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ㆍ설송ㆍ여정 '숙청' 막후,'김씨 왕조'지키려 장성택 쳐내김경희 '힘'+ 설송ㆍ여정 특정 역할…김설송 '포스트 김경희' 유력조연준(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 張 제거 '행동대장' 역

김경희-김정은 군부와 손잡고 張측과 '돈의 전쟁'서 승리
군부 입지 강화 … 핵ㆍ미사일, 국지전 도발 가능 높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북한에서 발생했다. '장성택 숙청'이다. 북한내 다수와 주변국들조차 바라지 않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터진 것이다.

북한은 지난 8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숙청하기로 결정한 지 4일 만인 12일 장 전 부위원장을 특별군사재판 직후 사형에 처했다고 밝혔다.

장성택 숙청은 그가 최고 권력 실세로 김정은 체제를 전후해 북한의 미래를 설계하고 권력의 중심을 군(軍)에서 당(黨)으로 바꾸는 등 북한의 변화를 주도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인적, 물적 토대를 갖췄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사건이다.

향후 북한의 권력구도와 노선의 변화는 물론, 우리나라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지난 12일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에서 사형 판결이 내리기 전 끌려가는 장성택 모습.
장성택 숙청에 대해 여러 억측이 난무한 가운데 그 배경은 무엇이며, 이를 주도한 배후, 그리고 북한의 앞날 등에 대해 짚어봤다.

"있을 수 없는 일"발생

"있을 수 없는 불행한 사건입니다. 북한에서 장성택 위상이 어떠한데 그런 일이 발생합니까. 이건 반대 진영의 쿠데타입니다. 상식적으론 이해가 안 되는 일이죠."

북한 수뇌부와도 인연이 깊은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8일 '장성택 숙청'이 공개적으로 알려진 뒤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북한 소식을 전해 왔다. 한마디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북한을 지탱하는 양축인 군과 당의 주요 실세들이 '장성택 사람들'로 채워진 상황에서 장 전 부위원장이 숙청된 것은 누군가가 '비상 수단'을 썼다는 게 소식통의 판단이다.

장성택 숙청 '행동 대장' 조연준 제1부장. /연합뉴스
실제 군의 경우 최용해 총정치국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이영길 총참모장 등 실세 3인방이 장성택과 가깝다.

최용해는 1980년대부터 장성택과 인연을 맺어 왔으며 반당 행위로 숙청 위기에 놓였을 때 장성택에 의해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 지난해 총정치국장에 올라 이영호 전 총참모장을 대신해 숙군 작업에 나설 때도 장성택의 입김이 작용했다. 일각에서 최용해가 장성택을 견제하는 인물로 알려졌으나 설령 그렇더라도 장성태 숙청에 나설 정도로 악연은 아니다.

장정남 인민무력부장은 장성택의 친형인 장성우(인민군 차수, 2009년 사망)에 의해 성장한 인물로 역시 장성택과 가까우며, 이영길 총참모장도 현영철 전 총참모장에 이어 장성택이 발탁에 관여한 인물이다.

당에서는 우리나라의 국가정보원장에 해당하는 김원홍 보위부장이 장성우 차수와 인연이 있고, 최부일 인민보안부장(한국의 경찰청장)도 장성택 파워로 임명된 인물이다.

이러한 북한의 권력구조에서 '장성택 숙청'은 상식적으로 발생하기 어려운 사건이다.

8일 북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체포되는 장성택 모습. /연합뉴스
때문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숙청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1인 통치체제'에 대한 도전, 또는 김 제1위원장에 대한 안하무인 행동으로 인해 숙청됐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김정은-장성택의 특별한 관계에 근거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1년 12월 갑작스럽게 사망한 뒤 김정은 제1위원장은 고모인 김경희(김정일 여동생) 당 비서와 고모부인 장성택부터 찾았다. 그리고 김정은 체제가 안착하기까지 두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했다. 특히 당과 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장성택에 대한 의탁은 상상 이상이었다. 실제 김정은 체제에서 당과 군의 인사에 장성택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때문에 김 제1위원장 개인이 장성택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장성택이 김정은 체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인적, 물적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 장성택이 그러한 기반을 토대로 김 제1위원장을 앞세워 북한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해석이 현실적이다.

또한 장성택은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주로 '경제'에 매진해 왔다. 장성택이 중용한 최용해 현영철 박봉주 등 군과 당의 인사들도 '경제'와 관련된 인물이다. 따라서 장성택이 실제 김정은 체제를 위협하거나 도전하는 반당적 행위로 숙청됐다는 것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북한이 군에서 당으로, '경제'가 중시되면서 장성택에 '힘'이 쏠리는 것을 김정은 체제를 위협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진영이 있을 수 있지만 장성택이 체제 전복을 기도했다는 북한의 발표는 사실과 다르다.

