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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 공화국'의 부끄러운 민낯

특정분야 안 가리고 관가에 '기생' 낙하산 타고 내려와 업계 '흙탕물'
'산피아' 자원·통상 총괄 공룡 부처 '교피아' 대학 총작직도 나눠먹기
세월호 참사 '해피아' 수면 위로
재경위 출신 '모피아' 금융권 독식

관가 곳곳에 '암세포'처럼 기생
방만 경영·부실 관리로 이어져
박근혜 대통령 "관피아·철밥통 추방"
'관피아(관료+마피아)와 전쟁' 선포

'산피아' 인증마크 30개나 관리
최악 전력난 몸통 '원전마피아'
철도고-철도대 라인 '철도' 장악


세월호 침몰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관료+마피아)'와의 전쟁이 선포됐다. 정홍원 총리가 사퇴의 변을 밝히면서 관료사회의 폐단을 지적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관피아나 철밥통을 추방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 뿐 아니라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 산피아(산업통상자원부+마피아), 국피아(국토교통부+마피아), 교피아(교육부+마피아), 원전마피아, 철도마피아 등으로 불리던 '관피아 공화국'의 문제가 국가 위기 원인으로 떠오른 것이다.

우리 사회는 그간 전직 관료가 공공기관이나 민간 유관기관ㆍ협회 등의 요직을 독점하는 '낙하산 취업'의 폐단을 눈감아 왔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관료사회 개혁에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전ㆍ현직 관료 사이의 '우리가 남이가' 정서는 방만한 경영, 부실한 관리, 무사안일주의로 이어져 온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번 참사에서 드러나듯이 관가 곳곳에 '암세포'처럼 기생하고 있는 관피아들이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질병을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주간한국>이 관피아 공화국의 민낯을 살펴보았다.

해피아가 낳은 세월호 참사

'해피아'는 세월호 침몰 참사를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고 초기 선장과 선원들의 무책임, 돈에 눈이 먼 선사 청해진해운의 부도덕한 경영에 비난의 화살이 쏠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해양수산부 출신 퇴직 간부들이 해운 민간 기업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며 고착화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특히 청해진해운을 관리ㆍ감독해야 할 해양수산부와 해운조합, 한국선급 조직 사이의 유착관계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해피아들은 해양수산부를 방패막이 삼아 해운업계의 일을 쥐락펴락해왔다. 현재 해양수산부의 일을 위임받은 선박안전기술공단, 한국해운조합, 한국어촌어항협회 등 수많은 산하기관의 고위직에는 해피아들이 대부분 포진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제17조1항)에 따르면 퇴직일로부터 2년, 퇴직 전 5년 동안 속한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민간기업 등에 취업할 수 없지만 유명무실한 조항일 뿐이다.

한국선급은 해운업계의 '갑 중의 갑'으로 불린다. 선박 안전 검사권을 독점하고 있는 까닭에 소형 어선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박은 한국선급의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세월호도 한국선급의 안전 검사를 통과해야 했는데, 사고 두 달 전 진행한 정기 검사에서 200여 개 항목에서 모두 '만족' 판정을 받았다. 안전검사가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국선급은 관료 출신에게 인기가 높다. 모든 선박을 관리하는 만큼 매출만 1,200억, 직원은 860명에 이르는 거대 조직이다. 역대 11명의 회장 중 8명이 해양수산부 출신이다. 세월호 사고 직후 사표를 던진 전영기 전 회장은 한국선급의 평검사원 출신이다.

한국선급과 해양수산부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당장의 안전검사엔 소홀했던 한국선급이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에게 금품 로비를 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검찰은 한국선급의 모 본부장이 2011년 해양수산부 등 관련 부처 공무원 7, 8명에게 수백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한 단서를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한국선급 직원들이 해운회사 등으로부터 선박 검사와 관련된 뒷돈이나 향응을 제공 받았는지 여부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해피아가 득세하는 또 다른 기관은 한국해운조합이다. 해운조합은 2,100개 해운사를 대표해 세월호와 같은 내항 여객선의 안전운항에 대한 지도 감독 업무를 맡고 있다. 해운사들이 모인 이익단체가 '감독'을 한다는 점에서 '셀프감독'의 한계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당장 세월호가 과다한 화물 선적 등 안전운항에 필요한 규정을 어긴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해운조합은 세월호 출항 때 여객선 승선 인원과 화물 적재량, 화물 고정 여부를 관리ㆍ감독했어야 했다.

