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필벌, 세계 불황 극복 '돌파형'… 깜짝발탁, 젊고 실력 검증 '혁신형''성과주의' 인사 단행 LG그룹 박종석 MC본부장, 사장 승진사상 최고 실적 삼성·현대차 역대 최대 규모 '승진잔치' 예상총수 부재 CJ·SK·한화그룹 '젊은피 수혈' 위기 돌파 승부수

바야흐로 재계의 연말 인사 시즌이 돌아왔다. 직장인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다. 올해 인사 코드 중 하나가 '신상필벌'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세계 경제 불황에 따라 기업마다 경영위기 돌파를 위해 성과위주의 엄격한 인사가 주류를 이루리란 분석이다.

기회를 노려볼 만한 인사이기도 하다. 올해의 또다른 인사 코드가 '깜짝발탁'이기 때문이다. 기업마다 미래 먹거리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실력이 검증된 '혁신형' 젊은 인재들을 대거 발탁 승진하는 인사가 두드러지리란 견해가 나오고 있다.

재계의 연말 인사는 이듬해 기업 경영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한 지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올해 연말 인사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진 알 길이 없다. 그러나 기업마다 처한 상황을 미루어 인사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삼성ㆍ현대차 '신상필벌'

5대 그룹 가운데 첫 테이프를 끊은 건 재계순위 4위인 LG그룹이다. 지난 11월 27일 LG전자를 시작으로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구본무 회장의 인사관인 성과주의 인사가 강력하게 적용됐다.

실제 이날 2010년부터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 사업본부장을 맡아 온 박종석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박 부사장은 'G시리즈' 등 시장선도 제품으로 사업의 근본 체질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반면 실적이 부진했던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장은 교체됐다.

재계 8위인 GS그룹도 이날 정찬수 GS 경영지원팀장과 조윤성 GS리테일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44명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기준은 역시 실적이었다. 올해 대규모 영업적자를 낸 GS건설은 임원 62명 중 21명이 물러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다.

LG·GS그룹에 이어 국내 주요 그룹들도 연말 정기 인사가 잇따를 예정이다. 먼저 재계 맏형인 삼성그룹은 예년과 비슷한 12월 첫째주에 임원급 인사와 조직개편이 단행될 전망이다. 인사 기조는 LG·GS그룹과 마찬가지로 '신상필벌'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의 올해 연말인사는 어느 때보다 대규모로 진행될 것이란 평가다. 특히 올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승진잔치가 예상된다. 반면, 실적 부진과 함께 글로벌 개척이 더딘 내수업종은 문책성 인사가 이뤄지리란 전망이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삼성석유화학,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건설ㆍ중화학ㆍ금융 분야의 계열사다. 이들 회사는 수시인사를 진행해온 때문에 올해 구조조정을 상당부분 진행했지만 연말 인사시즌에 경고성 메시지가 전해질 수 있다 분석도 나온다.

또 다음달 초 제일모직 패션 사업의 삼성에버랜드 이관과 삼성SDS의 삼성SNS 합병 등 굵직한 사업재편이 완료되는 만큼 사장단 및 임원급의 이동도 상당 폭 예상된다. 여기에 경영권 승계를 완성하기 위한 사장단의 물갈이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핵심경영진이 다른 계열사로 옮겨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은 이미 이런 '깜짝인사'를 통해 적잖은 효과를 본 경험이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삼성전자 출신의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과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이다.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차그룹은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그룹 전체 정기인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정기인사에서는 제철부문 계열사 합병과 현대차, 기아차에 대대적인 인사가 예상된다. 특히 완성차 부문 품질관리와 관련해 독한 신상필벌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현대제철의 현대하이스코 냉연강판 부분 흡수 합병이 연말에 마무리될 예정인 만큼 임원 인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다른 계열사에서도 연쇄적인 인사이동이 예상된다. 증시상장으로 조직정비가 필요한 현대로템도 큰 폭 인사가 점쳐진다.

현대ㆍ기아차의 품질관리와 관련해서는 권문식 연구개발본부장, 설계담당 김용칠 부사장, 김상기 전자기술센터장 등의 사임에 따른 후속인사가 관심이다. 설계담당 부사장과 전자기술센터장 후임은 바로 임명됐지만, 권 사장의 후임인 연구개발본부장 자리는 아직 공석이다.

