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 위기론이 팽배한 가운데 그가 정면승부에 나섰다. 지난 6월 중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처리를 놓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으면서 불거졌던 ‘교체설’에 맞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 손보기가 그것이다.

그런데 채 총장의 승부수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승산이 있다는 측과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채 총장이 ‘위험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이 나온다.

‘채동욱 위기론’의 진원지인 청와대와 검찰 일부에서는 채 총장이 원 전 원장 기소 문제로 여론을 악화시켜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고 있는 데다 전 전 대통령 추징금 집행을 과도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채 총장이 자신의 입지를 위해 계속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한 고위직 인사는 “채 총장이 살아남기 위해 결사적인 저항을 하는 듯하다”는 말까지 꺼냈다.

얼핏 청와대와 검찰의 기류는 국민 일반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원 전 원장 수사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리기도 하지만 전 전 대통령 추징금 집행과 비자금 수사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동욱 위기론’을 거론하는 청와대와 검찰 관계자는 ‘국민 정서론’과는 다른 견해를 밝혔다. 채 총장이 오히려 국민 정서에 터잡아 ‘원칙’과 ‘본질’에서 벗어난 수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포퓰리즘적, 또는 한건주의식 수사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채동욱 부담스러운 존재?

‘채동욱 위기론’을 설파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논리는 ‘박근혜정부 부담론’이다. 채 총장의 ‘무리수’가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거나 추진 동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표적인 예로 원세훈 전 원장 수사를 든다. ‘원칙’대로 했으면 별 문제 없이 넘어갔을 사안인데 무리한 수사로 국론 분열을 가져와 박근혜정부에 ‘짐’을 떠안겼다고 비판한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은 박근혜정부 첫 공안 사건으로 대선 전부터 논란이 돼 왔다. 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 또는 ‘댓글녀 사건’으로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직원을 동원해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대선에 개입했는가, 그리고 이것이 대선에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것이 최대 쟁점이었다.

이에 대해 채동욱 총장의 검찰은 두 가지 쟁점을 모두 사실로 봤다. 검찰은 6월 14일 ‘국정원 정치-대선 개입’ 수사 발표에서 국정원이 대선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것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은 원세훈 전 원장이 월례 부서장회의와 매일 아침 브리핑을 통해 사실상 국내 정치 관여 및 선거 개입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원 전 원장이 선거법 제85조 1항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및 국정원법 제9조 ‘국정원의 국내 정치관여 금지’등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원 전 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및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원 전 원장 불구속 기소에 대해 여야는 서로 ‘다른 불만’을 토로했다. 여당은 선거법을 적용한 것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야당은 솜방망이 처분으로 면죄부를 줬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국정원 직원의 댓글 중 검찰이 선거개입이라고 적용한 것은 67건으로 전체 댓글 1,760건의 3.8%에 불과하고 이것이 원 전 원장의 지시에 의해 작성된 댓글인지도 의문”이라며 “검찰이 원 전 원장에 대해 선거법 위반을 적용한 것이 옳은지 면밀히 재검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수사기관은 물론이고 법질서가 조롱당한 것”이라며 “검찰 수사를 면죄부 수사, 축소 수사로 몰아간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곽상도 민정수석의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원 전 원장 구속 수사 여부를 둘러싸고 벌인 검찰과 청와대의 힘겨루기는 여론을 크게 악화시켰다. 검찰이 원 전 원장을 구속하기로 결론을 내린 데 대해 황교안 법무장관이 법률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게 발단이 됐다. 여기에 곽상도 민정수석이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압력을 행사했다는 민주당 신경민 최고위원의 ‘청와대 외압설’제기는 사태를 더욱 키웠다. 그리고 6월 11일 문화일보 보도는 정점을 이뤘다. 신문은 윤석열 수사팀장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총선, 대선에 개입하라고 지시한 것은 명확한데도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는데 장관이 틀어쥐고 있으면 방법이 없다“는 윤 수사팀장의 발언도 공개했다.

이런 정황에서 검찰이 원 전 원장을 불구속 기소하자 여론은 들끓었다. 1인 시위와 촛불집회가 전국적으로 확산됐고, 대선 무효와 박근혜정부를 부인하는 구호도 늘어났다. 여론도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가 7월 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선때 국정원의 활동이 선거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지를 묻는 질문에 54.4%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응답한 반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응답은 39.2%였다.

‘채동욱 위기론’주창자들이 집중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 즉 여론 악화다. 청와대 관계자는 “황교안 법무장관이나 곽상도 민정수석 이름이 거론된 것만으로도 배후에 대통령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면서 “사안을 ‘원칙’대로 수사하면 되는데 채 총장의 사심(私心)이 작용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리 적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소를 하려면 범죄 요건이 충족돼야 하는데 댓글이 대선에 영향을 주었다는 결과가 없는 상황에서 선거법을 적용한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댓글 사건 자체만 놓고 보면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 수사는 처음부터 무리였다고 덧붙였다.

