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민주당-안철수신당 '운명' 판가름여권 순항… 안갯속 야권 '빅뱅' 올 수도

박근혜 대통령
현정부 중간평가 성격… 결과에 따라 '국정 탄력' '레임덕' 기로에
민주당, 확실한 승리땐 '야권 맹주' 자리매김… 패배땐 '해체 수순'
안철수 신당, 차기 유력 대권주자 급부상 vs 존재감 없는 제3당에

6ㆍ4 지방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지방선거는 박근혜정부 출범 1년여 즈음에 치르는 전국 선거로 현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띠고 있고, 을 주축으로 한 신당이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에 따라 정치 지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고 있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의 국정운영은 탄력을 받을 수도, 반대로 조기'레임덕'시비에 시달릴 수도 있다. 민주당은 호성적으로 야권의 맹주가 되거나 거꾸로 안철수 신당의 선전에 해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차기 대선 잠룡들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누구는 비상할 것이고, 추락하는 이들도 있게 마련이다. 크게 여권과 민주당, 안철수 신당의 3파전으로 치러지는 6ㆍ4 지방선거의 면면을 분석해 봤다.

박근혜정부 심판론 통할까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4일, 노웅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6ㆍ4지방선거는 대선의 완결판이 아니라 박근혜정권에 대한 평가판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6ㆍ4 지방선거 프레임을 '정권 심판론' 내지 '정권 견제론'으로 몰고 가겠다는 것으로 야권의 지방선거 전략이기도 하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
이번 지방선거는 2012년 총선 이후 2년 만에 치러지는 전국단위 선거이자 집권 1년여 즈음에 치르는 선거로 박근혜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있다.

따라서 6ㆍ4 지방선거 결과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고, 반대로 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새누리당이 서울을 비롯 경기ㆍ인천에서 선전하고 충청권에서 우위, 정치적 텃밭인 영남을 확고하게 지켜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 경우 박 대통령은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

반면 영남을 제외하고 수도권 및 충청 등에서 밀려 지방선거에서 패한다면 박 대통령은 '정권 심판론(견제론)'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야당은 지난 1년간 한국사회를 들끓게 했던 '부정선거 시비'의 촛불을 다시 들고 여론몰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이 여권에 유리하게 나올 경우엔 '특별검사제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자칫 박근혜정부의 조기 '레임덕'이 도마 위에 오를 수도 있다.

안철수 의원
실제 설을 전후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은 6ㆍ4 지방선거의 승부처인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열세를 보였고, 캐스팅보트 지역인 충청권은 광역 4곳 중 2곳에서만 우위를 보이는 등 전체적으로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권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심초사하는 이유다. 새누리당은 경쟁력 있는 후보를 물색하는 한편, '지방정부 심판론'을 앞세워 야권의 '정권 심판론(견제론)'을 차단한다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박근혜정부 또한 내부 핵심 인사나 각료 교체 등을 통해 여론을 일신하려 한다.

새누리당은 서울시장 선거에 김황식 전 총리, 7선의 정몽준 의원, 경기지사에는 5선의 남경필 의원 등 수도권과 충청권 등 주요 승부처에 승산 있는 중진들을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이번 지방선거를 지자체장들과 지방의원들의 4년간 실적을 평가하는 '지방정부 심판론'으로 규정해 야당의 '정권 심판론(견제론)'공세에 맞서고 있다.

오는 5월에 있을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 최근 충남도지사를 지낸 3선의 이완구 의원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도 6월 지방선거와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수도권이 위기인 상황에서 충청권마저 야당에 내줄 경우 박근혜정부가 타격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해 친박(친박근혜)계가 충청 출신의 이 의원을 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박심(朴心)'이 작용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의원이 원내대표가 될 경우 황우여 대표의 임기가 5월 15일 끝나고 8월 전당대회라는 일정을 고려할 때 사실상 당 대표 역할을 수행하면서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는 '이중 역할'을 하게 된다. 당연히 충청권 선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충남의 한 의원은 "이 의원이 당 얼굴 역할을 하게 되면 대전과 충남ㆍ충북 선거의 승리에 기여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수도권 위기론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도권에 있는 충청권 출향민이 20%를 넘는다. 서울ㆍ인천ㆍ경기 선거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청와대 안팎에서 일부 핵심 인사와 각료의 교체설이 나오는 것도 6ㆍ4 지방선거와 관련 있다는 말이 들린다. 박근혜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 지방선거의 승리를 위해 박 대통령이 모종의 '결단'을 이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정 수행을 부적절하게 해 여론의 비판을 받거나 1년여 재임 기간 제대로 실적을 내지 못한 인사가 타깃이 될 것이란 전망도 뒤따른다.

청와대 소식에 정통한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이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을 전격 해임한 것이나 현오석 경제부총리에 대해 경고를 준 것은 국민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4개월 앞둔 지방선거를 고려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핵심 인사 교체설에 대해 "청와대 업무의 효율성과 함께 박 대통령에 대한 '불통'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면도 반영된 것으로 지방선거와 무관하지 않다"며 "하지만 대상이 누구인지는 말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교체설이 돌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과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정현 홍보수석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경제'에 방점을 둔 정책이나 획기적인 대북정책 등 여론에 민감한 국정을 펼쳐 지방선거에 유리한 국면을 형성해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기회와 위기 교차

민주당에게 6ㆍ4 지방선거는 야권의 중심으로 확고하게 자리잡느냐, 아니면 해체의 단초로 작용하느냐 하는 기로와 다름없다.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확실한 야권의 맹주가 되겠지만, 패한다면 분열의 수순을 밟거나 안철수 신당의 성적에 따라 합종연횡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과의 정면승부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둬야 하고, 안철수 신당의 도전도 물리쳐야 하는 상황이다.

