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열정과 혼의 혼재


■ 제목 : 카라와 누드
 (Nude with Calla Lilies)
■ 작가 : 디에고 리베라
 (Diego Rivera)
■ 종류 : 하드보드 유채
■ 크기 : 157cm x 124cm
■ 제작 : 1944

부부가 서로를 닮아간다는 의미는 함께 하는 세월 동안 상대방의 영향 아래 저절로 바뀌어 가는 것으로 쉽게 표현되지만 실제로는 부부 생활의 안정과 결속을 위해 어느 정도 의도된 노력이 요구되는 듯하다.

멕시코의 대표적인 화가 부부인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는 찬사를 받는 그들의 작품 만큼 특별한 인생에 대해서도 세인들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 자신의 초상화에 남편 디에고의 얼굴을 그려넣은 칼로의 작품이 시사하듯 그를 향한 그녀의 끝없는 사랑과 정열은 남편의 사회적 공헌과 후세에 기억될 예술 작품을 완성하는데 지주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당시 멕시코 정부가 지원했던 벽화 작업은 일반 대중들에게 혁명의 정당성과 의의를 고무시키는데 더할 수 없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는데 이때 벽화 화가로 활약한 이가 바로 디에고 리베라였다. 그가 완성한 많은 벽화에는 멕시코 토착문화와 민중 역사가 간결하지만 고집스럽고 강한 묘사와 원주민의 혼을 부르는 듯한 색채에서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다.

작품 ‘카라와 누드’ 와 같이 많지 않은 이젤 작업들은 점차 사회주의 사회가 붕괴되면서 이데올로기를 담아낸 벽화 작업이 시들해 졌을 때 주로 이루어 졌으며 그 자신의 가치관과 혁명적 세계관을 맘껏 표출할 수 있었던 벽화 작업에서의 다소 위압적인 분위기보다 대중들의 정서와 열정을 순수하게 담고 있다.

리베라는 사상과 예술에서 완고함을 지니고 있었지만 미국에 체류했을 당시에는 물질주의에 물든 부르주아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 호색한 기질로 많은 여성들과의 염문을 뿌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나 든든하게 그를 사랑하고 의지가 되어준 프라다가 있었기에 어둠 속에서도 빛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칼로와 리베로가 작품에 들였던 공만큼 그들 삶에 쏟았던 노력은 그들의 존재가 서로에게 살아가는 의미로 주어졌고, 예술혼을 불태우는 불씨가 되었던 것이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3-09-30 16:17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