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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룡사와 지산동고분군, 대가야의 숨결을 느끼다

미숭산 중턱에 자리한 천년 고찰 규모는 작지만 수많은 사연 간직
가야금 소리 듣는 정자 '청금정' 언덕엔 봉곳봉곳 솟은 수백기 고분
인근에 박물관·왕릉전시관 신비의 대가야와 만나
  • 지산동고분군은 대가야의 왕족들과 지배층들이 묻힌 곳이다.
경북 고령군 고령읍과 경남 합천군 야로면의 경계에 가야산의 맥을 이은 미숭산(757미터)이 솟아 있다. 고려 말 이성계가 역성혁명을 일으키자 정몽주의 문하생이었던 안동장군 이미숭(李美崇)은 이 산을 근거지로 삼아 성을 쌓고 군사를 모아 이성계와 대항했으나 중과부적으로 순절하고 말았다. 후세 사람들이 그 절개를 기려 원래의 산 이름인 상원산(上元山)을 미숭산으로 바꾸었다고 전해진다.

미숭산 동쪽 중턱에 팔공산 동화사의 말사인 반룡사가 고즈넉하게 안겨 있다. 무엇보다 자연석으로 쌓은 축대가 아름다운 천년 고찰이다. 문헌상으로 창건 시기가 알려지지 않았으나 원효대사(617~686)가 중창 불사 후 지형이 용이 서려 있는 모습이라며 반룡사(盤龍寺)로 개칭했다는 설로 미루어 가야시대 또는 신라 초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802년(신라 애장왕 3년) 해인사 창건 불사를 반룡사에서 주관했다는 구전도 전해 내려온다.

그 후 고려 중기에 보조국사가 중창했으며 공민왕 때(1351∼1374) 나옹선사가 중수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원나라의 세조가 이 절에 내린 방문(榜文)이 실려 있어 주목을 끈다. 이 방문에는 일본 정벌을 위해 이곳으로 온 원의 군사들 중에서 반룡사에 침범하거나 소란을 피우는 자는 처벌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1592년(조선 선조 25년) 임진왜란 때 불에 탄 것을 사명대사가 중건했으나 다시 불이 나서 법당과 요사가 모두 소실되었다. 그 후 1764년(영조 40년) 대웅전과 요사, 만세루 등을 중건했으며 1996년 대적광전, 1998년 심검당을 세워 오늘에 이른다.

다층석탑과 동종 등의 유물 간직

  • 반룡사의 지장전과 약사전
반룡사에는 일주문도, 불이문도, 금강문도, 사천문도 없다. 4기의 부도탑이 모여 있는 부도전을 지나면 대적광전, 지장전, 약사전, 심검당, 삼성각, 요사채 등의 전각이 단아하게 올라앉아 있을 뿐이다. 본당인 대적광전 내에는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하여 좌우에 보살상을 협시불로 한 삼존불이 봉안되어 있다. 1642년(인조 20년)에 조성된 이 목조 비로자나삼존불좌상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429호로 지정되었다.

유물로는 다층석탑과 동종이 유명하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17호인 반룡사 다층석탑은 높이 2.4미터로 3단의 기단 위에 1층 옥신을 올리고 그 위에 점판암으로 만든 옥개석을 여러 층 올렸다. 이 다층석탑은 보존상의 이유로 대가야박물관으로 옮겨 전시하고 있으며 현재 반룡사 마당에 있는 탑은 최근 복원한 모형이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88호인 반룡사 동종은 높이 50㎝, 무게 60㎏의 작은 종이지만 18세기 중엽의 동종 양식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된다. 반룡사 동종의 몸통에는 73자의 한자가 양각으로 쓰여 있다. 이를 통해 1753년(영조 29년) 3월에 고령 반룡사에서 제작된 무게 100근의 중종(中鍾)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반룡사 동종은 도난과 훼손의 우려로 대가야박물관으로 옮겨 보관하고 있으며 현재 반룡사에 있는 동종은 최근 복원한 것이다.

대가야의 왕족과 지배층, 예 묻히다

반룡사에서 청금정을 거쳐 지산동고분군으로 내려오는 완만한 산길을 걸으며 봄의 정취에 젖어보자. 반룡사 바로 아래 등산로 입구에서 다소 경사진 길을 20분 남짓 오르면 미숭산과 청금정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다다른다.

  • 가야금 소리가 들리는 청금정
여기서 산책하기 좋은 오솔길을 30분쯤 걸으면 '가야금 소리를 듣는 정자'라는 뜻의 청금정(聽琴亭)에 이른다. 이곳에 오르면 스피커를 통해 가야금 소리를 감상할 수 있으며, 고령 일원에 펼쳐진 산과 들의 시원스러운 조망도 즐길 수 있다. 청금정에서 1시간 10분 남짓 내려가면 지산동 고분군이 눈에 들어온다.

지산동고분군은 서기 562년 신라에 의해 멸망하기까지 520년간 이어온 대가야의 왕족들과 지배층들이 묻힌 곳이다. 수백 기의 고분 가운데 비교적 큰 72기의 고분에 일련번호를 매겼다. 가장 큰 고분은 5호분으로 지름이 49미터에 이르며 금림왕릉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언덕을 따라 사이좋게 이어지며 봉곳봉곳 솟은 고분들의 모습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산동고분군 아래로는 대가야박물관과 대가야왕릉전시관이 들어서 있다. 2005년 4월 개관한 대가야박물관은 구석기시대부터 근대시대까지 대가야와 고령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을 개최하는 기획전시실로 이루어져 있다.

2000년 9월 문을 연 대가야왕릉전시관은 사적 제79호인 지산동고분군에서 출토된 대가야 유물을 중심으로 전시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확인된 대규모 순장 무덤인 지산동 제44호 고분의 내부를 재현하여 눈길을 끈다. 건물 또한 무덤의 모양처럼 지름 37미터,높이 16미터 규모의 초대형 돔형 구조로 지어져 독특한 외관을 자랑한다.

■ 찾아가는 길

  • 2005년 4월 개관한 대가야박물관
고령 나들목에서 88올림픽고속도로를 벗어난 뒤에 고곡삼거리-미숭로-반룡사길을 거친다.

대중교통은 전국 각지에서 버스를 타고 고령으로 온 뒤에 반룡사로 가는 농어촌버스로 갈아탄다.

■ 맛있는 집

예로부터 고령 사람들은 추어탕을 즐겨 먹었다. 그래서 고령읍내에는 이름난 추어탕집이 여럿 있다. 특히 고령추어탕(054-955-7720)은 배추와 시래기를 듬뿍 넣어 걸쭉하고 구수한 맛으로 많은 단골을 확보했다. 다른 메뉴는 없이 오로지 추어탕 하나로만 승부를 건다. 이 집의 특징은 반찬에 설탕 양념을 해야 할 때는 꿀을 넣는다는 점이다. 주인아저씨가 양봉을 하기 때문인데 직접 생산한 꿀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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