6ㆍ4 지방선거와 관련한 설 전후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은 '기대반 우려반'의 상태에 있다. 수도권을 비롯한 충청권 등에서 상대적 우위를 보여 전체적으로 '승리'하는 것으로 전망됐지만, 안철수 신당이라는 '변수'에 따라 패할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민주당은 서울ㆍ경기ㆍ인천, 충남ㆍ충북, 광주, 전남ㆍ전북, 강원 등에서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안철수 신당이 후보를 낼 경우 수도권은 새누리당 후보와 오차범위 내의 승부가 예상됐고, 안방인 호남에서도 전북과 광주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전략으로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정권 심판론' 이나 '정권 견제론'으로 공략하고, 안철수 신당을 비롯한 야권과는 '연대'를 통해 승리를 도모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전략이나 현재 유리한 선거 지형이 6월 지방선거에 그대로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새누리당과의 대결에서 기세 좋게 외치던 '정권 심판론'은 최근 '정권 견제론'으로 후퇴했다. 지지도 50%를 넘는 박근혜정부를 겨냥해 '심판론'을 제기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변재일 민주정책연구원장은 지난 5일 의원총회에서 지방선거 전략을 보고하면서 "역대 지방선거에서 국민은 여권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해 야당에 좀 더 호의적인 성향을 보여왔다"며 "이런 흐름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웅래 사무총장은 "공약을 지키지 않는 불통(不通) 중앙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지방 행정은 야당에 힘을 실어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메시지를 전파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안철수 신당이 3월 창당을 목표로 몸집을 불리고 지방선거에서 야권 연대를 거부한 것도 민주당에 악재다. 신당은 창당 과정에 민주당의 기반인 호남을 집중 공략하고 있고 수장인 은 5일 전주를 방문해 "선거만을 위한 야권연대는 없을 것이다"며 민주당과의 연대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신당이 자력으로 수도권과 호남의 광역선거에서 한 곳이라도 차지한다면 민주당은 급격하게 흔들릴 수 있다.

김한길 대표가 설 연휴 닷새 동안 호남ㆍ충청 '민심투어'에 다녀온 것도 민주당의 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가 신당과의 관계에서 "정치 혁신, 새 정치 갖고 신당과 경쟁하는 것도 좋지만 새 정치의 경쟁이 구태정치의 전형인 새누리당을 도와주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며 향후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민주당내 친노(친노무현)-비노 계파 간 대립도 지방선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친노계는 김한길 대표 등 당권(중도)파가 여론을 의식해 내놓는 혁신안에 대해 "'우클릭'하며 야당의 정체성을 잃고 있다"며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있다. 또한 지방선거에 친노계가 대거 출마하면서 계파 간 '자리' 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대안세력으로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여 관계나 국민에 대한 비전 제시, 야당의 맏이로서의 역할 등에서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민주당, 특히 지도부는 지방선거에 앞서 내우외환부터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안철수ㆍ신당 시험대에

과 안 의원으로 대표되는 '새정치 신당'의 미래는 일차적으로 6ㆍ4 지방선거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선거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경우 안 의원은 차기 유력한 대권 주자로 새롭게 각인되고 신당 또한 야권 재편의 중심축이 될 수 있다.

반면 지방선거에서 미미한 성적에 그친다면 '안철수 거품론'과 함께 신당은 존재감 없는 제3당에 머무를 수 있다.

지방선거를 4개월 앞둔 현재 신당은 전국 광역 선거 지역에서 확실하게 우세를 보이는 곳이 한 군데도 없다. 호남 일부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와 오차 범위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정도다.

안 의원과 신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의 연대에 일단 선을 그었다. 안 의원은 "선거만을 위한 야권 연대는 없다"고 했다. 제3의 신당으로서 '차별성'과 '참신성'으로 민주당과 한판 승부를 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안 의원 측 일부에서는 민주당과의 연대에 선을 그은 것에 대해 반대 목소리도 있다. 구태정치를 탈피하기 위해 "연대 불가"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수도권 등 주요 승부처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승리할 경우 안 의원에게 "야권의 발목을 잡았다"는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명분과 실리의 문제를 놓고 안 의원이 최종 결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 의원 측은 신당을 중심으로 지방선거에 전력하는 한편, 그 성과를 토대로 17대 대선을 준비해 간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신당 창당과 함께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중진 인사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실 신당과 지방선거의 성공 여부는 영입 인사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민주당 3선 의원 출신인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신당행을 공식화한 가운데 전현직 의원과 각료 출신 등을 대상으로 신당과 민주당은 '영입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한편 이번 지방선거는 17대 대선에서 안 의원의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이 출마해 대권 예비전 성격도 지녔다.

안 의원이 신당 창당과 지방선거에서 유의미한 결과물을 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셈이다.



박종진기자 jjpark @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