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낙하산' 타고 슝~슝 "그 나물에 그 밥" 비판 목소리공항업무 경험 없는 김석기 사장 노조원들에 막혀 출근도 못해TK 모피아 출신 최경수 이사장 청와대 개입설 떠돌며 곤혹교직원공제회 43년 역사상 첫 정치인 출신 이사장 구설수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
"최근 공기업, 공공기관 등에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해서 보낸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고 있다. 이는 국민께도 큰 부담이 되는 것이고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 직후인 지난해 12월 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MB정부의 낙하산 인사 관행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한 말이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부터 노무현 정부의 코드인사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던 박 대통령은 제18대 대선 후보 당시 정치쇄신 공약으로 '낙하산ㆍ회전문 인사 근절'을 강하게 내세우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말 바꾸기는 지난 3월 열린 첫 국무회의에서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선원칙을 천명하며 시작됐다. 이후 '나홀로인사', '불통인사'라는 말까지 들을 만큼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골라 쓰던 박 대통령은 결국 고위공직자들이 줄줄이 낙마하는 '인사참사'를 겪고 대국민사과를 하기까지 이르렀다.

인사참사 이후 함께 중단됐던 공공기관장 인사가 지난달 초 재개, 이달부터 절정을 맞고 있다. 수장 자리가 공석인 공공기관을 필두로 지난달부터 공모절차를 진행해오고 있으며 그 중 일부는 이미 신임 수장을 결정했다.

그러나 새롭게 결정된 수장이나 내정된 인물 중 절반 가까이가 또다시 '박근혜 낙하산'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후보자 면접도 하기 전에 청와대와 밀접한 관계를 지니는 특정인물 내정설이 나돌고 실제로 해당 인물이 신임 공공기관장에 오르는 현상이 비일비재한 까닭이다. 이에 <주간한국>에서는 지난 한 달간 신임 공공기관장에 선임된 인물 중 '박근혜 낙하산'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들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용산참사 잊혀졌나

신임 공공기관장 중 가장 뜨거운 논란을 빚고 있는 사람은 바로 이다. 한국공항공사는 지난 4일 주주총회를 열고 김 사장을 신임사장으로 선임했다. 그러나 김 사장은 지난 7일 첫 출근을 시도하다 한국공항공사 노조원들에게 막혀 돌아가는 등 여전히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날 이시우 한국공항공사 노조위원장은 "공항업무에 아무런 경험도 없는 김석기가 그저 '보은인사'로 사장이 된다면 이는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김 사장의 사퇴가 이뤄질 때까지 매일 출근을 저지하고 천막농성을 벌이겠다"고 출근 저지 투쟁에 돌입했음을 선포했다.

김 사장의 한국공항공사 사장 취임이 논란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이던 2009년 당시 용산 남일당 건물에서 농성을 벌이던 세입자들에 대해 강경진압을 명령, 경찰 포함 6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용산참사'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이에 용산참사의 유가족을 비롯한 범국민대책위원회는 한국공항공사 노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과 함께 김 사장의 취임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상태다.

흥미로운 것은 김 사장이 사실 박근혜 대통령보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가까운 인사라는 점이다. 이 전 대통령의 'TK(대구ㆍ경북) 인맥' 핵심이었던 김 사장은 '용산참사'의 책임을 지고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 일본 오사카 총영사 등 수차례 'MB 낙하산' 인사의 특혜를 받아왔다. 제19대 총선 당시 박 대통령이 진두지휘했던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이에 불복하고 무소속 후보로 나서는 등 '김석기-박근혜' 간의 연결고리는 찾기 쉽지 않다.

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
민주당 주승용 의원에 따르면 김 사장과 박 대통령을 이어주는 매개체는 '영남대'인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이 한국공항공사 사장 후보로 처음 언급됐을 당시 주 의원은 "1978년 영남대학교를 졸업한 김 사장은 현재 동 대학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남대의 전 이사장인 박 대통령과의 연관성에 강한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친박 실세들이 밀어줘

최경수 한국거래소 신임이사장은 지난 1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 상태다. 최 이사장 역시 TK출신의 전형적인 모피아 출신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경력도 지니고 있어 대표적인 '박근혜 낙하산'으로 꼽힌다.

1975년 김천세무서 총무과장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중부지방국세청장, 조달청장을 지낸 최 이사장은 경제관료 출신으로 현대증권 사장을 역임하는 등 관계와 민간의 관련 경험까지 두루 갖췄다는 측면에서 공모 전부터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경력과 무관하게 최 이사장의 한국거래소 이사장 선임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됐다는 소위 내정설이 돌면서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실제로 금융업계 내에서는 한국거래소 이사장 공모 전부터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최 이사장에게 내정 사실을 후보 면접(13일)이 이뤄지기도 전인 9일에 이미 통보했다"는 소문이 비중있게 돌았다. 박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리던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과 최경환 원내대표가 최 이사장을 추천했다는 내용도 함께 들렸다.

