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들 "한번은 기회 줘야" 차기대선 겨냥 날개 달아준 셈경쟁자 문재인 의원·손학규 고문 대선전략 전면 수정 불가피박원순·남경필 등 잠룡 반열에

안철수. 박인영 인턴기자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차기 대선가도에 더욱 가깝게 다가선 정치인은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라는데 이견이 없다. 자신이 지원한 광주시장 선거에서 당초 불리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윤장현 후보가 무소속 강운태 후보를 따돌렸기 때문이다. 이는 안철수 대표에 대한 신임을 묻는 것이란 광주시장 선거에서 광주시민이 윤 후보를 선택함으로써 사실상 안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정가에선 받아들이고 있다.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안 대표가 지원한 윤 후보가 당선된 것은 상대적으로 대선 경쟁자인 문재인 의원과 손학규 고문에게는 그리 유쾌한 결과가 아니다.

손 고문은 안 대표 등 당 지도부가 광주에서 경선을 거치지 않고 전략공천을 통해 윤 후보를 확정했을 때부터 거의 공개적으로 안 대표를 비판했다. 문재인 의원도 광주의 전략 공천에 대해서는 안 대표 등 지도부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문 의원은 선거 기간 주로 서울 등 수도권과 고향인 부산을 오가며 선거 지원을 했으며, 광주 지원은 거의 외면하다시피 했다.

이를 보면 문 의원과 손 고문은 광주 선거에서 윤 후보의 패배에 따라 안 대표가 곤경에 처하길 내심 바랐을 것으로도 짐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는 이와 상반된 것으로 나타났고 문 의원과 손 고문은 차기 대선을 위해 처음부터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 상황에 놓였다.

안 대표 입장에서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거의 지옥의 문턱에서 다시 살아 돌아온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달 전략 공천이 이뤄진 직후 박지원 의원을 비롯한 당 중진들이 잇달아 안 대표를 몰아세웠고, 광주 현지에서도 안 대표를 비난하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 안 대표는 광주 현지에서 일부 시민들에 의해 통행을 제지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광주시장 선거로 상황은 전혀 달라졌다. 당 내부는 물론 야당의 텃밭인 호남 지역에서도 계속 목소리를 키워 나갈 수 있게 됐다. 차기 대선을 겨냥한 날개를 광주시민들이 달아준 셈이다. 광주의 힘이 안철수를 위기에서 구해냈다는 평가다.

광주, 차기 대선 생각해 尹 선택

광주의 선택이 윤장현 후보였던 것을 놓고 광주 현지의 반응은 대체로 한결같다. 안철수 대표가 좋아서 윤 후보를 지지한 것도 아니고, 윤 후보가 상대 후보보다 훌륭해서 지지한 것도 아니란 것이다.

한 주민은 "안철수에게 기회를 한번 줘야 한다는 생각에 윤장현을 찍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주민들의 반응도 이와 비슷했다.

즉 이번 지방선거에서 윤 후보가 탈락해 안철수 대표가 정치적 치명상을 입는다면 차기 대선에서 야권이 덩달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생각에 윤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는 이야기다. 다음 대선에서 문재인-안철수-손학규 등으로 이어지는 야권 후보 경쟁을 위해 유력 주자인 안철수 대표를 일단 살려놓자는 정치공학이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다.

안 대표 입장에서는 거침없는 정치 행보를 위한 단초가 마련됐다. 향후 당내 권력 구도에서도 같은 공동대표인 김한길 대표보다 우위에 설 기반도 어느 정도 구축된 셈이다.

더구나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에 자기 사람을 심어 놓았다는 점에서 안 대표에겐 커다란 우군이 확보된 셈이다. 광주를 중심으로 세 확장이 용이해진 것이다.

향후 대여 관계는 물론, 당 내부에서도 안 대표의 입김이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광주시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해주셨고 이번 선거뿐 아니라 다음 총선과 대선까지 안 대표에 대한 지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현실정치에서 비전을 보여주고 새정치를 실현하는데도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손학규 대선전략 급수정?

