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전문가 활약 돋보여… 초선·대선후보 기대 이하당 3역, 상임위 간사 무난한 국감… 비례대표 일부 외에 역할 못해시민운동·운동권 출신 전문성 부족으로 졸속 국감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중진ㆍ전문가 활약 돋보여…초선ㆍ대선후보 기대 이하

시민단체, 운동권 출신 ‘한계’ 드러내

비례대표 전문성 못 살려 제도 회의적

당 3역, 상임위 간사 대체로 무난해

제19대 국회 2차년도 국정감사가 2일 막을 내렸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
이번 국감은 여러 면에서 ‘첫 국감’이라는 데 의의가 크다. 우선 올 초 출범한 박근혜정부에 대한 첫 국감이다. 또한 정부조직 변경에 따라 상임위원회가 새로 재편된 후의 첫 국감이다. 아울러 지난해 국감이 대선으로 인해 유명무실했던 터라 사실상 정식 첫 국감인 셈이다.

그러나 ‘첫 국감’은 국민보다 당리당략에 함몰된 부실한 국감으로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국정감사를 감시하고 분석한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C학점을 매겼다. 파행과 생색내기 국감으로 인해 국감의 본질에서 벗어났다는 평가에서다.

이렇듯 국감에 대한 낮은 평가 속에서도 국감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는 정책감사와 대안제시 등으로 모범을 보인 의원들도 있다. 이들 ‘국감 스타’들의 면모를 살펴봤다.

중진들 관록 과시

파행과 부실 감사로 얼룩진 국감이 그나마 C학점의 평가를 받은 데는 국감을 몇차례 치룬 중진 의원과 전문가 출신 의원들의 활약 덕이 컸다.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
다선 의원 중 4선의 민주당 박병석 의원(외교통일)은 해외 국감 등으로 실제 국감 일정이 짧은 가운데서도 돋보이는 활약을 했다. 무게 있는 질의와 대안제시는 물론, 특히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제도 발전방안’ ‘남북협력기금 활용방안’ ‘한미방위분담금 협상관련 쟁점’ 등의 자료집을 발간해 국감의 모범을 보였다.

지난해 NGO모니터단으로부터 국감 우수 의원으로 선정된 민주당 이낙연 의원(기획재정)은 4선의 중진임에도 통계조사를 토대로 피감기관에 수치를 제시해 쩔쩔매게 하는 등 시종일관 초선 의원과 같은 열성을 보였다.

5선의 (안전행정)은 많은 나이(68)에도 불구하고 자료 수집부터 질의까지 매우 열심히 하는 보였고, 중진다운 안정적인 국감으로 후배 의원들의 귀감이 됐다. 단, 지방 국감에 일부 불참한 것은 ‘옥의 티’였다.

기업인(대우) 출신으로 당 정책위의장, 원내대표 등을 거친 4선의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기획재정)은 노련함에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피감기관의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4선의 민주당 추미애 의원(산업통상자원)도 에너지 공기업의 부채, 한국수력원자력 비리 문제 등 중진다운 노련함으로 피감기관을 압박했다는 평가다.

새누리당 김종태 의원
전문가 출신들 맹활약

이번 국감에서는 전문가 출신 의원들이 맹활약했다. 전직 장관, 고위 관료, 당직자 출신으로 국정 경험이나 해당 분야에서 오래 활동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감의 전형을 보여준 것.

재정경제부 차관과 특허청장을 지낸 2선의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기획재정)은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의 국감에서 피감기관을 제대로 알고 질의했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도 보였다.

검사장 출신인 2선의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기획재정)은 정부 세출 분야의 누수를 지적하고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한 법제도의 정비를 제시하는 등 전문 분야를 활용했다.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정무)은 초선임에도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을 역임한 전문성을 두드러지게 발휘했다. 박 의원은 동양그룹 사태의 원인에서 재발방지, 피해자 보호를 위한 대책까지 이끌어 냈고, 주택금융공사ㆍ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산하기관 등에 대해서는 서민경제와 지역 경제발전을 두루 살피는 정책 국감으로 당 자체 국감 우수의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낸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기획재정)은 초선임에도 전문성을 앞세워 피감기관을 강하게 압박했다.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
2선의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산업통상자원)은 오랜 국회 보좌관과 당 활동 경험에다 성실한 준비와 피감기관이 꼼짝할 수 없을 정도의 질의 등으로 국감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주당에서는 행정자치부 장관, 건설교통부 장관, 국세청장 등을 지낸 2선의 이용섭 의원(기획재정)의 활약이 주목받았다. 이 의원은 피감기관의 속성을 잘 알아 송곳 질의와 대안 제시가 높게 평가받았다.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을 지낸 새누리당 2선의 홍문표 의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과 민주당 3선의 김우남 의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은 줄곧 해당 상임위에서 활동하면서 전문성을 보여왔다.