해운조합은 1962년 출범 이후 12명의 이사장 가운데 10명이 해양수산부 출신인데, 아예 1977년부터는 38년째 해양수산부 출신이 독차지하고 있다. 해운조합 역시 명절 때마다 해양수산부와 해경 간부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피아 문제가 불거진 직후 사표를 던진 주성호 전 이사장은 MB정권에서 국토해양부 2차관을 지냈다. 지난해 9월 해운조합 이사장 모집 당시 주 전 이사장 외에 응모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단독 입후보해 이사장직에 오른 셈인데 퇴직 6개월 만의 일이다. 주 전 이사장은 지난해 3월엔 한국선급 이사장직에 출마해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당시는 국토해양부 2차관 신분이었다. 주 전 이사장을 보좌했던 해운조합의 본부장(상임이사) 3명 가운데 2명도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고위간부 출신이다.

해피아 문제는 해양수산부 조직의 특수성과 궤를 같이한다. 해양수산부는 정부 부처 중에서도 조직원들이 서로 끈끈하게 얽혀 전직과 현직이 돕고 챙기는 문화가 강하다. 지난 60년 동안 국토해양부, 농림식품부에 흡수됐다가 분리되기를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고착화된 문화다. 거기에 '해양수산'이라는 분야의 특수성이 더해지면서 전문가가 아닌 비전문가가 파고들기 어려운 분야가 됐다. '그들만의 리그'로 굳혀지면서 결국 정부의 선박 관리감독 기능이 무력화된 셈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해피아들이 보여준 자세는 실망스럽다. 해운업계 수장들은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 국민에게 슬픔을 안겨 도의적 책임을 진다"고 줄줄이 사표를 던지며 몸을 사리고 있다.

올 들어 모습 감춘 모피아 낙하산

세월호 침몰 참사 직후인 현재, 해피아가 가장 주목을 받고 있지만 본래 관피아의 원조격은 모피아다. 재무부의 영문 약자인 MOF(Ministry of Finance)에 '마피아'가 결합돼 탄생한 모피아는 옛 재무부 출신 관료들을 통칭한다.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이 통합된 재정경제부를 거쳐 현재의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로 맥이 이어진 모피아들은 금융공기업 및 금융기업들의 수장 자리를 오랫동안 독식해왔다.

금융당국과 금융기관 및 금융사와의 유착에 의한 비리, 금융시장 감독 소홀에 따른 시스템 불안 등 모피아들의 폐해는 적지 않다. 실제로 굵직한 금융사건의 경우, 대부분 모피아가 그 원인으로 꼽힐 정도다. 모피아들이 저축은행 오너들과 한통속이 돼 저지른 비리가 촉발한 저축은행 부실사태, 감시 및 감독 소홀이 빚은 동양 사태 및 카드사 개인 정보유출 사태 등 최근 벌어진 금융사고만 해도 벌써 여러 건이다.

금융사고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모피아들은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개혁 대상으로 여겨졌지만 여전히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2008년 출범한 MB정부는 기획재정부의 금융정책국을 분리, 기존의 금융감독위원회와 합쳐 금융위원회를 탄생시키고 민간 출신인 이창용 서울대 교수를 수장으로 임명하는 등 모피아의 힘을 약화하려 했다. 그러나 취임 초기 닥친 광우병 사태와 촛불집회,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집권 기반이 흔들리자 결국 모피아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 진동수 금융위원장 등 경제분야의 삼두마차가 옛 재무부 출신들로 구성된 이후, 김동수 수출입은행장, 주용식 상호저축은행중앙회 회장, 이성한 국제금융센터 소장, 장영철 자산관리공사 사장, 우주하 코스콤 사장 등 줄잡아 50여 명에 달하는 모피아 낙하산들이 금융공기관들에 내려앉게 됐다. 재정경제원 차관을 지내다 외환위기로 밀려났던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도 대거 복귀하며 다시 모피아의 전성기를 꽃피웠다.

