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작품에 녹아 든 여성의 정체성


 
■ 제목 : 36개의 신체 변형 퍼포먼스 중 Eye Body 
(Eye Body : 36 Transformative Actions)
■ 작가 : 캐롤리 쉬니만 
(Carolee Schneemann)
■ 종류 : 퍼포먼스 
■ 제작 : 1963

음악이나 영화 등의 대중 문화에서 불법 복제품 남발과 쿼터제 도입 등으로 겪는 문화 경제적 위기감을 배제한다면 애호가들이 광범위한 시스템의 편의를 수월하게 즐길 수 있는 것에 비해 미술계는 아직까지 어려움이 많은 듯하다.

요즈음의 미술성향이 아무리 대중성에 모토가 있다 해도 ‘저것도 예술인가?’ 하는 식의 비판이 빈번한 것을 볼 때 많은 사람들이 예술에 대해 대중문화와는 다른 것을 기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대중 예술과 일반 예술을 구별하고 있는 것이다.

고고한 모더니즘의 지나친 심미주의 경향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20세기 중반부터 예술양식의 표현은 보다 대중적 성향을 띠었고 과거 예술과의 혼합된 양식과 주변부에 대한 관심의 증대 등 삶과 문화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이와 같은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로 접어들면서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사회적 이슈들에 관한 주제가 작품으로 흡수되었는데 그 중 페미니즘적 시각의 표현 형태가 적지않은 범주를 차지하였다.

1960년대 많은 예술가들이 퍼포먼스나 신체미술로써 페미니즘 시각을 접목시켰는데 케롤리 쉬니만은 행위미술을 포함한 사진과 설치 등의 다양한 장르를 통해 표현했다.

위의 ‘Eye Body’는 페인트, 유리, 가죽, 깃털, 헝겊 등의 재료와 함께 스튜디오에서 행해진 퍼포먼스로 쉬니만 스스로가 또 다른 매체가 되어 그녀의 신체가 시각적으로 작품의 한 영역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며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여성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있다.

퍼포먼스라면 공간과 시간의 제한을 받아 강한 연극성을 띠기 때문에 동일 작업에 대한 직접경험이 사실상 어렵기도 하다. 이는 수없이 반복해서 볼 수 있는 TV드라마나 영화에 비해 연극이 지닌 특별한 성격처럼 대중과의 만남을 수월하지 않게 하지만 그만큼 색다른 매력이 느껴진다.

일반 대중문화의 급격한 변모에는 적응과 이해가 수월한 일반인들에게 과감한 행위예술은 아직까지 낯설기만 한 것일까? 아름답고 사실적인 묘사가 최상의 가치를 부여 받던 고전미술로부터 마네와 쿠르베의 노골적 성적 묘사로 흘러오듯 미술사는 무한대의 진취적 변화를 묵묵히 포용하고 있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3-09-30 16:12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