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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女형사가 꽃미녀보다 인기있는 까닭
<다모>사전제작으로 극의 완성도
<요조숙녀>신파조의 그렇고 그런 사랑놀음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우리 시대 부실 공사의 상징이자 부실 사회의 표상이다. ‘부실’과 ‘건실’은 건설 현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중문화 현장에도 있다. 건설 현장에서 부실 공사의 결과는 엄청난 인명피해를 낳고 대중문화 현장에서의 날림 공사는 불특정 다수, 특히 청소년들에게 해악을 가져온다.



요즘 안방극장을 수놓는 드라마 두 편이 날림과 튼실 공정의 결과를 대조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하나는 MBC 월화 사극 ‘다모’이고 또 다른 하나는 SBS 수목 미니 시리즈 ‘요조숙녀’이다. 이중 어떤 것이 부실 이고 어떤 것이 건실한 지는 두 드라마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바로 정답을 알 것이다. 두 작품을 말하는 것은 현재 우리 방송ㆍ연예계가 안고 있는 문제와 대안을 모두 담고 있기 때문이다.



두 작품 모두 원작의 판권을 구입해 드라마화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모’는 방학기의 만화를 영상화했고, ‘요조숙녀’는 일본 후지TV에서 방송한 드라마 ‘야마토 나데시코(미모의 여성을 지칭하는 말)’를 리메이크했다. 두 작품의 출발은 비슷한 셈이다.



그러나 결과는 판이하다. ‘다모’는 건실하게 공사한 흔적이 영상과 연기 등 화면 곳곳에 배어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요조숙녀’는 부실 공정의 티가 브라운관 전체에 흐른다.



1961년 KBS 개국 이후 열린 텔레비전 방송의 오랜 숙제 중 하나는 드라마의 사전 제작제(방송 전 드라마를 완성하는 것)였다. 하지만 사전 제작제는 구호에 그칠 뿐 과거나 현재나 한 회분 대본도 완성되지 않아 쪽대본(몇 줄씩 나오는 드라마 대본을 지칭함)을 받아 들고 촬영에 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로 인해 연기자는 현장에서 연습 없이 혼이 깃든 연기는커녕 대사 소화에 급급하고 촬영과 편집이 급박하게 이뤄져 드라마의 완성도를 기대하기가 힘들다. 또한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해 당초 기획의도를 내팽개친 채 극 전개를 급변시키기도 하고 시청률이 저조하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과 대사, 극성 강한 상황을 대거 포진시키기도 한다.



그래도 안되면 시청자와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조기종영을 한다. 반대로 시청률이 높으면 없던 캐릭터와 내용을 넣어 하염없이 늘리기 식으로 일관한다. 이것은 순전히 사전 제작제가 이뤄지지 않는 당일치기식 방송 제작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사전제작이 이뤄지면 상당부분 개선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사극의 지평 업그레이드 시킨 '다모'





‘다모’는 기획된 뒤 1년 여의 사전 제작기간이 소요됐고, 100여명의 스태프가 투입되는 등 사전 제작에 노력을 기울였다. 물론 일부 스튜디오 녹화와 야외 촬영은 방송이 시작되면서도 진행되기는 했지만 우리 방송 환경에서는 획기적인 부분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로 인해 영화 같은 완성도 높은 영상을 매회 구사할 수 있었다.



또한 미리 나온 완성된 대본을 가지고 작업할 수 있었기에 다양한 장소와 계절을 배경으로 특수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고 비약과 생략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편집이 가능했다. 연기자들도 극의 전반적인 상황의 이해를 바탕으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표출할 수 있었다. 또한 ‘다모’ 제작진은 방학기 만화의 원작을 드라마적 특성에 맞게 캐릭터와 내용을 변화시켜 시청자들이 호응을 유도했다.



‘다모’는 네티즌들의 광풍에 가까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월, 화요일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드라마보다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때 전체 프로그램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했던 SBS ‘야인시대’와 스타 PD 연출작이라는 점 때문에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여름향기’를 누르면서 같은 시간대 드라마중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시청자의 관심과 호응으로 방송사 안팎에서 연장 방송의 논의?나오기 시작했지만 작품의 완성도를 유지하며 기획의도를 살리기 위해 연출자 이재규PD는 연장 방송에 반대, 당초 기획했던 14부작으로 끝을 맺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일은 우리 방송환경에서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짜임새 없는 스토리 전개 '요조숙녀'









이에 비해 ‘요조숙녀’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야마토 나데시코’ 에서의 수학자 출신의 생선가게 주인을 떡집 주인으로 설정하는 등 일부 캐릭터와 내용을 바꾸기는 했지만 원작의 짜임새와 극의 전개 흐름에 비하면 매우 부족하다.