상대적으로 초조해진 쪽은 문재인 의원과 손학규 고문 등 당내 잠재적인 대선 경쟁자들이다. 광주에서 안 대표가 지원한 윤장현 후보가 낙선했다면 두 중진은 당내 움직임을 더욱 빠르게 가져갈 태세였다. 당장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김-안 공동대표에 대한 사퇴 압박도 거세질 수 있었다.

이 경우 문 의원을 비롯한 친노는 친노대로, 비노진영의 또다른 축을 형성하고 있는 손 고문은 손 고문대로 제한적 협력 속에 안 대표 측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윤장현 후보의 당선으로 이같은 꿈은 날아갔다. 결국 둘다 모두 대선을 향한 전략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할 형편이다.

친노 입장에서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재선으로 전체적인 당내 영향력은 어느 정도 유지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안 지사 역시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잠룡에 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 의원과는 향후 경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실제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당내 예선에서 같은 범친노 계인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지사직을 던지고 출마해 친노 진영의 일부 이탈을 가져오기도 했다.

만일 안 지사가 차기 대선 후보를 뽑는 예선에 출사표를 던질 경우 같은 친노간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 문 의원으로선 여러모로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

손 고문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광주시장 후보의 전략공천을 대놓고 비판했는데 막상 광주 유권자들이 윤 후보와 안 대표를 동시에 선택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머쓱하게 됐다.

대외적 입장만 곤경에 처한 게 아니다. 지방선거를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지사가 강력한 대선주자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안 대표는 광주 선거를 통해 한발 더 달아났고 문재인 의원은 여전히 당내 대주주이다.

손 고문 입장에서는 차기 야권의 대선 후보로 가는 길이 첩첩산중인 셈이다. 문 의원과 정치적 대척점에 서 있던 손 고문은 한 때 안 대표와 협력 공생의 길을 꾀하기도 했지만 이젠 그마저도 어려워졌다. 어떤 식으로 자강(自强) 모드를 구축해 나갈지 세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박 시장과 안 지사의 대선 행보도 더욱 주목을 받게 됐다. 이들의 이합집산이나 특정 후보와의 연대에 따라 야권 대선 후보 자리는 전혀 의외의 인사에게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야 당선자, 대선주자 반열

이번 지방선거의 광역단체장 중에는 야권의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선 주자에 이름을 올린 셈이지만 여권에서도 대선 잠룡에 포함되는 당선자가 적지 않다.

먼저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홍준표 경남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가 그들이다. 여기에 만년 소장파로 분류되던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와 친박 핵심인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자도 대선의 꿈을 그려볼 기회는 잡게 됐다.

일단 홍 지사와 원 지사 당선자가 가장 빨리 대선에 대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홍 지사는 "도지사가 대선 후보가 되면 도민들이 얼마나 좋아하겠느냐"라며 이미 대선 도전에 대한 꿈을 직간접적으로 시사한 바 있다. 실제 여의도 정가에서는 홍 지사가 대선 도전을 위한 특별팀을 구성할 것이란 소문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다만 홍 지사를 경계하는 당내 친박(親朴) 진영의 움직임이 부담이다.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도 대선에 대한 열망이 남다른 정치인이다. 이미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때부터 차세대 대선주자로 각인됐던 터다. 전국적인 지명도를 발판으로 대선의 꿈을 키워 볼 수 있지만 아무래도 중앙정치와 거리가 먼 제주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와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자는 원 당선자와 같이 차기 대선 때 50대의 나이를 유지한다. 새누리당의 젊은 피를 외치며 대선의 꿈을 그려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남 당선자는 소장파 이미지가 강해 대권에 대한 분위기와 아직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응이 있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홍 지사와 원 당선자, 남 당선자는 모두 친박과는 거리가 있다. 이들이 대선에 대한 꿈을 키워갈 수록 친박 진영의 견제는 커지기 마련이다. 이들 간의 정치적 수 싸움도 차기 대선과정의 또다른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들 외에 유 당선자도 전국적인 지명도가 원 당선자나 남 당선자에 비해 약하다. 더구나 핵심 친박에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 이미지가 남아 있다. 전국적인 인물로 부상해야 하는 선결과제가 놓여 있다. 또 비록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했지만 정몽준 전 의원도 여전히 새누리당에선 유력한 대선 주자다. 다만 이번 선거 패배로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었고, 차기 대선주자를 묻는 여론조사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최세훈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