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최경환-이주영 맞대결朴心 · 초선 · 수도권이 대세 가를 듯최, 2007년부터 박근혜 보좌… 靑-與 정책공조 강화 공약이, 지난해 대선기획단장… 정책 현안 이해도 높아

최경환(왼쪽), 이주영(오른쪽)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이 원조 친박 최경환 의원과 신(新)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주영 의원 간 맞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당초 비박(非朴) 진영의 남경필, 김기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면서 친박 대 비박 구도라는 흐름이 나타났지만 김 의원이 최경환 의원의 러닝메이트로 정책위의장 후보로 돌아서고 남 의원이 불출마 쪽으로 기울면서 선거는 친박간 양자대결로 굳어졌다.

최 의원은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원조 친박이다. 최 의원은 박근혜정부와 여당과의 정책 공조를 공고히 해 강한 정책 여당을 만들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해 대선기획단장 등을 맡으며 박 대통령 곁을 지킨 신 친박계이다 이 의원은 "당의 정책 역량 강화와 새로운 당청 관계 수립으로 할 말은 하는 당을 만들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최 의원보다 청와대와의 교감력은 떨어지지만, 정책위의장을 거쳐 정책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58세인 최 의원은 대구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해 청와대 근무를 거쳐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부국장을 지낸 뒤 고향인 경북 경산ㆍ청도에서 내리 세 번 당선됐다. 이명박정부에서 지식경제부 장관도 지내는 등 정계와 관계, 언론계까지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다.

김기현(왼쪽), 장윤석(오른쪽)
62세인 이 의원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고시에 합격해 서울지방법원과 고등법원 판사 등을 거쳐 정계에 입문, 16대부터 의정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4선 의원이다. 정책통에다 합리적인 성품이 강점으로 꼽힌다.

새로 선출되는 원내대표는 현정부의 초기 국정운영의 중요한 파트너이다. 공약 집행과 정책 입안 등 굵직한 국가적 대사를 조율하는 막중한 임무가 부여되기 때문에 두 의원에게는 놓칠 수 없는 한판 승부다.

범 친박계인 두 의원의 맞대결이란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은 과연 어디에 있는지에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모두 영남출신 러닝메이트

그 동안 새누리당의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은 영남과 수도권 출신이 나눠 러닝메이트가 되는 관행이 이어져 왔다. 현재의 이한구 원내대표와 진영 정책위의장 체제도 이 같은 구도다.

하지만 최 의원과 이 의원의 러닝메이트로 나선 김기현 의원과 장윤석 의원은 모두 영남 출신이다. 김 의원은 부산동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판사와 변호사 생활을 거쳐 울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장 의원은 경복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검사와 변호사 생활을 거쳐 경북 영주에서 내리 3번 당선됐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공천 물갈이 폭이 컸던데다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경선에 나올 만한 수도권 3~4선 중진급 후보군이 대폭 줄어든 것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초 최 의원과 이 의원은 러닝메이트로 경기 의정부 출신으로 친박계인 홍문종 의원을 선호했다. 양쪽에서 러브콜을 받은 홍 의원은 둘 간의 단일화를 촉구하기도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사무총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 서병수 총장이 내년 부산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어 서 총장의 후임으로 홍 의원이 거론되지만 같은 수도권인 경기 평택 출신인 4선의 원유철 의원 이야기도 나온다.

어쨌든 민심에 가장 민감한 수도권 의원들이 배제돼 당내에서는 '영남당'으로 포장하려 하느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한 수도권 의원은 "출마할 후보가 마땅치 않아 어쩔 수 없지만 수도권 의원들로서는 섭섭함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를 친이 성향의 비박으로 정하면서 지역 안배는 실패했지만 계파 화합에는 어느 정도 일조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주요 변수로는…

박근혜정부 들어 첫 원내대표 경선인 만큼 결국은 박심(朴心)에 따라 승패가 좌우 될 것이란 전망이 가장 많다. 역대 어느 정권이건 첫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면 대통령 의중이 어디에 있느냐가 늘 관심사였고 이번에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청와대는 겉으로 엄정 중립을 표방하고 있지만 '박심은 최경환'이란 설(說)이 적지 않다. 임기 초 국정을 원활하게 이끌고 가자면 박 대통령과 소통이 되는 최 의원이 집권당 원내대표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논리에서다.

