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물자 옮기던 200㎞ 넘는 운하 지금은 시민들의 휴식처로 변신봄·여름엔 유람선 오가고 겨울엔 스케이트 링크로 변신미술관과 박물관 20여개 달해 골목에는 은은한 재즈 선율

오타와강변에서 바라본 언덕위 국회의사당의 전경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는 영국과 프랑스 문화의 접경에 위치한 도시다. 온타리오 주의 동쪽 끝인 도심에서 다리 하나 건너면 프랑스색이 강렬한 퀘벡 주다. 도시 곳곳에는 중간지대의 성격과 사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도심, 강변 어느 골목에 서 있든 고풍스런 자태를 뽐내는 건물은 국회의사당이다. 영국 여왕의 명령으로 지어진 국회의시당 앞을 지나는 차량중 앞 번호판이 없는 것들은 대부분 퀘벡차들이다. 불필요한 경비를 줄인다는 취지로 뒤번호판 하나만 달랑 달았다. 번호판을 자세히 살펴보면 'Je me souviens'라는 프랑스어가 적혀 있는데 '나는 잊지 못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예전 영국계에 핍박받았던 프랑스계 주민들에게는 좌우명처럼 여겨지는 문구들이 떳떳하게 수도 한가운데를 가로지른다.

세계문화유산인 리도운하

네오 고딕양식의 국회의사당은 1800년대 중반에 지어졌다. 내부를 둘러보는 투어는 줄을 서 기다릴 정도로 꽤 인기 높다. 의사당의 실내장식은 도도하면서도 정감이 간다. 국회의원들이 앉아 있는 의자는 옛날 교실 나무의자처럼 단출하다. 회의는 영어와 프랑스어로 함께 진행되며 낮은 목소리가 오가고 정중하게 발언권을 얻어 토의하는 모습은 왠지 부럽기까지 하다.

국회의사당을 나서 10여분 걸으면 고성같은 외관의 샤또 로이에 호텔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 앞을 운하가 지난다. 리도운하는 영미전쟁의 짙은 배경이 깔려 있다. 운하는 전쟁 당시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적 목적으로 건설됐다. 군수물자를 옮기던 운하는 지금은 오타와 시민들의 휴식처가 됐다. 봄, 여름이면 유람선이 오가고 겨울이면 세계에서 가장 긴 스케이트 링크로 변신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운하의 총길이는 200km가 넘는다. 초창기 수문이 간직된 곳에는 운하의 역사를 담운 바이타운 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운하앞 샤또 로이에 호텔
오타와는 리도운하를 건설한 '존 바이' 대령의 이름을 본따 한때 바이타운으로 불리던 운하의 도시다. 바이타운 이전의 오타와는 모피상인과 벌목꾼의 거점지였던 투박한 땅이었다. 요즘도 벌목지대인 웨이크필드까지는 옛 증기기관차가 오간다.

세계적 수준의 미술관과 박물관

오타와는 외지인들에게는 봄이면 튤립 축제, 겨울이면 리도 운하변에서 펼쳐지는 윈터 페스티벌로 사랑받는 곳이다. 튤립페스티벌에는 2차대전때 네덜란드와 맺었던 깊은 인연이 서려 있다. 독일의 네덜란드 점령 당시, 피신한 네덜란드 왕실 일가가 머문 곳이 오타와였다. 이곳에서 태어난 아이는 네덜란드의 여왕이 됐고 감사의 뜻을 담아 매년 1만 송이의 튤립을 오타와에 보낸다. 이 일련의 일화들이 5월이면 성대하게 치러지는 튤립 페스티벌의 모태다.

오타와의 기품을 드높이는 것은 박물관과 오래된 시장이다. 오타와는 튤립의 도시쯤으로 인식돼 있지만 실제로는 캐나다 어느 곳보다 문화 공간이 풍성한 도시다. 미술관과 박물관의 수는 20여개에 달한다. 그중 국립미술관은 프랑스 루브르, 뉴욕 메트로폴리탄과 견주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전면이 유리작품으로 된 미술관에는 세잔, 고흐, 드가의 작품 등 명장들의 그림 2만5000여점이 소장돼 있다. 이 일대 원주민인 이누이트의 삶을 전시한 문명 박물관 역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쇼핑몰 리도센터 북쪽의 바이워드 마켓은 160년 세월을 간직한 시장이다. 생선, 채소, 과일 등을 파는 건물 2층에는 갤러리들이 들어서 있다. 세계 각국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바이워드 마켓을 지나면 고즈넉한 바들이 이어진다. 우연히 마주한 골목에서는 재즈 선율이 은은하게 흘러 나와 도시는 향취를 더한다.

캐나다 문명박물관
오타와의 리도 운하는 킹스턴까지 연결된다. 오타와 나들이는 킹스턴과 짝을 이뤄 비교하며 둘러보면 흥미롭다. 킹스턴은 캐나다의 역사를 담아낸 도시로 1840년대 영국 식민지 자치정부의 수도이기도 했다. 킹스턴은 군사적 요충지답게 사관학교가 들어서 있으며 병영 체험을 할수 있는 헨리 요새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돼 있다.

여행팁

■ 가는길=한국에서는 토론토를 경유해 오타와까지 항공으로 이동하는 게 일반적이다. 입국에 별도의 비자는 필요 없다. 토론토와 오타와, 킹스턴 구간은 VIA레일 열차가 수시로 오간다. 열차로는 3~4시간 소요.

■ 기타정보=국회의사당, 리도 운하, 바이워드 마켓 등 주요관광지는 걸어서도 둘러볼 수 있다. 리도 운하의 서쪽이 다운타운, 동쪽은 상업지역인 로어타운으로 상점이 밀집돼 있다. 오타와의 바이워드 마켓 인근은 싱싱한 농산물 뿐 아니라 펍, 바 등이 밀집해 있어 여유롭게 둘러보며 배를 채우기 안성맞춤이다. 특히 메이플 시럽이 곁들여진 비버 테일 등은 간식거리로 맛보면 좋다.


캐나다 국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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