국정원 댓글 사건 실체

청와대와 검찰 일부에서 제기하는 ‘채동욱 위기론’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인사권을 쥐고 있는 권력과 현실 여론의 간극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결국 국정원 댓글 사건의 ‘실체’, ‘진실’이 결론을 낼 것이라는 게 이해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의 핵심은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느냐 하는 것과 이로 인해 박 대통령의 당선에 영향을 주었는가 하는 점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최종 득표율 51.55%(1,577만 3,128표)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48.02%(1,469만 2,632표)에 앞서 108만여 표를 더 얻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담당한 검찰 수사팀에 따르면 원세훈 전 원장은 2009년 3월 심리전단을 독립 부서로 만든 뒤 이후 4개 팀 70여 명으로 확대 개편해 운영했다. 2010년 4월∼지난해 12월 이들이 작성한 게시글과 찬반클릭 수는 각각 5,333건과 5,169건이다. 게시글 가운데 선거 관련 글은 230건으로, 이 중 73건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야당 후보를 반대하는 취지의 글로 분류됐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을 반대하는 글이 각각 37건과 32건이었고, 안철수 후보를 반대하는 글이 4건이었다.

수사팀 발표를 근거로 하면 이런 수준의 댓글 수와 댓글을 접한 유권자들로 인해 박 대통령의 당선이 달라졌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실제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최근 발간한 ‘제18대 대통령 선거 투표행태’ 선거 자료집에서도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슈가 후보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검찰이 발표한 댓글의 내용에 비춰 원 전 원장이 대선에 개입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선거 개입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지만 국정원 관계자나 전문가들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단정했다.

국정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정원이라는 국가 정보기관이 무려 70명에 이르는 인력을 갖고 고작 댓글 몇 개를 다는 수준의 활동으로 대선 지원에 나섰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려고 했다면 직원 한 명이 하루 100개씩만 댓글을 달아도 대선까지 100만 개가량이 되는데 겨우 몇 백개 댓글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했다.

검찰 고위직의 한 인사는 “범죄가 성립하려면 기본적으로 ‘범의(犯意)’가 있고, 결과가 있어야 하는데 댓글로 봤을 때 국정원장이 대선에 개입한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고, 대선에 영향을 미친 결과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시각도 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권에서는 친박(친박근혜), 친이(친이명박) 인사 구분 없이 원세훈 전 원장이 주도해 국정원이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원했다는 데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간의 ‘불편한 관계’를 고려할 때 이 전 대통령 사람인 원 전 원장이 수장으로 있는 국정원이 박근혜 후보를 밀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대선 때 박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 간에는 친이계 대선 후보들의 박 대통령 흠집내기를 비롯해 이 전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구속과 특별사면에 대한 대립, 이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 등 ‘내전(內戰)’양상마저 보였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촛불시위로 상징되는 민심 이반을 가장 우려한다. 자칫 이명박정부를 흔들어놓은 촛불집회와 같은 형태로 확산될까 긴장하고 있다.

최근 촛불시위는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구호와 방식 등이 MB정부 당시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만 시위 열기와 국민들의 참여가 MB정부 때에 크게 못 미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사건의 속성과 SNS 등의 위력을 감안할 때 폭발적인 촛불시위는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

여권은 이러한 민심 이반에 검찰의 무리한 국정원 수사가 빌미를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사안을 법리에 따라 있는 그대로 적용하면 되는데 한건주의식 과욕이 큰 화를 불렀다는 판단이다. 게다가 채 총장이 윤석열 수사팀장을 비롯한 수사관계자들과 술까지 함께하면서 국정원 수사를 독려했다고 한 언론이 보도하면서 청와대는 크게 격앙했다는 후문이다.

여권은 이러한 수사의 정점에 채동욱 총장이 있다고 보고 책임을 묻겠다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의 입이자 복심으로 통하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채동욱 총장은 이명박 정부가 지명한 검찰총장”이라며 직격탄을 날린 것은 국정원 수사에 대한 청와대의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전두환 손보기 자충수 되나

‘채동욱 위기론’을 펴는 여권에서는 그 근거의 하나로 검찰의 전두환 전 대통령 자금 추적을 든다. 청와대 일부에서는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불법 자금에 대해 수사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채동욱 총장의 ‘다른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한다.

청와대의 친박 핵심 인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 자금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배경이나 현재 추징금을 집행하는 과정을 보면 채 총장의 ‘의도’를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나 추징금 집행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원세훈 전 원장이라고 한다.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수사 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 자금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는 것이다.

