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대표 미남미녀' 송승헌·김태희, 안방 성적표는?'장옥정' 연출 설득력 떨어져… 태희 몸사리지 않는 열정 호평'남사' 승헌, 연기 좋았지만 독기 가득한 캐릭터 못 살려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완벽한 외모는 배우에게는 축복이다. 스타로서는 분명 장점이지만 재앙이 될 경우도 있다. 단박에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지만 실력이 외모에 가려 배우로서 저평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미녀미남 배우로 꼽히는 김태희와 송승헌. 두 사람은 항상 화제의 중심에 서는 톱스타지만 배우로서 항상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하고 '연기력 논란'을 달고 다닌다. 대중들은 이제 풋풋한 청춘스타를 벗어나 중견으로 가고 있는 이들이 연륜과 스타성에 맞게 연기력이 발전하기 기대하지만 그 속도가 너무 느려 질타를 가하곤 한다. .

김태희와 송승헌은 올 상반기 드라마로 팬들과 재회했다. 김태희는 SBS 월화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이하 장옥정, 극본 최정미, 연출 부성철)에서 '희대의 요부'가 아닌 사랑에 죽고 사는 열정적 여인 장희빈을 열연했다.

송승헌은 MBC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이하 남사, 극본 김인영, 연출 김상호)에서 거친 남자의 순애보를 강렬하게 연기하며 여심을 흔들었다.

두 드라마 모두 방송이 시작되기 전에는 김태희와 송승헌의 스타성 때문에 뜨거운 화제를 모았으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청률부터 두 사람의 연기에 대한 평가까지 평균을 넘지는 못했다. 선방한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이름값을 제대로 못한 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김태희의 첫 사극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장옥정'은 방송 내내 MBC '구가의서'(극본 강은경, 연출 신우철)에 밀려 한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다 막판에 힘을 받으며 간신히 두 자릿수 시청률로 마무리됐다. 만들기만 하면 항상 성공할 만큼 극적 재미가 보장된 장희빈이란 소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며 눈길을 끌지 못했다.

송승헌의 거친 남자 변신으로 주목받는 '남사'는 사정이 좀 낫다. 시청률 순위에서 대부분 1위를 달렸다. 하지만 1위라고 말하기에 부끄러운 수준이다. 비정상적인 극 전개로 비난을 받으며 5월30일 방송에서는 1위임에도 전국 9.9%라는 굴욕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상파 수목 드라마들의 전체적인 부진 속에 거둔 빛 바랜 영광인 셈이다.

왜 이들은 또다시 성공하지 못한 걸까? 누리꾼들이 지적하듯 김태희와 송승헌에게 모든 책임이 있는 걸까?

▲미스 코리아 김태희, 싹이 드디어 보인다

'장옥정'의 실패는 배우 혼자서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기에는 무리가 있다. 기획부터 연출 모두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대중들이 갖고 있는 역사관념을 넘어서려면 잘 짜여진 대본과 설득력 있는 연출, 매력적 연기가 갖춰져야 했는데 이를 제대로 만족시키는 요소가 하나도 없었다. 기존관념을 넘어선 혁신적인 발상을 매끄럽게 가공해내지 못한 만듦새는 거부감만 들게 했다.

2013년 새로 등장한 장희빈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장옥정'은 역사는 승자의 시선에서 쓰여진다는 발상의 전환에서 이야기가 시작됐다. 장희빈이 조선 최초 패션 디자이너라는 설정하에 그동안 씌워진 질투와 모략으로 설명되는 악녀 이미지를 지우고 한 남자를 열정적으로 사랑한 순수한 모습으로 재창조됐다. 일단 발상만 들으면 참으로 신선한 시도다. 소설로는 한번쯤 책을 집어들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할 만큼 솔깃하다.

그러나 10대부터 80대 노인까지 모두 보는 지상파 방송에서 드라마로 옮겨질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긴 호흡의 드라마로서는 대중들이 공감하기에 무리가 많은 시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기획 초기 몇몇 톱여배우들이 '장희빈'이라는 인물 때문에 관심을 가졌다가 발을 슬며시 뺏다.