모피아들의 득세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모피아의 대부라 불리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계보를 잇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버티고 있는 덕분이다. KB금융지주와 농협금융지주 회장에는 각각 행정고시 20회, 24회 출신인 임영록, 임종룡 재정경제부 전 차관이 나란히 임명됐다. 민간 금융회사인 KB금융의 회장 자리에 모피아가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전국은행연합회는 아예 3대째 모피아의 몫으로 이어져 왔다. 유지창, 신동규 전 회장에 이어 전국은행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박병원 회장도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이다. 여신금융협회와 저축은행중앙회는 회장과 부회장 모두 모피아가 차지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의 경우, 문재우 전 회장은 금융감독원 출신이고 현재 회장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장상용 대행도 금융감독원 감사실 국장을 지냈다. 그밖에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홍영만 자산관리공사 사장, 유재훈 예탁결제원장 등 굵직굵직한 자리도 모피아들이 장악한 상태다.

올해 들어서는 모피아들의 영향력이 다소 약화되는 분위기다. 비모피아로는 수출입은행장을 맡게 된 이덕훈 행장이나 내부 출신으로 수장 자리에 오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김한조 외환은행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등이 속속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금융당국이 모피아의 낙하산 인사를 전면 금지한 이상, 이 같은 분위기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인증권력 기반 위에 형성된 산피아

산업통상자원부 출신 관료로 구성된 산피아의 경우 그 수가 다른 관피아들을 압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산업ㆍ자원 및 에너지ㆍ통상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공룡 부처로서 산하 기관들이 많이 집중돼 있고 관련 규제도 가장 많은 데다 산업 진흥을 위한 지원수단이 많아 기업들에 대한 영향력이 막강한 것 등이 산피아들의 육성을 도운 것으로 해석된다.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니고 있는 '인증권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소관 인증기관 19개소를 통해 인증마크 30개를 관리하고 있다. 해당 인증기관의 기관장을 포함한 주요 임원들은 대부분 산피아들이 차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복잡한 인증규제 해소의 지름길인 인증마크 및 인증기관 통합을 섣불리 시도하지 못하는 이유도 산피아들의 갈 곳을 없애지 않기 위해서라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이유다.

KC, KS, 고효율마크를 책임지는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의 수장인 최형기 원장은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 국장 출신이다. 최 원장은 산업통상자원부 기간산업기술표준부 및 표준기술지원부에서 부장을 역임했다. 최 원장과 함께 부임한 심상협 부원장도 산업통상자원부 공업연구관을 지냈다. 또한, KC마크 인증을 담당하는 한국의류시험연구원의 임승윤 원장도 산피아다. 임 원장은 산업통상부 무역위원회 실장 출신이다. 국제표준기구(ISO)의 경영시스템 인증을 국내에서 담당하는 한국인정지원센터의 경우 심윤수 이사장과 조기성 센터장이 모두 산업부 출신으로 더욱 눈길을 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협회를 이끌고 있는 산피아도 부지기수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산업자원부 산업정책본부장 출신이고 김창룡 한국표준협회 회장은 특허청 차장을 경험했다.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통상산업부 장관을 거쳐 국무총리까지 역임하는 등 산피아 중에서도 성공적인 행보를 밟아온 인물로 손꼽힌다.

그 밖에 김경원 전자부품연구원 원장, 김무영 대한전기협회 부회장, 고정식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신동식 울산테크노파크 원장, 심성근 전북테크노파크 원장, 진홍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허경 자동차부품연구원장도 산피아로 분류된다.

실세 상근 부회장 자리 차지

국토교통부 산하의 건설공제조합은 최근 국피아 낙하산 문제로 몸살을 겪었다. 건설공제조합 전무이사 자리에 업무연관성이 전혀 없는 국피아가 내정됐기 때문이다. 논란의 주인공은 국토부 퇴직 관료 출신인 임의택 전 부산지방항공청장이다. 이에 반발한 건설공제조합 노조는 "구시대적인 인사행태"라며 성명서를 내는 등 강력히 대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문제는 건설공제조합의 국피아 낙하산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건설공제조합을 맡고 있는 정완대 이사장은 국토해양부에서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상임위원을 맡은 바 있다. 전임인 최영철 전 이사장은 건설교통부 수송정책실장 출신이며 그보다도 전임인 박동화 전 이사장은 건설교통부 광역교통정책실장을 지낸 바 있다. 이사장 자리가 대대로 국피아로 채워져 왔던 것이다.