실제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는 느닷없이 이뤄졌다. 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뇌물로 비자금을 축재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997년 대법원에서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았으나 아직까지 1,672억원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올 초까지 전 전 대통령 자금에 대해서는 검찰이나 다른 국가 기관 어느 곳에서도 거론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 5월 21일 채 총장은 대검찰청 간부들과의 주례회의에서 전직 대통령이 미납한 추징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특별 대책을 지시했고, 서울중앙지검에 대규모 전담팀이 꾸려졌다. 원 전 원장이 전 전 대통령 자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당시 거론된 전 전 대통령 일가 자금은 바로 국민의 이목을 끌었고, 현재는 추징금 집행이 웬만한 이슈를 덮을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키며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그렇다면 원 전 원장은 왜 전 전 대통령 자금 얘기를 갑자기 꺼냈을까. 청와대와 검찰 관계자들은 원 전 원장이 검찰과 정치권의 압박을 피하거나 맞대응 하기 위해 회심의 카드로 사용했다고 본다. 일부에서는 검찰 수사가 원 전 원장을 넘어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하는 것을 알고 이전 대통령이 지시해 원 전 원장이 반격 카드로 전 전 대통령 자금을 건드렸다는 말도 나온다.

여권과 검찰 일부에서는 전 전 대통령 자금이 박 대통령에게 부담이 됐고, 야권의 공격 빌미가 됐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이명박-박근혜 전쟁’의 일환이라는 해석으로 박 대통령을 압박해 검찰의 칼날을 무디게 하려는 이명박-원세훈의 고도의 전술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박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 자금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야당은 박 대통령이 1979년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6억 원을 정치 쟁점화했다. 지난 6월 1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박 대통령이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6억 원을 사회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당선 후 6개월 동안 아무런 언급이나 실천이 없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도 비난에 가세했고, 촛불집회에서 공격의 타깃이 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원 전 원장이 꺼낸 전 전 대통령 자금 카드를 채동욱 총장이 덥석 물어 쟁점화되면서 박근혜정부에 큰 부담을 안긴 꼴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구나 전두환 전 대통령 압수수색으로 대다수 사안들이 묻히면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도 조명받지 못하고 가려지고 있다.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서는 박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과의 ‘악연’을 거론하며 이번 전 전 대통령과 일가에 대한 압수수색이 그러한 배경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박 대통령의 정치 보복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잘 알고 있는 원로들은 전혀 다른 견해를 내놨다. 오랫동안 박정희 대통령을 보좌했던 한 인사는 “요즘 언론에 나오는 얘기들은 두 사람 간의 관계를 모르고 일부 방송이나 책에 나온 것을 잘못 해석한 데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그는 두 사람이 박정희 대통령을 매개로 깊은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방송 인터뷰와 자서전에서 5공 시절 경험과 당시 인사들에 대해 서운함을 표현한 것은 5공 정부에 과잉 충성한 일들과 일부 변절한 사람을 두고 한 말이지 전 전 대통과는 무관하다는 게 원로의 설명이다.

이 원로는 박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 간의 ‘신뢰’에 대해 박정희 대통령의 유훈과 관련있다고 말했다. 그 유훈에 대해 원로는 남북통일의 기반을 이루는 것으로 전 전 대통령도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 그는 말을 아끼며 “’물적 토대’로 향후 역사의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대북 관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이전 정부와 다르게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는 것은 부친의 유훈을 제대로 이행하는 것이라고 원로는 설명했다. 그는 전 전 대통령이 직간접으로 박 대통령의 대북 행보에 상당한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일가를 전방위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법에 따른 것이지만 박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 간의 관계에서 보면 ‘엇박자’로 해석될 수 있다. 더구나 전 전 대통령 자금에 대한 수사를 이명박-원세훈의 합작품으로 본다면 박 대통령이 껄끄럽게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 원 전 원장이 전 전 대통령 문제를 끄집어 낸 진짜 이유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담보로 한 승부수일 수 있기 때문이다.

채동욱 총장은 17일 전 전 대통령 추징금 집행과 관련, “범죄 혐의가 포착되면 수사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밝히고 수사팀을 강화했다. 전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한 소환과 구속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채 총장의 적극적인 행보가 ‘교체설’과 무관하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채 총장이 ‘전두환 일가 손보기’를 통해 위기를 벗어나려는 ‘위험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검찰 조치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채 총장에 대한 인사는 사실상 어렵고 또 다른 ‘저항’을 불러 올 수 있다”며 “채 총장이 그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장관을 지낸 한 원로는 “박근혜정부가 임기내 가장 역점을 두려고 하는 것이 남북관계”라면서 “전 전 대통령이 박 대통령의 대북 행보를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수사를 과도하게 할 경우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채동욱 총장의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해 ‘끝장’수사를 하려는 모양새다. 그만큼 국민의 응원 소리도 높다. 반면 청와대와 검찰 일부에서는 ‘과속’과 ‘의도’를 경계하고 있다. 채 총장의 위험한 승부수가 통할지, 아니면 역풍을 맞게 될 지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박종진기자 jjparkq@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