박보환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이에 한국거래소 노조원들은 최 이사장의 내정설이 나돌 때부터 재공모를 촉구하며 강도 높은 반대투쟁에 돌입한 바 있다. 최 이사장 선임 이후에는 서울사옥 1층 로비에서 출근 저지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유흥렬 한국거래소 노조위원장은 "최 이사장은 현대증권 사장 재임 시절 선박펀드와 현대저축은행의 투자 실패 책임이 있다"며 "능력도 자질도 안 되는 인사가 연줄로 이사장을 맡는 것은 한국거래소의 미래를 위태롭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모 중 취임계획서 나돌아

이상무 한국농어촌공사 신임사장은 여타 '낙하산'들에 비해 자신이 맡고 있는 공공기관의 업무를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이 사장은 1971년 공직에 입문한 뒤 농어구조정책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거치며 27년간 농림수산부에서 재직한 농림통이다. 이후 세계농정연구원 이사장, 아시아태평양농업정책포럼 의장, 농어업 농어촌 특별대책위원장 등을 역임한 까닭에 농어촌 발전계획이나 농정개혁 추진방안 등 미래의 사업기획을 구상하는데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박근혜 낙하산' 논란에도 불구, 한국농어촌공사 노조와의 갈등이 비교적 적은 것도 이 사장의 경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사장은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공모절차를 거치는 중에 취임계획서가 나돌며 내정설에 휘말린 바 있다. 해당 문건에는 이 사장이 취임 후 진행될 사안들이 상세하게 기재돼 논란을 빚었다.

이상무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이 사장은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행복한 농어촌 추진단장을 맡으며 박근혜 대통령과 관계를 맺었다. 이 같은 인연으로 박근혜 정부의 초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력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이헌재 사단'으로 내정설

신용보증기금은 1976년 준정부기관으로 설립된 이래 내부인사가 이사장이 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신용보증기금 노조가 이번처럼 이사장 선임을 반대했던 적은 없었다. 그만큼 서근우 신임이사장에 대한 평가가 박하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다.

서 이사장은 연구원과 마피아의 합성어인 '연피아'로 분류되는 사람으로 금융감독위원회 자문관,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 실장,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DJ정부 시절 IMF 외환위기 당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당시 금감위원장) 밑에서 부실기업을 처리한 서 이사장은 그 인연으로 박근혜 정부 들어 보험연구원장, 한국은행 부총재보 등 금융공공기관장 유력 후보자로 자주 거론됐다. 이번 인사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또한, 서 이사장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과도 긴밀한 관계라고 알려져 있다.

서 이사장의 경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공모를 위한 임원추천위원회가 구성되기도 전에 내정설에 휩싸였다. 서 이사장의 첫 출근을 강력히 저지한 신용보증기금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공모 공고가 나가기 전부터 내정설이 나오는 바람에 지원의사가 있던 능력 있는 후보들이 부담을 느껴 원서를 내지 못했다. 지난 1일 취임식을 가지려 했던 서 이사장은 노조의 저지 투쟁으로 출근조차 하지 못하다가 이튿날 오후 5시가 돼서야 간신히 자신의 사무실에 입성할 수 있었다.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비 교육부 관료로는 처음

지난달 30일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 선임 결과는 세간의 구설을 낳기에 충분했다. 43년 한국교직원공제회 역사상 처음으로 교육부 관료가 아닌 정치인 출신이 이사장에 오른 것이다. 새누리당 4선 의원 출신의 이규택 이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중앙일보 출신으로 14대부터 17대까지 4선 연임에 성공한 이 이사장은 친박연대를 창당해 공동대표까지 지낸 바 있는 '성골 친박'이다. 2008년 공천에서 탈락한 이후 미래희망연대 공동대표와 미래연합 대표최고위원을 거쳐 현재 서울종합예술대학교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앞으로 자산총계 21조원의 한국교직원공제회를 이끌어야 하지만 자산운용 경력은 전무하며 실질적인 교육 관련 경력도 국회 상임위원회 교육위원장 2년밖에 없다.

누가 봐도 '박근혜 낙하산'인 이 이사장 선임에 대해 한국교직원공제회 노조의 반발도 극심했다. 이사장 재공모를 촉구하며 반대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교직원공제회 노조 측은 "보통 두 달 기한을 갖던 임원추천위원회가 이번에는 20일 만에 진행됐고 물망에 올랐던 이들도 막판에 응모하지 않는 등 이상한 얘기가 많았다"며 "이 이사장의 선출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보은 인사일뿐"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인 출신 다수

이규택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
그밖에 지난 한 달간 새로 선임된 공공기관장들 중 '박근혜 낙하산'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치인 출신 인사들도 여럿 있다. 바로 , , 등이다.

한국철도공사는 정창영 사장이 지난 6월 퇴임한 이후 한 달 만인 7월 말부터 공모절차를 진행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임원추천위원회 의원들을 상대로 인사 청탁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재공모가 결정됐다. 새롭게 선임된 최 사장은 한국철도공사 부사장 및 한국교통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바 있다. 그러나 최 사장은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 당적으로 대전체서 출마하기도 했고 최근까지 대전 서구을 당협위원장으로 재직한 바 있어 구설을 낳고 있다.

박 원장은 20년간 명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물리학회 부회장, 세계물리연맹 여성실무그룹 위원장, 아시아태평양물리연합회 집행위원 등을 지낸 바 있다. 이후 18대 국회의원으로 당선,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위원으로 활동하며 과학기술 관련 정책제안과 제도개선안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 자리에 정치인이 자리잡은 것은 처음이라 박 원장도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래도 관련 경력이 있는 최 이사장, 박 원장에 비해 박 이사장은 산림ㆍ공원관리 경험이 전혀 없음에도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며 구설을 낳았다. 영남대 출신으로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 이사장은 박근혜 대통령 대선 당시 유세지원단장을 맡은 바 있다.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