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주 "물량 떠넘겨… 괴롭다" 유서 남기고 자살

배상면주가 대리점주가 남긴 유서. 연합뉴스
전통주 제조업체인 배상면주가의 도 넘은 '밀어내기'에 견디다 못한 대리점주가 결국 자기 손으로 목숨을 끊었다. 남양유업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참극이라 세간의 공분을 사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인천시 부평구에 위치한 배상면주가 대리점 창고에서 점주 이씨가 14일 목숨을 끊었다. 2003년부터 대리점을 운영해 온 이씨는 본사의 '밀어내기'로 인해 괴롭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이씨의 유서에는 "남양(유업)은 빙산의 일각. 현금 5,000만원을 주고 시작한 이 시장(주류대리점 시장)은 개판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판촉)행사를 많이 했다. 그러나 남는 건 여전한 밀어내기"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배상면주가 측에 따르면 월 7,000만원 수준이었던 이씨의 매출액은 최근 월 1,200만원대로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배상면주가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배상면주가 관계자는 "대리점들이 주류가 필요할 때마다 돈을 지불하고 본사에서 제품을 발주받기 때문에 밀어내기 자체가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씨의 자살이유에 대해 "매출부진에다 여타 가정형편 때문에 발생한 채무압박이 커진 것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배상면주가 측의 해명에도 문제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갑을관계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한 국민여론이 들끓고 있는 데다 경찰마저 배상면주가 '밀어내기'에 대한 집중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씨가 숨지기 전 유서를 보낸 인천과 수원, 일산의 대리점주 3명을 참고인으로 조사하고 이씨와 함께 일한 경리직원 김모씨를 통해 배상면주가의 영업형태와 실적압박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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