행정고시 출신인 새누리당 초선 이노근 의원(국토교통)과 2선인 이명수 의원(국토교통)은 각각 서울시 공무원, 노원구청장과 충남 금산 군수, 충남 행정부지사 를 지낸 지역 전문가로 자료를 충실하게 준비해 피감기관을 적절하게 감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능한 초선, 빛나는 스타

새누리당 윤명희 의원
이번 국감의 특징 중 하나는 초선 비중이 70%임에도 눈에 띄는 초선 의원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비례대표 초선은 여야를 불문하고 전문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제도(비례대표) 무용론까지 거론될 정도였다. 그럼에도 몇몇 초선들은 전문성과 성실함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검사 출신인 (법제사법)은 종북과 좌파에 대한 수사 방법을 정확히 구분해 제안하는 등 전문성이 돋보였고, 무엇보다 성실한 국감 태도를 보였다. 기무사령관 출신인 (국방) 역시 자신이 몸담았던 군 경력을 토대로 군 인사, 헬기장 문제 등 특색 있는 대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경찰 출신인 윤재옥 의원(안전행정)도 자신의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국감에 임했다.

새누리당 비례대표인 최봉홍 의원(환경노동)은 노동운동의 경륜을 바탕으로 현장성 있는 질의로 국감의 본보기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윤명희 의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은 농수산 분야 전문가 출신으로 국감 준비를 잘해 대안을 제시하고, 법안 개정 등을 제안하는 등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했다는 평이다.

야당에선 참여연대 출신인 민주당 김기식 의원(정무)이 두드러졌다. 과거 시민단체 경험을 토대로 정확한 사례를 들어 피감기관장들에게 질의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시각장애인인 민주당 최동익 의원(보건복지) 역시 일반인들의 네다섯 배 이상 노력을 기울여 피감기관을 정확히 알고 제대로 질의하였다는 평가다.

민주당 박수현 의원(국토교통)은 국감 시작 30분 전에 미리 나올 정도로 열성을 보였다. 국토교통부의 철도민영화 추진 계획과 KTX 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인 근거 자료를 제시하며 날카롭게 지적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사실을 폭로해 눈길을 끌었다.

새누리당 최봉홍 의원
민주당 박완주 의원(산업통상자원)은 민간발전사에 대한 정부의 특혜 의혹, 석유공사 해외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자 문책 등을 지적해 정책국감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기획재정)은 성실한 준비로 대기업 특혜 문제를 여러 차례 지적한 점이 평가받았다.

당 3역 무난, 간사들 활약

여야 당 3역과 상임위 간사들은 본연의 직책으로 국감에 불리한(?) 측면이 있었으나 대체로 무난했다는 평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국정원 사건, 교과서 논란 외에 장외투쟁 등의 복잡한 상황에서도 국감의 기본은 수행했다는 평가다..

특히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는 국감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핵심적인 질의와 대안까지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국감 출석이 매우 불량했다는 평이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
상임위가 파행으로 얼룩지면서 간사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특히 법사위의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과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파행을 막아가며 국감에도 충실했다는 평이다. 이춘석 의원은 짧은 국감에도 정책 질의를 하나라도 더 할려고 해 희망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국감 첫날부터 교과서 문제로 파행한 것을 비롯, 가장 파행이 심했던 교육문화체육관관위에서는 새누리당 김희정 간사가 성실한 국감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환경노동위 민주당 간사인 홍영표 의원은 정책자료집을 내고 질의와 대안 제시 등 국감에 열심히 임했다는 평이다.

대선후보들 기대 이하

주목을 받은 대선후보들에 대한 평가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는 평이다. 국감에 빠짐없이 출석하는 등 성실함을 보였으나 눈여겨 볼만한 활약은 없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문재인 민주당 의원(기획재정)은 개인 블로그 ‘사람이 먼저다’ 에 국감 일정, 요지, 활동 등을 올리고 정책 제시 등 열성을 보였으나 피감기관에게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는 평이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보건복지)은 공식 사이트 ‘여러분과 안철수의 동행’에 국감 활동상을 알리는 등 적극성을 보였으나 정작 국감과 관련해선 “성실하나 감동이 없다”는 평이다. 질의도 구체성이 떨어지고 입법적 해결 제시도 미흡했다는 평이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보건복지)은 국감 활동을 알리는 사이트나 블로그를 찾기 어려웠고, 7선의 중진임에도 정책적 비전 제시가 미흡했고 질의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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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