張 숙청, 金氏 세 여인의 그림자

최근 '장성택 숙청'과 관련, 중국과 러시아의 정부 관계자, 중국내 북한 소식통의 견해를 종합하면 장성택 숙청에 그의 부인이자 김정은 제1위원장 고모인 김경희 당 비서가 깊이 개입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들에 따르면 김경희 당 비서가 오래전부터 장성택 및 측근들에 대한 비리를 극비리에 추적했으며 '결정적 시기'에 장성택을 숙청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숙청'의 행동대장 역할을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수행했다고 전해 왔다.

앞서 거론했듯 북한 권력구도에서 장성택과 맞설 수 있는 인물이 김경희 당 비서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설득력 있는 분석이다.

김경희는 지병으로 인해 현안에 직접 나서는 경우는 드물지만 여전한 '힘'을 갖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특히 김경희가 북한 최대 현안인 '먹고 사는' 문제, 즉 경공업을 비롯 군수ㆍ일반 물자 보급 등을 총괄하면서 막강한 권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다시말해 군과 당의 사람을 부릴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게다가 김경희와 장성택은 오래전부터 '별거설'이 나돌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다.

장성택의 영향력 확대로 김정은 체제가 위협받는다고 판단한 김경희 측이 선수로 장성택 숙청에 나섰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그리고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장성택 제거에 행동대장 역할을 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조연준은 2010년 장성택에 의해 숨진 의혹이 있는 이제강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수하로 성장한 인물로 장성택과는 구원(舊怨) 이 있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김경희가 장성택 숙청에 개입한 흔적들이 있고 그(김경희)가 딸처럼 아끼는 김설송(김정일 본처인 김영숙의 딸)과 김여정(김정은 여동생)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전해 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경희가 자기 사람들을 앞세워 '장성택 숙청'을 주도, 또는 재가했으며 김설송과 김여정도 일정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김설송의 경우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국방위원회 산하 '54국'의 문제를 포함한 북한 경제에 깊이 개입하고 있으며, 장성택 측이 거머쥐고 있는 '돈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여정은 김경희 당 비서의 힘을 바탕으로 비서국 일원과 함께 주로 장성택의 사생활과 관련된 비리에 관한 첩보를 수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 의해 장성택과 측근들의 일거수일투족과 비리 관련 내용들은 김경희에게 보고됐고,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도 전달됐다고 한다. 이러한 보고들은 장성택과 측근들을 처형하는 단초로 작용했다. 김정일 일가의 세 여인들이 장성택 숙청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셈이다.

'돈의 전쟁'이 실질적 이유

장성택은 지난 8일 평양에서 열린 당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에 참석 중 체포됐고, 4일만인 12일 특별군사재판 직후 사형에 처해진 것으로 보도했다.

이에 앞서 장성택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용하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행정부장이 11월 하순 반당행위 죄명으로 처형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장성택을 비롯 이용하ㆍ장수길의 죄명은 사실과 크게 다르다는 게 북한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우선 장성택의 경우 정치권력의 생리를 잘 알기 때문에 일부러 정치를 멀리하고 경제에 올인했으며, '반혁명 종파주의' '간첩행위'와는 거리가 멀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처형'의 구실을 위해 '조작된' 죄명이라는 것이다.

소식통들은 이용하ㆍ장수길의 경우도 일부 비리가 있었지만 공개 처형될 정도의 중죄는 아니라고 했다. 장성택 숙청을 정당화하기 위해 본보기로 공개 처형됐다는 전언이다.

소식통들은 '장성택 숙청'의 실질적인 이유가 '김씨 왕조'를 위한 '돈의 전쟁'에 있다고 해석했다. 즉 북한이 장성택과 그의 사람들이 거머쥐고 있는 '돈줄'에 의해 움직여지는 것에 김경희 등이 우려를 나타냈고, 이런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자 '장성택 숙청'이라는 극단의 비상수단이 돌출됐다는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백두산 인근 삼지연(양강도)에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김양건 통전부장 등 측근그룹과 머물고 있는 동안 조연준 제1부장이 중심이 돼 '거사'를 일으켰다는 구체적인 얘기도 전해진다.

소식통들은 '장성택 숙청'의 진짜 이유를 '돈의 전쟁', 나아가 북한 권력 간 헤게모니 싸움으로 분석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군이나 공공기관, 일반 주민에 이르기까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영(令)'이 서지 않았다. 오히려 장성택의 지시가 더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 배경에 '돈의 힘'이 작용했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한 예로 김정은이 군 부대 현지 시찰시 부대들의 민원을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담당하는 54국에 명령했으나 집행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반면 장성택의 지시는 우선 집행됐다. 장성택이 주요 '돈줄'을 쥐고 있으면서 군과 당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결과였다.

이번에 처형된 이용하와 장수길은 군수ㆍ일반 물자 보급 및 해외 물자 반입과 관련된 부서에서 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수길을 54국 책임자로 앉힌 것이 장성택이란 말도 있다.