국피아 낙하산은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에도 가득하다. 지난해 11월 국토교통위원회 문병호 의원이 국토교통부 소관 14개 공기업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그중 7개 공기업의 기관장이 국피아로 밝혀졌다. 건설업체를 직접 규제하는 부처 특성을 이용, 국피아로 자리잡은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기관장들은 여전히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

이재영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사장은 국토해양부 주택토지실장을 지냈고 정일영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국토해양부 교통정책실장 출신이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을 맡고 있는 이재붕 원장은 국토해양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상임위원을, 장기창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은 원주지방 국토관리청장을 각각 역임한 바 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를 구성하는 협회들의 상근부회장 중에도 국피아가 다수 포진해 있다. 해당 협회들의 경우 얼굴마담 격인 회장은 회원사 대표 중에서 나오지만 실제 업무를 주관, 실세로 분류되는 상근부회장 자리에는 국피아들이 번갈아가며 앉고 있다. 회원수가 가장 많은 대한건설협회는 국토해양부 건설수자원정책실장 출신의 정내삼 부회장이, 대형 건설사들이 소속된 한국주택협회는 국토교통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장 출신의 유인상 부회장이 맡고 있는 식이다. 해외건설협회의 경우 아예 건설교통부 차관을 역임한 최재덕 회장이 자리잡고 있어 눈에 띈다.

'시한폭탄' 원전마피아

지난해 사상 최악의 전력난을 가져온 원전 비리의 몸통은 원전마피아다.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1호기 등 총 3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위조된 부품 탓에 가동을 멈췄다. 이는 모두 한국수력원자력 출신 인사들이 납품업체에 재취업을 하면서 벌어진 비리였다. 한국수력원자력 출신 관료들이 시험성적서 조작에 앞장서면서 전 국민이 전력난에 시름하게 된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마피아 전횡의 근원지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 설립 이후 퇴직한 간부 가운데 총 81명이 납품업체 등 유관업체에 재취직했다. 이 자료를 분석한 강동원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 1급 이상 고위간부급 퇴직자들은 원전건설 및 발전설비, 정비수행, 원전품질보증 자격인증 기업 등 원자력과 매우 밀접한 기업에 재취업했다.

원전마피아는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설계-감리-납품 업체의 유착고리가 자연스레 형성돼있다. 원자력이 전문분야인 만큼 관련학과를 보유한 몇몇 대학 출신들이 연공서열을 세우는 만큼 조직의 폐쇄성이 짙다. 이들은 원전 건설부터 유지, 규제까지 담당하는 기관 핵심에 포진해있는데 특정 학교와 유관기관 출신 인사의 '자리 나눠먹기'는 반복되는 문제다.

지난해 원전비리가 불거지자 한국수력원자력은 '일괄 사표'로 사퇴를 진정시키려 했다. 부품 성적서 위조에 가담한 한전기술도 1급 이상 직원과 임원을 상대로 사표를 받았다. 당시 수장이었던 김균선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면직됐는데, 그는 산업자원부 기획관리실장 출신으로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을 지낸 바 있다. 해임된 안승규 전 한전기술 사장은 현대건설 출신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의 다음 수장도 '마피아'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조석 현 사장은 지식경제부 차관 출신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엔 원전 마피아로 불리는 산업통상자원부 관료나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출신을 배제할 거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전문성'을 이유로 다시 지식경제부 출신이 원전 비리 사태 수습에 나서게 됐다.

