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공사끝 1406년 완공 구시가지와 프라하성 연결난간 양쪽에 늘어선 30개 동상 제각기 개성과 사연 가득엽서 속 사진같은 야경 '환상'

보헤미안의 사연이 서린 카를교
다리에는 소통의 의미가 담겨 있다. 고풍스런 중세의 다리는 성과 마을뿐 아니라 삶과 세월을 잇는 소통로다. 체코 프라하의 까를교는 보헤미안의 애환과 600년을 함께 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와 프라하성을 연결하는, 블타바 강의 가장 오래된 다리이기도 하다.

까를교의 역사는 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세기 초 나무로 지어졌던 다리는 홍수로 한차례 유실된 뒤 11세기 돌로 건축됐으나 홍수로 또 다시 붕괴된다. 현존하는 까를교의 모습을 지니게 된 것은 1357년 보헤미아의 왕인 까를 4세가 건축가 피터 팔레지에게 까를교의 설계를 지시하면서 부터다.

20대의 천재적인 건축가에 의해 기틀을 마련한 까를교는 50년의 공사과정을 거쳐 1406년에 완공된다. 다리의 축조에는 과학적인 분석뿐 아니라 당시 보헤미안들의 염원이 함께 깃들어 있다. 처음 초석을 다지는 작업은 점성술가와 천문학자의 자문을 받아 다리 건설에 가장 이상적인 시간인 오전 5시31분에 이뤄진다. 600년이 흐른 최근에도 까를교의 축조 기념일에는 오전 5시31분을 기리며 이 시간에 프라하에서는 축포를 쏘아 올린다.

미학적 가치를 더하는 다리 위 동상

까를교는 길이 560m, 폭 10m로 16개의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양쪽에 높게 솟은 타워는 다리의 관문 역할을 한다.

프라하성의 야경
까를교의 미학적인 가치는 다리 위에 놓여진 동상들 덕분에 더욱 도드라진다. 다리의 난간 양쪽에는 성서 속 인물과 체코의 성인 등 30명의 동상이 세워져 잇다. 1683년부터 건립된 이 동상들은 각자의 개성과 사연을 지니며 까를교의 볼거리로 자리매김했다.

17세기 예수 수난 십자가상은 다리 위 동상 중 최초로 세워졌으며, 가장 인기 높은 동상은 성 요한 네포무크의 상이다. 동상 아래 부조에는 바람을 핀 왕비의 고행성사를 왕에게 밝히지 않아 혀를 잘린 채 병사들에 의해 강물에 던져지는 요한 네포무크 신부의 모습이 묘사돼 있다. 이 동상 밑 동판에 손을 대고 소원을 빌면 행운이 깃든다는 전설 때문에 그 부분만 반질반질하게 퇴색돼 있다.

십자가 위에 있는 그리스도가 그의 상처에 입 맞추려는 성녀를 위해 몸을 굽히는 성 루이트가르트 상 역시 까를교에서 아름다운 조각으로 손꼽힌다.

보헤미안들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다리'로 이 까를교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까를교는 처음에는 돌다리라는 뜻의 'Kamenny most' 또는 프라하 다리 'Prazsky most'로 불렸지만 1870년대부터 지금의 명칭인 까를교로 이름이 굳어졌다.

유럽 최고의 야경의 배경이 되다

다리 위 거리의 악사
까를교는 감상하는 운치가 빼어난 다리이기도 하다. 최고의 야경으로 일컬어지는 프라하의 야경을 언급할 때도 까를교와 블타바 강, 프라하성이 어우러진 모습은 한 장의 엽서 속 사진처럼 다가선다.

또 한낮에 다리 동쪽 탑 위에 올라서서 내려다 보는 까를교의 모습 역시 색다른 멋을 선사하다. 다리는 곧게 뻗은 듯하나 강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듯 한쪽으로 완만하게 기울어진 채 이어져 있다. 수십년 동안 여러 사람의 손길을 거쳐 축조됐기에 남겨진 흔적이다. 다리 건너편으로는 짙고 깊은 블타바 강과 옛 가옥들의 붉은 색 지붕들, 프라하 성의 모습이 가지런하게 배열 된다.

다리 위는 빼곡하게 구경꾼들이 채운다. 동상들 외에도 다리 위에서 공연을 펼치는 중년의 악단이나 그림을 그리는 거리의 화가들도 까를교의 한 단면을 장식한다. 체코가 낳은 감독인 카렐 바섹이 "프라하성과도 바꿀 수 없다"고 칭송한 까를교는 영화, 드라마, CF의 단골촬영 장소로 사랑받기도 했다.

까를교 주변으로는 둘러볼 관광지들도 가득하다. 프라하성곽 내부의 황금소로는 금을 만드는 연금술사들의 골목이자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가 두평 남짓한 공간에서 변신, 성, 소송 등의 작품을 써내려간 공간으로 유명하다.

60년대 피로 얼룩진 '프라하의 봄'의 배경이 됐던 바츨라프 광장이나 해골인형의 천문시계와 틴 성당으로 대변되는 구시가지 광장도 까를교 주변에 위치해 고풍스런 프라하를 함께 채색하고 있다.

카를교 조각상
여행 메모

■ 가는길=대한항공과 체코항공이 인천~프라하 직항편을 공동운항한다. 열차를 이용할 경우 독일 뮌헨이나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들어가면 가깝다. 입국때 별도의 비자는 필요 없다. 불시에 티켓검사를 하니 버스 등을 탈 때 무임승차는 삼가야 한다. 까를교는 도심 구시가에서 걸어서 닿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 먹을 곳, 묵을 곳=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필스너우르켈을 꼭 마셔본다. 톡 쏘는 맛이 일품이다. 프라하에서는 구시가인근의 숙소들이 운치 있다. 한국민박집들도 20여곳 성업중이다.


프라하성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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