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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위기 개성공단 해법은

● 사업 주체 교체·생산 업종 다변화… 남북 모두 '윈-윈전략' 모색해야
北 군부 대남 압박용 카드 외… 공단 사업 직접 관장 의도
해외동포 주축땐 불만 줄어… 北 실생활 필요한 품목 생산
되거리 교역 병행하면 남북 경협 새 장 열릴 수도
  • 정부의 남북 실무회담 제의에도 개성공단 사태의 조속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5일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길목인 경기 파주시 통일대교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박서강기자
사업주체 해외동포 중심으로, 생간 업종 다변화 필요

‘되거리 무역’으로 남북이 윈윈하는 전략 모색해야

남북 화해와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8일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가 개성공단을 방문해 “북측 근로자들을 철수시킨다”는 담화를 발표하면서 고조된 개성공단 위기는 이후 남북이 ‘강대강(强對强)’ 으로 맞서면서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개성공단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을 북측에 전격 제의했지만 북한이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남북관계는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개성공단 사태는 북한이 이를 대남 카드로 꺼냈고, 박근혜정부도 대북관계 설정의 시금석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남북관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소식통은 “북한이 개성공단 가동을 사실상 중단시킨 것은 북한 군부의 조치로 개성공단에 대한 오랜 불만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군부 관할의 개성공단을 남북한이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삼은 것에 반발했던 군부가 남한에 새 정부가 들어서자 전략적으로 도발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개성공단을 흔든 것은 군부 강경파이지만 김양건 비서가 담화문을 발표한 것은 당이 남한 정부에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개성공단 사태는 북한이 종래의 개성공단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이를 남한의 새 정부와 다뤄보려는 계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 개성공단 문제는 한층 복잡해졌다. 파국 위기에 처한 개성공단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공단의 출범 배경과 진행, 사업 주체, 공단 업종의 한계 등 초기단계부터 현안까지 정확히 알고 대처해야 한다는 게 북한 소식통과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첫 단추 잘못 꿰졌다”

“북한 군부가 개성공단에 어깃장을 놓은 것은 첫 단추가 잘못 꿰졌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개성이라는 군사적 요충지를 ‘돈(대규모 지원)’때문에 남한 기업(현대)에 내준 데 대해 북한 군부의 불만이 잠재했고, 이것이 개성공단 사태로 불거졌다고 전해왔다.

개성공단은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1999년 10월 1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접경지역 공단설립 등을 협의한 뒤 김용순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위원장과 공단건설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하면서 조성되기 시작했다.

이후 현대와 북한은 공단 후보지를 논의해오다 제1차 남북정상회담(2000년 6월15일) 직후인 2000년 8월9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몽헌 현대 회장의 면담에서 김 위원장의 제안으로 개성공단 개발이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정몽헌 회장과 김용순 아태평화위 위원장은 이 면담에서 △금강산 관광개발사업(통천지역 스키장과 골프장 건설 등) △공단 개발사업(개성지역 특별경제지구 지정 및 2천만평 규모 공단 건설 등) △개성지역 육로관광을 협의했다. 이어 13일만인 8월22일 정몽헌 회장-김용순 아태평화위 위원장은 개성, 통천, 신의주 등 3곳에 공단을 건설하고 남북 간 철도ㆍ도로를 연결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이른바 ‘7대 남북경협사업’ 합의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개성공단 추진 과정에서 북한 군부가 크게 반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개성 지역을 관할하는 4군단 6사단 지휘부의 반대가 심했다는 전언이다. 당시 군부가 개성공단에 반발한 것은 크게 두가지 요인이 거론된다.

하나는 군사적 요충지인 개성을 남한 기업에 내준 점이다. 군부는 김정일 위원장의 결정을 따라야했지만 개성공단을 이끌어낸 현대를 눈엣가시로 여겼다..

또 하나는 개성지역이 군부 관할임에도 아태평화위가 공단 수입을 비롯해 대부분을 관장하면서 북한 주민에 대한 군부의 위상이 추락한 것에 대해 불만과 위기의식을 가졌다는 것이다.

결국 군부가 김정일 위원장의 결단(개성공단 건설)을 수용한 것은 김대중정부가 6ㆍ15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지원하기로 한 대규모 투자를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김대중정부가 약속한 대규모 지원이 이행되지 못하면서 군부는 현대와 아태평화위를 별렀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금강산 관광객 박양자씨 피살 사건, 개성공단 운영에 대한 잦은 시비 등은 군부의 앙금이 표출된 사례들이다.

북한 경제를 실질적으로 관장, 또는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군부는 김대중정부 이래 남북경협이 정치적 목적에 의해 추진돼 온 것에 매우 비판적이다.

개성공단 사태의 이면에는 군부가 공단 사업을 전면 재편하는 것은 물론, 직접 공단 사업의 주체가 되려는 의도도 읽힌다.

