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화랑, 김재학 초대전 31일까지사실적인 꽃 표현에 추상적인 배경 어우러져독특한 화풍 '매력'

'장미' 53x43.4cm Oil on canvas 2013
자연을 관조하고 노래한 서정시를 만나다

계절의 여왕 5월, 그 빛나는 따사로움과 은은한 꽃 향기가 전시장 가득하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선보이고 있는 김재학 작가의 전시에는 다양한 장미와 작약 등이 봄의 빛을 머금고 막 피어난, 또는 만개한 모습으로 관객을 맞는다. 저절로 마음이 따뜻해지고 가까이 다가가 향을 맡고 싶을 정도로 생동감이 있다.

이렇듯 김 작가의 풍경, 정물, 인물 등의 작품이 대중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것은 그만의 독특한 화풍에 있다. 구상미술의 흐름에 작품 소재도 주변의 소소한 것들이지만 그 안에는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붓터치와 대상을 바라보는 그윽한 심안이 담겨 있다.

작품은 언뜻 코로나 모네 풍의 인상주의, 또는 사진을 옮겨 놓은 듯한 극사실주의 인상을 주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와는 다른 독특함이 느껴진다.

바로 '화풍'으로 작업 초기 구상미술에 충실했던 작가는 90년대 말 '숨겨진 자연'이라는 들꽃을 주제로 작업하면서 변화가 생긴다. 우리의 산과 들에서 접할 수 있는 꽃들을 대상으로 식물 이미지로서 일러스트레이션에 가까운 가벼운 터치의 화풍을 선보이며 생기를 불어넣은 것이다.

'장미' 45.5x38cm Oil on canvas 2013
더하여 자연적 대상 자체를 충실히 묘사하면서 여백을 처리함에 있어 그것이 적절한 관조와 사유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은 작가가 일궈낸 또 다른 성과다.

눈여겨 보여지는 것은 작가의 심상이다. 예의 하이퍼리얼리즘이 대상을 보다 기계적 엄밀성과 차디찬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반해 작가는 대상에 대해 시선으로가 아니라 가슴으로 따뜻하게 품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렇게 작품이 지닌 시적인 서정성과 고상한 품격이 미술애호가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게 된 이유다.

이번 전시의 신작들은 꽃의 사실적인 표현과 추상적인 배경이 함께 어우러져 생동감이 넘치는 가운데 자연광이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화면 연출이 돋보인다.

꽃을 담은 화병과 도자기 등도 색다른 볼거리이고, 소리와 연관된 징, 피아노와 풍경, 인물 등 다양한 작품들은 작가의 또 다른 세계를 만나게 한다.

단아하고 격조 있는 정물에서 한편의 서정시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는 5월31일까지 열린다. 02)734-0458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