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용담


국화가 지천인 가을산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꽃들이 몇몇 있다. 그 가운데서도 그리 크지 않은 키와 꽃을 가지고서도 결코 기죽지 않고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서있는 모습, 너무도 아름답고 신비로운 보랏빛 꽃색, 그리고 아랫 부분은 봉곳하게 부풀고 윗부분은 나리꽃처럼 벌어져 고운 꽃의 모양. 바로 용담이다.

용담의 학명은 켄티아나(Gentiana)이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에는 너무 많은 라틴어 학명을 외우기가 어려워 용담을 두고 ‘괜찮아’로 기억하곤 하였다. 용담의 꽃은 정말 정말 괜찮다.

용담은 용담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제주도를 포함하여 남쪽에서 북쪽까지, 높은 산에서 낮은 혹은 들녘까지 전역에 걸쳐 자라는 우리 꽃이다. 다 자라면 무릎높이 정도 키가 크지만 한라산과 같은 높은 지역에 가면 한뼘 정도 자라기도 한다. 손가락 길이쯤 되는 잎은 길쭉하며 끝이 뾰족한데 잎자루도 없이 서로 마주 달린다. 잎에 잎맥이 길게 나란히 3개 있는 것도 특징 중에 하나이다.

늦여름에 피기 시작하여 가을내 심지어는 11월까지 볼 수 있는 꽃송이들은 줄기와 잎 사이에서 여러 송이 모여 달린다. 꽃자루 역시 다닥다닥 달려 있는 모습이 아주 특색 있다. 늦게 익은 열매는 꽃잎과 꽃받침이 달린 채 남아 있다. 열매는 익으면 저절로 벌어지는 삭과이며 그 속에서 나오는 씨앗에는 날개같은 것이 달려 있다.

용담이란 우리 이름은 한자로는 龍膽으로 쓰며 중국과 같은 이름을 쓴다.(물론 발음은 다르겠지만) 뿌리를 약으로 쓰는데 쓴 맛이 강하여 웅담보다 더하여 용담이 되었다고 한다. 학명 켄티아나는 이릴리안(Illyrian) 지방의 왕 켄티우스(Gentius)가 이 식물을 처음 보고 강장제(强壯劑)로써의 효과를 발견하므로써 그 이름을 기념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그밖에 초룡담(草龍膽), 관음초(觀音草), 과남풀 등의 이름으로 불리운다.

경상도 지방에는 용담에 얽힌 이야기가 하나 전해온다. 눈이 많이 내린 어느 겨울, 한 나뭇꾼이 사냥꾼에게 몰리고 있는 토끼를 한 마리 구해주었다. 그러자 그 토끼는 다음날 다시 나타나서 눈 속을 파헤쳐 풀뿌리 하나를 꺼내주었고 나무꾼이 그 풀뿌리를 먹어보니 맛이 몹시 썼다. 너무 쓴 맛에 자신을 놀리는 줄 알고 토끼를 잡아 화를 내자 토끼는 어느새 산신령으로 변하였고, 목숨을 구해준 은혜를 갚기 위한 귀한 약초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이 풀뿌리가 바로 용담의 뿌리이며 그 나뭇꾼은 풀뿌리를 모아 팔아 큰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앞에서 말한 이름의 유래나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 모두 용담이 약용으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려준다. 용담은 뿌리를 약으로 허연 수염뿌리가 굵고 많이 다발로 달려있다.

한방에서 이용하는 생약명도 역시 용담이다. 한방에서 이용하는데 간기능보호, 담즙분비 촉진, 이뇨작용, 혈압강화, 진정작용, 항염증 작용들이 있어 소화불량, 간경열, 담낭염, 황달, 두통 등 많은 증세에 쓰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소화를 위해 먹을 때는 반드시 식사 전에 먹어야 하며, 급성결막염에 효과가 있다는 기록도 있다. 북부지방에서는 어린 싹이나 부드러운 잎을 먹기도 한다. 생뿌리나 잎을 술에 담궈 몇 개월 우려먹는데 고혈압같은 성인병에 좋다는 기록도 있다.

요즈음 용담은 관상용으로도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꽃송이가 마디마다 송이송이 달린 것도 보기 좋고 보랏빛도 특별히 아름답고 무엇보다도 개화기가 아주 길고 늦은 가을까지 피어 좋다고 한다.

가을이 다 갈 즈음이면 초록빛 용담의 잎은 자주 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그러면 농익은 보라빛 꽃송이와 붉게 물들었다 서서히 빛을 잃어 가는 산야와 참 어울린다. 그렇게 우리 땅에서 오래도록 남아 피며 써서 약이 되고 늦게 피어 덕이 되는, 세상살이의 이치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용담이.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입력시간 : 2003-10-15 16:03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g.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