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회장 일가 기업운영·자금조달에 구원파 인사·신도 막강 영향력 행사

아이원아이홀딩스가 입주해 있었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 문진미디어빌딩의 모습(오른쪽)과 다판다 건물(왼쪽).
청해진해운 대표 등 계열사 주요 임직원들 구원파 신도 밝혀져
세월호 참사 빌미 제공 의혹… 전국 10여개 교회에 신도 수천명
침몰 당시 선원들 무전기로 연락
종교적 결속의한 집단 탈출 가능성

세월호 참사의 충격이 사회 전반을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사건 배후의 관계사와 관련 인물들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또 다른 파장을 불러 오고 있다. 세월호 참극이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실질 사주로 알려진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유병언 전 회장이 1987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오대양 사건'과 그 배후로 의심받던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를 이끈 인물이고, 청해진해운 대표를 비롯한 계열사 주요 임원들이 구원파 신도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번 세월호 비극을 '오대양 저주' '구원파 망령'이라는 괴담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세월호 사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는 선장 및 기관사들의 무책임한 행동과 청해진해운의 무리한 운항 이면에 종교계에서 이단으로 규정된 구원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면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구원파의 잘못된 교리에 지배된 인사들이 이번 참사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세월호 비극 너머에 청해진해운과 실제 오너인 유병언 전 회장 일가, 계열사 등의 과거와 현재에 깊게 드리워진 구원파의 그림자를 추적했다.

세월호 선사 오너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이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자택과 기독교복음침례회 등 10여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23일 서울 용산구 기독교복음침례회에 앞에서 취재진이 내부를 촬영하고 있다.
'구원파' 명칭 유래 어디서

세월호 참사의 이면을 들여다 보면 관계사와 인물들에 구원파의 색채가 너무 뚜렷하다.

우선 청해진해운의 실질 사주로 알려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구원파를 이끈 인물이다.

유 전 회장은 1951년 장로교 목사 안수를 받았다가 62년 12월 장로교 목사직을 제명당한 뒤 독자노선을 구축, 81년 11월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구원파는 '기독교복음침례회를 통해 구원을 받으면 죄를 지어도 죄가 되지 않는다' '깨달음을 얻으면 매일 회개할 필요가 없다' 등 정통 교단과는 다른 교리를 펼친 것으로 알려져 92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에서 이단으로 규정받았다.

한때 교인수가 수만 명에 이르렀으나 87년 '오대양 사건'의 배후 의혹을 받으면서 교세가 위축돼 현재 전국 10여 곳의 교회에 몇 천명의 신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구원파는 사업을 통해 경제적 부를 축적하고 교세도 확장했다. 사업 자체를 종교활동으로 여기면서 현재 50여개의 계열사에 많은 신도들이 일하고 있다. 기업명에 구원파의 색깔이 짙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에 침몰한 세월호의 경우 '세월(世越)' 이름을 유병언 전 회장이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세상을 초월한다'는 뜻으로 종교계에서는 구원파의 교리인 '속세(俗世)를 벗어나 구원을 받는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일부에선 '세모 월드'의 줄임말이란 주장도 있다.

세모 그룹의 사명도 마찬가지다. 유병언 전 회장은 신도들 사이에 '모세', 또는 '사도 바울'로 불렸는데 개인적으로 '모세'를 자처하기도 했다. 세모라는 기업명이 성경의 출애굽기에 나오는 유대인 지도자 모세의 이름을 뒤집은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또한 '온지구' '천해지' '트라이곤코리아' 등과 같은 계열사 이름도 구원파와 관련 있다. 유 전 회장이 얼굴 없는 사진작가로 활동할 당시 썼던 '아해'(또는 계열사 아해)라는 이름도 기독교에서 하나님을 부르는 '야훼'를 변경시킨 것이라는 말이 있다.

구원파 신도 계열사 요직에

세월호 참사를 부른 청해진해운을 비롯, 유병언 전 회장 일가의 50여개에 이르는 계열사에는 구원파의 그림자가 깊게 깔려 있다. 기업 설립과 운영, 자금 조달 등에서 구원파 인사와 신도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쳐 왔다.

청해진해운만 해도 유 전 회장이 1979년 설립한 세모그룹이 뿌리로 97년 세모가 최종 부도가 난 뒤 신도를 포함한 개인주주들의 자본금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세모해운을 사들이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섰다.

이후 청해진해운의 주주는 개인주주에서 강선건조업체인 천해지와 경영컨설팅업체인 아이원아이홀딩스 등으로 점차 넘어갔다. 청해진해운의 대주주는 아이원아이홀딩스로 유 전 회장의 아들인 대규씨와 혁기씨가 주축이 돼 2007년 설립했다. 현재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청해진해운을 비롯 천해지, 세모, 문진미디어, 다판다, 온지구, 21세기, 국제영상, 트라이곤코리아, 아해, 금오산맥2000 계열사 등 12곳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외 50여개에 이르는 유 전 회장 일가의 회사는 친인척과 측근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고, 이들 중 상당수는 구원파 신도들이다.

청해진해운의 경우 김한식(72) 대표가 구원파 신도로 알려져 있다. 구원파에서 30여 년간 활동하다 탈퇴한 유 전 회장의 한 측근인 A씨는 "김 대표는 열성 신도로 기업 대표나 간부들 대부분이 신도"라며 "측근끼리 다른 기업의 간부도 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김한식 대표는 2010년부터 2년간 세모의 감사로 있었고 청해진해운의 지주회사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감사직에선 최근에 내려왔다. 다른 계열사인 온지구와 국제영상의 감사직도 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청해진해운의 2대 주주(11.6%)이기도 하다.