개성공단 운영주체 바뀌어야

현재 개성공단의 사업 주체는 남한의 현대그룹과 북한 당국이다. 남한은 김대중정부 이래 현대그룹(현대아산)이 사업 주체이지만, 북한은 당시 파트너였던 아태평화위 산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북한 군부는 그간 여러차례 개성공단 건설 및 추진 사업에 딴죽을 걸었고, 마침내 공단 가동 중단에 준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군부의 이번 조치는 남한의 새 정부에 대한 시험이란 측면과 함께 지속적으로 강도를 높여온 대남 전략용 압박으로, 이면에는 남북한의 공단 사업 주체를 변경하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개성공단 사태는 북한 수뇌부가 경협을 매개로 박근혜정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빌미를 마련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경제활동 및 배급(물류) 등에서 군부의 역할은 절대적”이라며 “개성공단 사태에선 군부가 공단 사업을 직접 관장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 군부는 아태평화위와 현대가 여전히 개성공단 사업 주체인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교체를 바라고 있다. .

개성공단이 남북정치 현상 변화에 따라 부침하는 것에서 탈피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나아가 북한 군과 당의 ‘압박’이라는 리스크도 피하기 위해서는 사업 주체의 변경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북한과 무역을 하고 있는 중국내 사업가들과 미국 등에서 북한과 거래를 하는 해외 사업가들은 남과 북이라는 부담에서 비껴 있는 ‘해외동포’가 공단 사업 주체로 적합하다고 말한다.

중국의 한 동포사업가는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2007년 10월)에서 나온 10.4 선언에서 남북협상 이래 처음으로 ‘해외동포’(제8항)를 언급한 것은 북한의 속내가 담긴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남북한 인사들이 주축이 되면 현존하는 남북 관련법에 저촉되는 일이 많기 때문에 공단 사업에 지장이 많지만 해외동포들이 중심이 되면 공단 사업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동포지원사업단의 장백산 대표는 “해외동포 중에는 남북 교역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많고, 남북한 경제기반 조성에 도움이 되는 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한다”면서 “개성공단을 포함해 남북, 또는 대북 사업에 해외동포가 참여하면 상승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대표는 “아시아를 비롯 유럽과 미국, 중남미 등의 동포들 중에는 특히 휴전선 접경지역에 건설하려고 하는 ‘해외동포공단’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남북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면 통일의 기반도 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단 생산품목 다변화 필요

베이징과 단둥의 북한 소식통 중에는 개성공단 사태의 본질이 공단 사업자체 에 있다고 지적한다. 즉 공단 사업 업종이 철저하게 임가공 형태의 남한 기업을 위한 것이고 북한, 또는 북한 주민에게 현실적으로 필요한 사업은 거의 없어 북측의 불만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김양건 비서가 ‘북측 근로자 철수’담화를 발표하면서 “남조선의 보수세력은 우리가 개성공업지구를 통해 덕(달러박스)을 보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경제적으로 얻는 것이 거의 없으며 오히려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은 남측”이라고 한 것은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나타낸 것이다.

실제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는 기업의 60%는 섬유 임가공 관련 기업이고 그밖에 기계ㆍ금속, 전기ㆍ전자, 화학, 비금속 부품 가공생산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식품 업체 2곳이 있지만 북한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때문에 북한에 정통한 소식통은 개성공단이 리스크 없이 유지되고, 그곳에서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성공단에 적합한 ‘업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령 북한의 최대 현안인 ‘먹고 사는 문제’와 연관된 사업을 꼽을 수 있다. 식품 및 식자재, 생활필수품, 농용자재산품 등이 대표적이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식품, 생필품 등 북한에 소요되는 품목과 북한내에서 생산가공되는 산물을 교환하는 ‘되거리 교역’이 병행되면 남북경협은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경협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극동러시아개발은행 설립을 추진해온 (주)극동러시아개발주식회사 측은 “남북 간 물물교환과 되거리 교역이 활성화 되면 경협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개성공단 및 38접경지역 개발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령 남한에서 잉여농산물, 공산품(생활필수품), 재활용품, 비료, 농수산가공품 등 북한에 현실적으로 필요한 품목을 보내고, 북한으로부터는 지하자원, 특산물(송이버섯, 고사리 등), 모래, 자갈 등을 싣고 오는 형태다.

북한은 작년에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도 ‘강성대국’ 대신 ‘경제’를 강조할 정도로 심각한 경제난에 처해 있다. 본지는 지난 제2472호(4월15일 자) ‘위기의 개성공단 돌파구’ 제하의 기사에서 북한이 개성공단 카드를 꺼낸 것은 역설적으로 ‘경제’를 매개로 남한과 대화를 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부분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개성공단 사태는 박근혜정부가 ‘경제’를 앞세워 북한에 ‘갑(甲)’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개성공단 해법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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