또 연구개발(R&D)과 품질 부문에서 대대적인 문책성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 '물 새는 싼타페'사건으로 파장이 작지 않았고, 해외에서는 리콜 사태가 이어지는 등 '품질 경영'기조를 무색케 하는 일들이 잇달아 벌어진 때문이다.

이밖에 해외법인에서의 인사도 주목된다. 당장 이르면 올해 안에 중국 충칭에 4공장을 착공할 예정이어서 일정 부분 조직 변화와 인사이동이 뒤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또 유럽시장 공략 강화를 위한 영업 부문의 인사가 예상된다.

그러나 그룹의 사장단은 연말에도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최근 그룹 안팎에서는 일부 선임 부회장 교체설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그룹 전체가 위기경영 체제로 돌아가는 만큼 변화보다는 안정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CJㆍSKㆍ한화 공백 메우기

이처럼 기업의 연말 인사 기조는 통상 '신상필벌'에 맞춰졌다. 그러나 총수가 부재한 그룹들은 사정이 다르다. 대부분 조직 추스르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사 시점도 제각각이다. 회장의 재판에 따라 인사가 늦춰지는가 하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당겨지기도 했다.

당장 검찰 수사로 이재현 회장의 부재를 맞고 있는 CJ그룹은 지난 10월 말 이미 정기 임원 인사를 마쳤다. 경영공백과 실적부진 등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앞서 지난 10월 초에는 이례적으로 수시 임원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CJ그룹은 정기 임원인사에서 변동식 CJ오쇼핑 공동대표와 강석희 CJ 경영지원총괄 겸 CJ E&M 대표이사를 총괄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신규 임원 20명 중 1970년 이후 출생자가 10명에 달하는 등 젊은 인재 발탁도 눈에 띄었다.

최태원 회장의 구속으로 경영공백을 맞고 있는 SK그룹도 마찬가지다. 예년보다 보름 정도 앞당겨 12월 초 정기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회장의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내년 사업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번 정기인사를 통해 전열을 가다듬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SK그룹의 정기인사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 회장이 적어도 대법원 판결이 예정된 내년 3월까지는 공백이 이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따라서 대대적인 인사보다는 분위기를 다잡고 조직을 안정화하는 쪽에 무게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등 호실적을 올린 계열사의 승진은 타 계열사에 비해 후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SK증권, SK해운, SK건설, SK네트웍스, SK컴즈 등 올해 실적이 급감한 계열사의 경우 인력이동 폭이 클 수 있다.

사장단 인사는 이미 지난 2월 SK와 SK네트웍스, SK E&S, SK해운, SK브로드밴드 등의 CEO가 교체됐기 때문에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기가 만료되거나 실적이 좋지 않은 CEO의 경우 교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부재가 지속되고 있는 한화그룹의 경우 CJ그룹이나 SK그룹과 반대로 인사를 늦출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보통 2월 초에 정기인사를 해왔다. 지난 인사 역시 예년보다 늦춰지다가 비상경영위원회가 출범한 직후 4월 말에야 단행된 바 있다.

특히 김승연 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가 내년 초로 예정되어 있어 그 이후 인사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인사 폭은 예년 수준인 5~6명의 사장단 인사가 예상된다. 재임기간이 3년 이상인 11명의 계열사 CEO 가운데 실적이 부진한 CEO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정준양 회장과 이석채 회장이 각각 사의를 밝힌 포스코와 KT의 인사 역시 후임 회장이 선임된 후에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회사는 새 회장이 취임할 때마다 큰 폭의 조직 개편과 인사가 단행됐던 점에서 이번 인사의 폭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변화보다 조직 안정"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11월21일 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이재성 사장을 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임원 인사는 12월 초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실적악화와 납품비리 문제가 불거진 만큼 대대적인 문책성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신세계그룹도 조만간 인사를 낼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서 큰 변화를 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말 양대 계열사인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대표이사와 그룹 전략경영실장 등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이밖에 한진그룹은 12월 혹은 1월 초에 임원 인사를 진행했으나 아직 정확한 시기는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통상 2월 임원급 인사를, 4월 내부 부장급 인사를 단행해 왔기 때문에 연말인사는 없을 예정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룹 별로 경영권 승계나 기업문화, 업황 등 처한 상황이 제각각이고 인사 원칙도 달라서 올해 연말 인사 방향을 예단하기 힘들다"면서도 "세계 경제 불황 등 위기상황이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변화보다는 조직 안정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