아이원아이홀딩스 변기춘(42) 대표 역시 구원파 신도로 알려져 있으며 청해진해운의 지분 39.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천해지의 대표도 겸하고 있다. 변 대표는 한국제약의 등기부등본상 사내이사로 이름이 올라 있다.

주택 건설ㆍ분양업체인 트라이곤코리아의 권오균 대표는 기독교복음침례회를 창설한 고(故) 권신찬 목사의 아들로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이사이기도 하다. 트라이곤코리아의 최대주주는 유 전 회장의 장남인 대균씨(20.0%)다. 권 목사의 또 다른 아들인 권오현씨는 영상물제작ㆍ판매업체이지만 사실상 빌딩 관리를 맡고 있는 국제영상의 대표를 맡고 있다. 국제영상의 김경숙 대표는 권 목사의 며느리다. 윤 전 회장은 권 목사의 사위로 권오균ㆍ오현 형제와는 처남관계다.

유 전 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김혜경(52) 씨는 현재 한국제약 대표이사에 올라 있다. 김 대표는 2005년 5월 문진미디어의 이사를 맡았다가 2010년 1월 사임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 대표는 방문판매 계열사인 다판다의 지분도 24.4%를 보유해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에서도 대균, 혁기씨에 이어 3대 주주(6.29%)로 등재됐다.

문진미디어의 최대주주(25%)인 이순자(71)씨는 1993년부터 10년 동안 문진미디어의 공동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씨는 2002년부터 3년 동안 한국제약의 감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송국빈(62) 다판다 대표이사는 아이원아이홀딩스의 기타 비상무이사로 있다가 지난달 사임했다. 세모를 이끄는 고창환(67) 대표는 2000∼2003년, 2004∼2010년 두 차례 한국제약의 이사직에 올랐다. 고 대표는 2008년 8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아이원아이홀딩스 이사를 맡기도 했다.

세월호 선원 구원파 신도 논란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이 청해진해운의 무리한 운항과 선장 및 선원들의 무책임한 행동에 따른 것으로 밝혀지면서 구원파와의 관련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청해진해운의 실질 사주가 과거 '오대양사건'과 연루된 유병언 전 회장이란 점과 세월호 위기 상황에서 보인 선장 등의 행동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오대양사건이나 세월호 참사의 배경에 구원파의 잘못된 교리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실제 오대양사건에 대해 '집단자살'이라는 최종 판결이 나왔지만 유병언 전 회장이 관련된 구원파에 의한 타살이란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이번 세월호 참사도 선장 등 선원들이 보인 극단의 이기적 행태가 구원파의 잘못된 교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구원파를 통한 구원만이 옳다고 보는 선원들이 신도가 아닌 승객을 구원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그대로 방치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따라 청해진해운을 비롯한 계열사에 구원파 신도들이 얼마나 있으며, 이들의 신앙생활이 어떠한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원파 신도였던 A씨는 "세모그룹을 비롯해 계열사 직원들 중에 구원파 신도들이 적지 않다"며 "신도만 취업할 수 있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방 계열사에 근무한 한 직원은 "상대적으로 간부 쪽에 신도가 더 많다"면서 "신앙 때문에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근무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승객을 외면하고 먼저 탈출해 지탄을 받고 있는 세월호 선원들이 구원파 신도인가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청해진해운의 전직 직원은 "청해진해운 임직원 중 상당수가 이 회사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회장이 설립한 구원파의 신도라는 말이 많았다"며 "청해진해운에서 간부로 승진하려면 구원파 신도가 아니면 힘들다는 얘기도 있다"고 밝혔다.

전직 직원 중에는 이번 사고로 구속된 선장 이준석씨와 부인 역시 구원파 신도라고 증언하는 이들도 있다.

일각에서는 세월호 침몰 당시 선원들이 무전기로 연락하며 탈출한 것을 근거로 "종교적 결속력이 강한 이들이 자기들끼리만 위기상황 정보를 공유하며 집단탈출한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기독교복음침례회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 교회에서 확인한 결과 선장 이준석이 본 교단의 교인이 아니었으며, 청해진해운 직원 가운데 불과 10% 남짓 정도가 침례회 교인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같은 날 정동섭 목사(전 침신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세월호와 청해진해운의 요직은 구원파 신도들이 차지하고 있다"면서 "구원파는 '자신들만 구원받는다'는 특유의 배타적 교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위기의 순간 '구원받지 못한 이방인들을 건져낼 필요가 있느냐'는 식의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전 교수는 1968년부터 9년간 유병언 전 회장 옆에서 통역을 도왔던 최측근 인물로 1977년 구원파를 탈퇴했다.

정 목사는 청해진해운의 무리한 운항에 대해서도 '안전보다는 돈'을 우선했다고 지적했다. "시한부 종말론 집단은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일본에서 폐기처분하려던 배를 가져와 증축했다"며 " '이방인을 착취해서라도 돈을 끌어 모아야 한다'는 사교(邪敎) 집단의 잘못된 가치관이 참사로 이어졌다. 사이비 종교집단의 잘못된 교리, 도덕적 해이가 이런 끔찍한 열매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오대양사건 이후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구원파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점증하고 있다.



박종진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