‘야마토 나데시코’가 일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3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반면 이를 리메이크한 ‘요조숙녀’가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한 데에는 극의 흐름이 부자연스러운데다 수많은 트렌디 드라마에서 지겹도록 구사돼 이제는 진부하면서 식상하기까지 한 소재와 구도, 장치를 그대로 활용해 신선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내적인 부실함을 김희선과 고수, 박한별 등 일부 스타들의 유명성으로 극복하려 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저하시키는 작용을 하고 있다. 같은 시간대 방송된 드라마 8월 21일 방송분 시청률은 MBC ‘앞집 여자’가 28%로 가장 높았고 KBS ‘장희빈’ 20%, ‘요조숙녀’ 15%였다.



김희선이 주연으로 나선 이전의 드라마 ‘토마토’나 ‘미스터 큐’가 30~40%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조선시대 차를 따르는 일을 하는 관비로, 규방사건의 수사와 정보 수집, 여성 피의자 수색 등을 겸한 전문직 여성인 다모를 전면에 내세운 사극 ‘다모’는 기존의 왕과 일부 영웅을 중심으로 한 궁중사극이나 궁궐 안의 여성들의 사랑과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시기와 질투, 음모 등을 그린 치마사극에서 벗어나 사극의 지평을 한 단계 상승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사극 대사나 배경 음악, 극 전개의 템포 등을 젊은이의 취향과 감각에 맞게 제작해 평소 사극에 거리를 두던 젊은이들도 사극을 볼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기까지 했다.



반면 2003년판 ‘장한몽’인 ‘요조숙녀’는 가난한 집안 출신의 허영기 가득한 미모의 승무원 민경(김희선)이 돈 많은 기업체 회장의 아들 동규(손창민)와 세상물정 모르고 사랑의 순수함을 믿는 천문학도 출신의 가난한 떡집가게 주인 영호(고수)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에는 사랑의 순수함을 깨달아 영호와 맺어진다는 내용이다.



전형적인 신파조의 이수일(사랑의 순수함)과 김중배(다이아몬드) 그리고 둘 사이에 갈등하는 순애가 벌이는 갈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요조숙녀’는 여기에 지겹도록 트렌디 드라마에 등장하는 출생의 비밀까지 등장하고 있다. 극이 전개되면서 교통 사고로 죽은 영호의 첫사랑이 바로 다른 집으로 입양된 민경의 쌍둥이 언니라는 설정은 이제 시청자도 고개를 돌리는 상투적인 드라마적 장치다.




출연진 연기력 대조적





극적 완성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출연진의 연기도 두 드라마는 큰 대조를 이룬다. ‘다모’의 여주인공인 하지원은 사극 출연이 처음이지만 액션 연기와 대사, 표정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내고 있다.



또한 본격적인 드라마 연기를 처음 하는 장성백 역의 김민준과 연기력이 다소 떨어지는 황보윤 역의 이서진 등이 등장하는 장면은 캐릭터의 카리스마를 최대한 발현시키며 대사를 가급적 줄여 시청자로 하여금 연기력 부족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세심한 연출이 돋보인다.



또한 권오중 이한위 박영규 등 조연들의 주연들과의 연기 조화는 결국 ‘다모’ 의 작품성과 완성도를 높여주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방송 전부터 초호화 스타 캐스팅이라며 홍보한 ‘요조숙녀’의 주연급들의 연기는 극의 흐름마저 부자연스럽게 만드는 연기력의 부재를 드러내고 있다. 1992년 ‘공룡선생’으로 데뷔해 연기생활 10년째에 접어든 김희선은 4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지만 여전히 대사 처리와 표정연기가 농밀하지 못하다.



김희선이 보여주는 특유의 톡톡 튀는 신세대 여성 이미지는 이제 더 이상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인 흡인 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연기력으로 이런 문제를 극복해야 하는데 김희선의 연기력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고수 역시 영호라는 캐릭터에 천착하지 못하는 장면이 자주 눈에 보인다. 이밖에 ‘여고괴담3-여우계단’ 에서 주연으로 나와 시선을 모으고 있는 신인 배우 박한별은 드라마에 처음 출연한 점을 감안해도 기침하는 장면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문제를 드러냈다. ‘요조숙녀’는 무조건 스타를 출연시켜 시청률을 확보하려는 스타 위주의 안이한 제작 관행의 부정적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튼실 공사를 한 ‘다모’와 부실 공정으로 보여지는 ‘요조숙녀’는 분명 우리 드라마가 발전하기 위해서 개선돼야 할 문제와 대안을 다양한 측면에서 노출시켰다. 그리고 드라마의 질적 완성도를 보고 선택하는 안목을 가진 시청자들이 늘고 있음도 보여줬다. 이제 방송사 드라마 제작진들이 변화할 때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


입력시간 : 2003-10-0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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