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인간과 삶을 사랑한 빈세트 반 고흐


 
■ 제목 : 슬픔 (Sorrow)
■작가 :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 종류 : 판화
■ 크기 : 39.1cm x 30cm
■ 제작년도 : 1882
■ 소장 : 뉴욕 근대 미술관
 (The Museum of Modern Art)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간직하기 위해서 일기를 쓰거나 사진을 찍어 남긴다. 의미 있고 아름다웠던 추억들을 다 담아 낼 수는 없지만, 세월과 함께 아스라히 사라져가는 기억의 한계를 알기에 놓치고 싶지 않은 삶의 부분들을 일기와 사진첩에 저장하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그림으로 표현했던 화가가 있다. 그의 작품은 전 세계 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세계 유명 경매장에서 최고의 낙찰가를 기록한다. 미술에 대해 문외한이더라도 유일하게 알고 있을 법한 이름, 빈센트 반 고흐가 바로 그다.

타오르는 듯한 해바라기와 자신의 죽음을 예지한 듯한 밀밭 위의 까마귀 그림, 그리고 팝송으로도 불려 잘 알려진 별이 빛나는 밤 등. 수많은 그의 작품들은 모두 꿈틀거리는 붓의 흐름과 강렬한 색채의 환희로 마치 잉태된 생명체의 첫 움직임을 보는 듯 하다.

그런 에너지 넘치는 그림이 실제로 극히 소박하고 인간적인 고흐 삶의 일부였다는 것은 믿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물감 살 돈이 없어 자신의 그림을 헐값에 팔아 작업하고, 어려웠던 사람에게 아낌없이 애정을 주었던 고흐. 그를 절친했던 동료화가 고갱과 말다툼을 한 뒤 자신의 귀를 잘라 버리는 미치광이로만 기억한다면 그의 작품에 받는 감동이 반감될 것이다.

작품 ‘슬픔’의 모델은 아이와 자신의 생계를 위해 창녀가 된 여인이다. 고흐가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며 그녀를 돌보던 시절에 완성한 것이다. 단순하지만 힘찬 데생으로 묘사된 여인의 모습에서 가슴저린 슬픔이 호소력 있게 전달되고 있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고흐는 평생의 고통과 외로움을 신의 뜻으로 여겼고 그림을 그림으로써 고통을 극복하는 것이 신의 섭리와 사랑을 알게 되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평생을 그와 같은 믿음으로 완성한 그의 작품들은 보이기 위한 그림이 아닌 자신의 진실된 삶 자체였기 때문에 더욱 순수한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3-09-30 15:48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