장성택이 장악하고 있는 '돈줄'가운데는 과거 군부 몫인 것이 상당했다. 북한 체제를 '선군(先軍)'에서 '선당(先黨)'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장성택이 주도하면서 군이 쥐고 있던 돈줄의 상당 부분이 당으로 이전됐고 이를 다루는 부서를 장성택 사람들이 차지했다. '장성택 힘'의 가장 큰 배경은 '돈줄'인 셈이었다.

반면 당과 군에 장성택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김경희 를 비롯한 김정은 친위그룹과 군부 강경파에는 장성택에 대한 비토 분위기가 확산되기도 했다.

'김씨 왕조'를 꿈꾸다

소식통들은 '장성택 숙청'과 관련, 11월 20일 북한에서 20여년만에 열린 '보위일꾼대회'를 주목하라고 말했다. '보위일꾼대회'는 북한 전반에 부패가 만연했기 때문에 이를 척결하기 위해 개최한 것이었다.

북한의 '부패'와 관련, 베이징과 단둥(丹東)에서 북한과 무역을 하는 대북 소식통은 "장성택 체제 이후 경제 물자에 대한 권한 중 상당 부분이 군에서 당으로 옮겨 가면서 군의 부패가 심각해졌다"면서 "송전선 구리를 잘라 팔아 전기 공급이 중단되고 모터를 훔쳐가 공장이 멈추는 등 부패가 만연해 주민들의 불만이 폭증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군과 주민들의 불만은 고스란히 김정은 체제로 향했다. 반면 실질적으로'경제'를 총괄하는 장성택 쪽에는 사람과 돈이 몰렸다.

김경희와 친위그룹은 김정은 체제의 실질적인 '오너'역할을 장성택 측이 주도하는 것에 우려와 두려움을 가졌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들에 따르면 김경희 측이 주도한 '장성택 숙청'은 김씨 왕조'를 유지하기 위해 '장씨 왕조'를 사전에 무력화시킨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소식통은 장성택이 언론에 보도된 8일 평양에서 열린 당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 중에 체포된 것이 아니고 그 이전에 조연준의 지시로 체포됐다고 전해 왔다. 8일 장면은 장성택 세력을 압박하고 민심을 돌리기 위한 '의도된 연출'이라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정치와 거리를 둬 온 장성택이 방심하는 사이 조연준의 조직지도부와 김정은 제1위원장의 경호부대인 호위사령부가 중심이 돼 기습적으로 장성택을 체포했다는 것이다. 군과 당에 장성택 사람들이 포진해 있음에도 장성택은 손 한 번 쓰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했다. 그리고 8일 평양에서 열린 당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 중에 체포되는 장면이 연출되는 수모를 당한 뒤 4일만인 12일 장성택에 대한 사형 판결과 집행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는 장성택 세력의 반발과 반격을 우려한 것으로 그만큼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과 북한에서 장성택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김정은-조연준 쌍두마차 체제

장성택 숙청 이후 북한의 변화에 대해 여러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권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김경희 측은 '거사'를 성공시킨 만큼 스스로는 한발 물러나고 '공신'들이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 숙청의 '행동대장'역을 한 조연준 제1부부장과 호위사령부 윤정린 상장이 대표적이다. 김설송의 남편 신복남도 김정은 체제의 중심에 설 것이 예상된다.

지병 중인 김경희를 대신해 김설송이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있고, 김여정도 김정은 체제에서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권력 조직도 장성택의 행정부가 와해되는 대신 이번 사건을 주도한 당 비서국과 조직지도부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가장 큰 변화는 군부의 위상이다. 장성택 시대에 소외돼 온 군부는 존재감을 과시하고 외화벌이 등 이권을 되찾기 위해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핵ㆍ미사일 실험과 연평도 폭침과 같은 무력도발도 예상된다.

김경희(김정은) 측 역시 장성택이 사라진 큰 공백을 메우고 서로 윈윈하기 위해 군부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남북관계를 비롯, 동북아 상황이 경색국면으로 급변하는 상황이다.

김경희 역할 김설송ㆍ김여정에 분산


'장성택 숙청'에 김정일 국방위원장 일가인 김경희 당비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이복 누이 김설송, 친동생 김여정 등 세 명의 여인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이들의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경희는 한층 강고해진 김정은 체제에서 막후 실력자로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단, 건강이 너무 좋지 않아 자신의 역할 상당 부분을 김설송과 김여정에게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에서 김경희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당비서와 군수ㆍ일반 물자를 총괄하는 지위다. 이중 당비서 지위와 역할은 김여정에게 넘기고, 경제 및 물자 관련 부분은 김설송에게 이전할 것으로 보인다. 김설송이 IT 분야 등 경제에 조예가 깊고 남편 신복남도 '돈줄'인 경제위원회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진 점도 그러한 분석에 무게를 두게 한다.

특히 김경희는 오빠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본처(김영숙) 딸인 김설송을 자신의 딸처럼 대해 와 김설송이 포스트 김경희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여정이 김정은의 친동생이지만 아직 나이가 어린 점도 김설송의 역할을 더욱 주목하게 한다.



박종진기자 j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