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꽃송이를 지키는 '가시나무'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매발톱나무
황금빛 꽃송이를 지키는 '가시나무'

이름이 너무 강하다. 매의 발톱과 같은 나무라니. 그래서 긴장을 하며 이 나무를 찾아보게 되지만 정작 이 봄에 피어나는 매말톱나무의 꽃은 더없이 밝고 귀엽고 아름답다. 나무 가득 매달린 노란색 꽃송이들은 물론이며 난지 오래지 않아 굳지 않은 연한 연두빛 잎새도 강한 구석이라고는 찾기 어려울 만큼 곱다.

그러면 왜 매발톱나무가 되었을까? 줄기에 난 가시 때문이다. 잔가지를 많이 만들며 다복하게 자라므로 겉에서 스쳐가며 바라보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렇지만 꽃에 마음을 팔아 가까이 만져보기라도 하려면 손가락 한마디정도는 됨직한 정말 보기만해도 날카롭고 무시무시한 가시가 함부로 만지지 말 것을 경계하고 있다. 장미에 가시가 있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 가시는 장미보다 훨씬 길고 예리하니 스스로의 품격을 그 보다 높였다는 뜻일까?

매발톱나무는 낙엽성 작은 키나무이다. 다 자란 듯한 나무도 그 키가 2m를 넘지 못한다. 가지의 마디마다 대 여섯 장씩 모여 달리는 타원형의 크고 작은 잎 새 또한 모양이 아주 독특하다. 짧게는 3㎝에서 길게는 7㎝정도까지이며 가장자리에는 비교적 고르고 날카로운 톱니가 나 있다.

가지나 잎도 좋지만 이 나무의 가장 큰 아름다움은 역시 노란색의 포도송이 같은 꽃에 있는 듯싶다. 봄이 한참일 오월쯤이면 잎이 모여 달린 그 겨드랑이마다 아주 작은 샛노란 꽃들이 수십개 모여 마치 포도송이처럼 생긴 황금빛 꽃송이들을 이루며 조랑조랑 달리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새로 자리 잡은 연녹색의 잎과 노란 꽃들의 조화는 가히 일품이다.

가을에 익는 열매 또한 특색 있고 보기 좋은데 꽃송이들이 달렸던 그 자리마다 둥근 열매들이 가득가득 달려 늘어진다. 처음에는 노랗게도, 주홍색으로도 익어 가던 열매들이 다 익으면 불붙듯 붙어 아름답다.

이 열매들이 새들의 아주 좋은 먹이가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 열매가 이 식물의 특색이 되는지 이 나무를 포함하여 매자나무나 당매자와 같이 형제되는 나무들을 총칭하는 속명 버버리스(Berbris)는 열매를 뜻하는 아랍어 버버리즈(berberys)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이외에도 가을이 되어 자주 빛으로 물드는 매자나무 잎의 단풍 또한 보기 좋다.

이 나무를 잘 알고 나면 왜 진작 많이 심지 않았을까 싶다. 이미 서양에서는 시작을 했는데 말이다. 자그마한 독립수로 키워도 좋지만 가지가 조밀하고 가시가 있으니 줄지어 나즈막한 생울타리를 만들어도 보기 좋다.

한방에서는 유사한 나무들이 모두 함께 이용되는데 소염, 자약, 산석류 등으로 불리운다. 줄기는 황염목이라고 하여 봄이나 가을에 줄기를 베어 가시를 제거한 후 다듬어 말려 쓴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줄기를 다린 물로 입가심을 하면 입이 헐었을 때 좋다고 적혀 있으며 건위약이나 결막염 등에 걸렸을 때 쓴다고 한다. 뿌리의 껍질은 자궁이나 산후 출혈에 적합하며 담낭에 질병이 있을 때 통증과 염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도 알려져 있다.

매자나무의 어린 순은 따서 나물로도 해 먹을 수 있는데 그냥 먹으면 쓴맛이 강하므로 잘 데쳐서 우려낸 다음 양념을 해야 한다. 북한에서는 매자나무의 열매로 청을 만들어 끓여서 앙금을 걸러 보관했다가 물에 타서 청량음료 대신 마시기도 한다.

이 봄은 매발톱나무 하나 잘 익히며 보내도 성공이다. 분명 그 모습에 마음이 밝아질 것이므로.

이유미의 국립수목원 연구관


입력시간 : 2003-10-02 10:47


이유미의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