웃고 즐겨 얼굴에 분가루·반죽 발라주기도
해마다 4월이 되면 태국의 거리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태국 달력으로 4월은 새해가 시작되는 시기. 더위가 치솟는 중순쯤이면 새해 잔치인 쏭크란 축제가 열린다. 차를 타고 달리며 물총을 쏘고, 차창에 물을 끼얹는 북새통에 뙤약볕의 골목은 흥건한 물바다로 변신한다.
쏭크란은 '지나간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실제로 쏭크란 축제가 열리는 기간은 1년 중 태양이 태국의 정중앙을 지나는 때로 가장 더운 시기에 해당한다. 웃옷을 벗어젖히고 속살이 내비치도록 물을 뿌려 더위를 쫓는 것은 지혜로운 대목이다. '허가받은 물장난'을 위해 축제기간에는 물총이 동이 난다. 얼굴에 '뺑'으로 불리는 하얀 분가루나, 물에 갠 반죽 '딘소 펑'을 발라주기도 한다. 청춘들에게는 여인들의 얼굴에 손을 댈 수 있는 '허가 받은 날'이기도 하다. 주민들은 전통축제 동안 '고향 앞으로'를 외치고 관광객들은 수영팬티 하나 달랑 걸치고 물싸움에 직접 동참하기 위해 몰려든다.
뚜껑 열린 차에서 물싸움을 벌이다
골목을 점령한 터줏대감들과 트럭을 타고 다니는 기동대(?)의 물싸움은 아슬아슬하면서도 통쾌하다. 뚜껑 없는 '썽테우'(트럭형 합승차)나 '툭툭'(삼륜 택시)을 타고 거리에 나서면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된다. 물세례의 대상에는 국경이 따로 없다. 현지인과 이방인들이 합세해 물 호스를 움켜 잡고, 한 차량에 탑승한 채 드럼통에서 물을 끼얹기도 한다. 세숫대야, 바가지, 우산 물총 등 모든 물싸움 장비들이 총동원된다.
새해를 축복하는 태국 최대의 잔치
쏭크란은 한국의 설과 엇비슷하다. 그 행위에 구성원들의 화합과 어른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도 그렇고, 대부분의 태국 주민들 역시 귀성길에 오른다. 교통체증으로 유명한 방콕의 거리들도 이 기간 만큼은 문을 닫은 한적한 모습이다. 모처럼 한적해진 도심 일부에서 여유롭게 물장난은 펼쳐진다. 방콕, 파타야, 치앙마이, 치앙라이, 수코타이, 후아힌 등 전국 각지에서 4월 중순을 기점으로 축제는 열리는데 그 시기와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전세계 배낭족들이 집결하는 방콕 카오산로드는 24시간 쏭크란 축제가 펼쳐진다. 싸남루앙 광장 거리 역시 차의 진출입이 힘들어질 정도로 축제가 성황을 이룬다. 멀쩡한 차들이 물을 뒤집어 쓰거나 흰 반죽을 묻힌 채 달리는 광경은 흔하게 목격된다.
쏭크란 축제의 원조격인 북쪽 치앙라이 등의 축제는 사뭇 진지하다. 과격한 물싸움 대신 향기로운 정화수를 대접에 떠서 정중히 어깨에 뿌리는 옛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수코타이 지역에서는 행렬에 참가한 코끼리에게 물을 뿌리는 전통의식이 전해 내려온다.
화려한 축제답게 숱한 사고도 뒤따른다. 단일기간 동안 가장 많은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때가 이 쏭크란 축제 기간이다. 방콕의 가장 큰 사원인 '왓 포'에서도 매년 쏭크란을 기념하는 잔치가 열린다. 사원 인근에 근엄하게 서 있던 경비도, 교통정리를 하던 경찰도 물총을 맞고는 '씨익~' 웃는다. 그게 바로 허물없는 태국의 쏭크란 축제다.
■ 여행메모
가는길=태국의 관문인 방콕 수완나폼 공항까지는 인천에서 매일 직항편이 운항된다. 약 6시간 소요. 시차는 태국이 한국보다 2시간 느리다.
기타정보=쏭크란 축제는 누구나 참가할 수 있으며 축제 기간이 조금씩 다르다. 축제 홈페이지(www.songkran.net)이나 태국관광청(www.visitthailand.or.kr)을 통해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물총이나 분가루는 현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방콕에서 고급 마사지나 스파를 받으려면 아쏙 사거리의 '디아나 스파'가 탁월하다. 중급 마사지 시설로는 체인점인 '헬스랜드'가 인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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