물론 이 의원도 친박계에 포함되지만 박 대통령과의 친밀도만 놓고 보자면 최 의원이 앞서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상치 않은 당청 관계가 문제다. 여당 의원들이 조각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청와대를 겨냥해 날을 세우는 전례 없는 장면도 연출된 데다 친박계 의원들조차 섭섭함을 토로하고 있다. 때문에 박심을 운위하는 것이 도리어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심의 향배가 불투명하고 이에 대한 득실 전망도 엇갈리는 상황에서 전체 의원 수(154명)의 절반이 넘는 초선의원(78명) 표심이 2차 관심사가 되고 있다. 두 의원 역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모임인 '약속지킴이 25(약지25)'에 관심을 쏟는 등 표 관리에 나서고 있다. 새누리당은 원내대표 선거를 추가경정예산 편성 처리를 마무리 짓고 치른다는 계획이다.

원내대표ㆍ정책위의장 경선이 영남권 의원들간 조합으로 굳어지면서 수도권 표심도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 주자들도 이 같은 수도권 의원들의 분위기를 의식해 수도권 표심 공략을 위한 물밑 작업을 분주히 전개하는 모습이다.

수도권이 경선에 한명도 안나온 상황에서 당내 지역구 의원 128명 가운데 33.6%(43명)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ㆍ인천ㆍ경기 등 수도권 표심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내 가장 많은 의석 분포(62명)를 차지 하는 영남권 의원의 경우 계파와 지역구 인접 유무 등에 따라 어느 정도 표심이 정해져 있어, 양 진영 모두 표를 확장하기 위해선 의석 비율이 두 번째인 수도권 표심을 돌려 놓는게 필수적인 상황이다.

이를 위해 두 의원은 우선 원내 당직 서열 3위인 원내수석부대표 자리를 놓고 수도권 표심을 다독이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의원은 인천 남구을 출신의 윤상현 의원(재선)을 원내수석부대표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고 이 의원은 최근 경기 안성이 지역구인 김학용 의원(재선)을 원내수석부대표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또 인천 남구갑이 지역구인 재선의 홍일표 의원 역시 유력한 원내수석부대표 후보군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된다.

원내대표 늘 예측불허

표면적으로는 어느 후보가 앞서있다고 예상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간의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적지 않은 이변이 있어왔다. 맞대결 시 누가 봐도 유리하다고 분석되던 후보가 낙선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는 여론조사나 당원들의 지지 성향이 반영되는 당 대표 선거와 달리 순수하게 원내 국회의원 간 투표라는 점 때문이다.

유력주자일 경우 당내에서부터 견제를 받을 수 있고 상대적으로 자기 세력이 약한 후보가 더 선호 받는 경향이 많다.

친박계인 김무성 의원과 친이계인 이재오 의원이 맞붙었던 옛 한나라당 경선에서 아무래도 민주계 출신으로 한나라당의 뿌리가 깊은 김 의원이 유리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 의원의 승리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이었지만 내부 친박계에서 김 의원에 대한 반대표가 적지 않게 나온 결과였다.

또 김무성 의원과 김형오 의원이 맞붙었던 그 다음 원내대표 경선도 직전 선거에서 낙선한 김무성 의원에 대한 동정표도 있고 친박계 좌장이란 점으로 인해 김무성 의원이 다소 우위에 설 것이란 예상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도 역시 결과는 김형오 의원의 승리였다.

둘 다 범 친박계였지만 김형오 의원이 상대적으로 김무성 의원에 비해 '덜 친박'이란 점에서 친이계가 김형오 의원에게 몰표를 던진 결과다. 실제 이명박정부 들어서 김형오 의원은 국회의장까지 지냈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도 이 같은 점에서 예단하기 쉽지 않다. 박심이 누구를 향해 있는지, 전반적인 세가 누가 더 센지, 당밖의 여론조사에서 누가 앞서는지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당내의 복잡한 역학구도에 따라 친박 중 친박인 최 의원이 올라설 경우 여권의 힘이 너무 최 의원에게 쏠리는 것 아니냐라는 점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으면 이 의원이 유리할 수 있다. 선수(選數)도 이 의원이 4선으로 다선이고 나이도 많은 게 다른 의원들에게 점수를 딸 수 있는 부분이다. 또 비박 진영에서는 아무래도 이 의원에 대한 지지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정권 초반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여당이 전폭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받으면 최 의원이 유리해질 수도 있다. 새 부의 첫 원내대표 경선이 이렇게 복잡다단한 정치 함수 속에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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