'장옥정'이 방송된 초반에는 많은 이들의 우려대로 실제 역사와 확연히 다른 인물묘사와 최초의 패션디자이너란 설정은 신선함보다 생경함으로 다가왔다. 조선시대에 마네킨과 하이힐이 등장하는 무리수 장면들은 시청자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또한 새로운 설정을 설명하기에 바쁜 대본과 연출은 채널을 돌아가게 만들었다.

이런 분위기에 휘둘린걸까? 방송 초반 김태희는 역할에 몰입하지 못하는 어색한 연기를 선보이며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모든 비난의 화살이 김태희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중반 이후 반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무리한 설정을 버리고 이순과 장옥정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살아남기 위해 악녀가 돼 모든 걸 갖게 되지만 결국 사랑 때문에 모든 걸 놓치게 되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면서 시청자들의 마음이 돌아섰다. 장희빈 소재 드라마 고정 시청자층인 중장년보다 젊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마니아 드라마'반열에 올라섰다.

김태희에 대한 평가도 호의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몸을 사리지 않은 열연에 시청자들이 그 진심을 드디어 알아주기 시작했다. 연기적 기술은 부족하지만 열정이 가득한 감정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누리꾼들의 질타도 "이제 연기력 논란은 곧 종식될 것이다 ""드디어 연기자로서 가능성을 봤다""새로운 장희빈상을 잘 소화해냈다"등과 같은 칭찬과 격려로 많이 돌아섰다.

▲미스터 코리아 송승헌, 깊어졌지만…

'남사'는 제작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성공이 담보돼 있었다. 지난해 '적도의 남자'로 호평받은 '스타작가' 김인영 작가와 MBC에서 가장 기대를 많이 받고 있는 김상호 PD의 조합에 송승헌의 만남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 송승헌의 변신도 눈길을 끌었다. 겉모습은 건달출신답게 다크 포스가 가득한 건달 출신 사업가지만 열두살 어린 여자를 향한 지고지순한 로맨스를 펼치는 이중적인 모습은 연기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졌다.

그러나 무엇이 잘못됐을까. '남사'는 기대와 다르게 밋밋한 멜로 드라마에 머물고 말았다. 치정극답게 시청자들의 말초신경을 건드릴 만한 사랑과 배신, 질투,집착의 파노라마가 펼쳐졌지만 설득력 없는 캐릭터 묘사와 개연성 없는 전개가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했다.

그 중심에는 송승헌이 연기하는 '호구남'한태상이 있다. 작가와 연출이'한류스타'송승헌에 맞게 캐릭터를 재가공하면서 시놉시스상에서 예정돼 있던 독기, 살벌함이 사라졌다. 또다시 송승헌이 단골로 연기해온 착해도 너무 착한 순수한 로맨티스트로 되돌아간 것이다.

한태상이 법 없이도 살 만한 천사가 되면서 상대역인 미도(신세경)와 재희(연우진)의 캐릭터는 비호감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미도가 재력과 성품 모든 걸 갖춘 지고지순한 완벽남 태상을 두고 재희와 사랑에 빠지는 모습이 설득력이 떨어진 것이다. 나이차 나는 건달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을 후원해온 평생의 은인을 배반하며 이어가는 금기의 사랑에서 오는 긴장감이 사라지니 극적 재미가 급감하면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게 됐다.

송승헌의 연기는 확실히 경력에 맞게 많이 깊어졌다. 우수에 찬 남성의 격변하는 감정을 잘 소화해냈다. 그러나 깊이는 깊었지만 넓이는 늘어나지 못해 아쉬움을 더했다. 캐릭터의 상황은 드라마틱하게 변해가지만 내면에 숨어 있는 다른 얼굴을 끌어내지 못했다.

결국 김태희와 송승헌 올 상반기에도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배우로서 한뺨 발전된 모습은 분명히 보였다.

이에 대해 한 드라마 제작자는 김태희와 송승헌의 연기에 대한 대중들의 냉소적인 시선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는 "두 사람은 카메라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발휘하는 최고의 스타다. 모두가 전도연, 김윤석일 필요는 없다. 두 사람의 스타성이 갖고 있는 미덕도 분명히 있다. 색깔이 다른 이들에게 무조건 '연기파 배우'가 되라는 건 무리한 요구다. 그들만의 장점을 봐주는 시선도 분명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재욱기자 jwch6@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