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가 생겨난 곳, 일월이 비추는 곳의 흉노 대선우가 삼가 한의 황제에게 묻노니, 평안하신가..."

흉노(匈奴) 선우(흉노의 군주 칭호)가 한나라의 황제에게 보낸 국서의 첫머리이다.(<사기史記> 권 110 흉노열전). 중국 본토를 호령하던 한(漢)의 황제에게 이런 거만한 말투의 서한을 보낸 것을 보면 당시 흉노족의 위세가 어떠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흉노는 기원전 3세기 말부터 수백 년간 몽골 고원을 중심으로 활동한 유목민 집단이자 그들이 세운 국가를 말한다. 이들은 한때 중원을 최초로 통일한 진나라와 경쟁하고 한나라를 아우로 삼을 만큼 강성한 세력을 가진 나라였다.

이러한 흉노의 자취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초원의 대제국, 흉노 -몽골 발굴조사 성과'라는 제목으로 6월19일까지 열린다.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고고역사부에서 몽골과 공동으로 학술조사단을 구성, 2006년부터 연차적으로 조사한 몽골 헨티 아이막 도르릭나르스 흉노무덤 중, 2009년, 2010년 및 2011년에 발굴조사한 총 길이가 54m가 넘는 대형 무덤인 도르릭나르스 1호묘와 그 배장묘를 중심으로 유적발굴 성과를 소개한다.

전시에는 도르릭나르스 흉노무덤 1호분에서 발견된 나무널 금장식과 토기, 재갈 및 재갈멈추개, 화살촉 등이 선보여 흉노 지배층의 풍습과 말을 달리며 활을 쐈다는 흉노인의 생활을 짐작할 수 있다.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