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현 개인전 '낙화의 눈물'진실과 허상이 혼거대한 풍경속 북한 여군명품 로고의 매스게임 등 아이러니 속에 현실 담아

'나는너의지니, 걱정마!'
역사적인 사건과 그 흔적들을 활용해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 온 이상현 작가가 진실과 허상이 혼재된 상상의 세계로 관객을 초대한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에 펼쳐놓은 '낙화의 눈물'로 명명된 전시는 예의 역사적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훨씬 즉자적이고 현실적이다.

궁궐 앞 무대에서 북한 인민군과 걸그룹이 군무를 추는 화면이나 인민군 복장을 한 소녀시대가 명품을 배경으로 총을 든 작품 등에서 보듯 작가는 현 시대의 문제를 역사라는 시공과 자본주의적 영향력이 팽배한 현대와 연결시켜 아니러니와 부조리를 역설적으로 상기시킨다.

가령 다양한 풍경 속에 북한의 여군이 등장하며, 모두 서구의 명품로고를 옷에 달고 있거나 명품 로고의 마스게임, 주체사상을 담은 사상서가 아닌 알렝 드 보통의 '불안'을 들고 있다. 이러한 아이러니들을 통해 북한이 사회주의 주체사상으로 체재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결국 무기력하게 자본주의의 문화에 잠식당하는 허구적이고, 무기력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작가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섞인 아이러니한 풍경을 통해 우리가 하나의 민족으로서의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그리고 미래에는 어떻게 남북한의 관계가 변해 갈 것인지에 대한 단초를 제시한다.

작가는 '조선역사명상열전'(2004년), '제국과 조선'(2008년), '삼천궁녀'(2009년) 등의 전시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혼재된 시간 여행을 통해 이를 바라보는 '나'를 돌아보게 하는 한편, 2011년 '취유부벽루기' 전시에서는 그러한 작업방식의 연장선상에서 '북한'을 매개로 하나의 민족으로서 북한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 남쪽과 북쪽의 교류, 북한에서 자생하고 있는 자본주의 문화의 침투로 인한 딜레마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 가지 알레고리들에 담아 하나의 풍경에 등장시켰다.

이번 '낙화의 눈물'전은 삼국시대부터 조선,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사건과 현장을 모티브로 다양한 알레고리들이 등장하고 서로 충돌하면서 색다른 아이러니를 만들어내고 있다.

포토 콜라주와 영상 등으로 재구성한 작품들은 아날로그적 소재와 디지털이 결합된 시간적 중의성과 역사적으로 익숙한 장면에 작가의 시선이 더해져 관객들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을 이끌어내면서 자연스럽게 작가의 작업에 동참시킨다.

역사가 크로체(Croce)의 "모든 역사는 현대사"라는 말을 떠올리듯 작가는 역사라는 소재를 통해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볼 수 있게 하는 하나의 척도를 예술적으로 제공한다. 동시에 과거, 현재, 미래라는 인위적인 시간의 구분을 뛰어넘어 삶과 역사라는 것 자체에 대한 통찰적 시각을 보여준다. 이것은 진실과 허구, 상상과 현실이 유기적 관계에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그의 작품이 지닌 미덕이자 힘이다. 6월9일까지 전시. 02)720-5789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