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인체의 해체와 반복적 조합


 
■ 제목 : 육체습작
 (Studies of the Human Body-Triptich)
■ 작가 : 프란시스 베이컨 (Francis Bacon)
■ 종류 : 캔버스 유화
■ 크기 : 198cm x 147.5cm
■ 제작년도 : 1967년
■ 소장 : 런던, 말보로 화인아트
 (Marlborough Fine Art, London)

미술의 역사는 더 이상 새로워질 수 없다는 작품관의 한계와 선조들이 이루어온 양식들과 투쟁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창작세계를 이루기 위한 예술가들의 몸부림의 과정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혁신적 시대정신과 사회변화에 따라 미술의 영역도 현란한 변모를 겪으면서 기존 관념을 무너뜨리는 데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야수주의, 초현실주의, 입체주의, 추상 표현주의 등의 경향이 전통주의의 자리를 뺏으면서 모더니즘 미술 시대를 열어나갔던 것이다.

동시대에 활동한 프란시스 베이컨은 그와 같이 다양한 미술 사조와 심지어 문학에 이르기까지의 급진적 예술의 변화를 마치 단숨에 소화시킨 듯 전혀 다른 경지의 예술을 창조하고자 하였다. 그의 대표작 ‘벨라스케스의 <교황 인노켄티우스 10세>의 초상화 연구’를 보면 여느 예술작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 기괴함과 터져 버릴 듯한 신경의 감각적 동요를 느낄 수 있다.

인체와 초상, 특히 사람의 머리와 벌린 입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베이컨은 때때로 피가 뚝뚝 떨어질 듯한 쇠고기를 주연으로 하거나 녹고 있는 듯한 인간의 형상을 즐겨 표현했다. 그의 어느 작품에서도 형태가 정해지지 않은 원형의 것들은 모두 시간이 멈추어 버린 공간 속에서 계속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작품 ‘육체습작’ 역시 그가 애용한 3부작의 방식이다. 각기 상관관계 없는 개별적 율동의 세 여인이 마치 줄타기를 하듯 연속되어 있는데, 베이컨은 운동하고 있는 인체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채로 포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있어서 그린다는 것은 그러한 감각을 기다리는 것을 의미했다.

해체되고 변형되고 왜곡되는 베이컨의 작품 속 피조물의 멈추지 않는 움직임처럼 그의 고정될 수 없는 창조적 감각은 끝없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3-09-30 15:53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