'셀프개혁'은 오히려 체면을 구기게 됐다. 조 사장은 지난해 연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인사 교체를 실시하며 쇄신과 혁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청렴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발탁된 이청구 한국値쩔坪米?부사장이 납품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15일 전격 구속됐다. 이 부사장은 2009~2019년 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본부에서 근무할 당시 부산 기장군 베어링 제조업체로부터 부품 납품청탁과 함께 1,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철도고-철도대 출신이 장악

원전마피아와 가장 유사한 특성을 보이는 집단은 철도마피아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노근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철도시설공단 부장급 이상 퇴직자 185명 가운데 136명이 철도 관련 민간업체에 재취업했다. 문제는 퇴직자들이 철도 관련 민간업체에 재취업해 소속 업체의 공사 입찰을 위해 현직 임원들과 유착고리를 형성하면서 발생한다. 이 의원은 "철도고 철도대학 출신들이 장악한 철도시설공단은 공단 퇴직자들이 재취업한 민간기업과 연결된 거대한 철도마피아 조직"이라고 지적했다.

철도마피아들의 유착 고리도 끈끈하다. 철도공사의 전ㆍ현직 임원들은 대개 철도고등학교과 철도대학 출신이다. 퇴직자들이 철도 관련 민간업체에 재취업해 소속 업체의 공사입찰을 위해 현직 임원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일련의 과정은 해피아, 원전마피아와 매우 유사하다.

역대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4명은 모두 국토교통부 출신이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철도 건설만 담당하기 위해 철도청에서 분리시킨 공공기관이지만 국토교통부 출신들이 인사를 독점하고 있다. 초대 정종환 이사장부터 2대 이성권, 3대 조현룡, 4대 김광재 이사장까지 모두 국토교통부 출신이다. 강영일 철도시설공단 현 이사장도 국토교통부 사람이다. 국토부 도로국장, 교통정책실장 등을 역임했다. 2009년 퇴직한 후 한국부동산연구원장을 지냈으며 신분당선 연장선 복선전철 건설 시행사인 새서울철도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실제로 철도마피아들은 철도 관련 공사를 쥐락펴락한다. 이들의 입김은 공단의 발주공사 입찰에 영향을 줘 퇴직자 영입 여부가 업계 순위를 바꾸기도 한다. 이 의원이 공개한 사례를 보면, 민간업체인 A사는 공단의 관리본부장을 역임한 퇴직자를 영입해 2012년 61억 원 규모의 공사 계약에서 2013년 135억 원과 222억 원 규모의 계약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의 독점은 결국 '비리'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지난해 10월엔 민간업체가 KTX에 1만7,500개의 짝퉁 부품을 납품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대학 총장직 나눠먹기도

관피아들의 '나눠먹기' 관행은 관료사회 전반에 퍼져있다. 이른바 '교피아'로 통칭되는 교육부 퇴직 공무원들도 지위를 악용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유기홍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교육청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뒤 사립학교에 재취업한 공무원은 전국적으로 80명에 이른다.

퇴직 교육공무원이 가장 선호하는 곳은 '비리 사학'이다. 비리 사학이 운영하는 대학의 총장으로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장관'이 되지 못한 차관급 들의 이름이 많이 눈에 띈다. 김용권 우석대 총장, 김명식 백석문화대 총장. 김정기 위덕대 총장, 설동근 동명대 총장은 모두 교육부 차관 출신이다. 이 외에 김동욱 동감대 총장은 교육부 연수원장, 김은섭 대경대 총장은 학술원사무국장, 최수태 송원대 총장은 교원소청심사위위원회 위원장 출신이다. 교육부 산하 기관장이 되는 경우도 흔하다. 김화진 사학연금공단 이사장은 제주도교육청 부교육?출신이다.

최근엔 퇴직 하루 만에 감사 대상에 취직한 교육 공무원도 있다. 지난 2월에는 교육부 사학감사담당관실에서 명예퇴직한 곽모 사무관은 퇴직과 동시에 부천대학 전임교수로 부임해 전관예우 논란이 일었다. 특히 곽씨가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사학비리 등 감사업무를 수행하던 중 교수 임용절차가 진행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퇴직공직자 취업제한'을 어겼다는 비판이 나왔다.

교피아들은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재정지원사업에 눈독을 들인다. 교육부가 각 대학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대학들의 예산확보 전쟁에서 입김을 발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정부 로비로 '사익'을 챙긴 이후엔 '봐주기 감사'로 비리 사학을 키우는 모순을 반복한다. 부실을 제재하고 재정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게 교육부의 역할이지만 '형님'인 퇴직 관료는 부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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