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화살나무


화살나무는 이땅의 산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작은 키 나무이다. 그 줄기의 독특함이나 아름다운 가을 단풍빛이 좋아서, 혹은 약으로 쓰고자 부러 심는 이들도 있지만 특별히 골라 기르는 귀족스런 정원수가 아닌 친근하고 서민적인 나무이다.

그저 숲 속의 여러 나무와 조화되어 평범하게 살면서도 가까이서 관심을 가지고 보면 줄기 하나 잎새 하나 모두 특색있는 정다운 우리 나무이다.

화살나무는 노박덩굴과에 속하는 낙엽 관목이다. 다자라야 3m를 넘지 못한다. 우리나라 땅이면 전국의 어는 산에서든 자라고 이웃하는 일본과 중국에서까지 볼 수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심는 사철나무와는 같은 과(科) 같은 속(屬)에 속하는 사촌이 되는 나무이지만 사철나무는 상록성인데 반해 화살나무는 낙엽성이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나무의 인척관계를 눈치채지 못한다.

화살나무의 가장 큰 특색은 아무래도 줄기에 두 줄에서 네 줄까지 달려있는 코르크질의 날개를 들 수 있다. 진회색 수피와 같은색의 이 날개가 마치 화살에 붙이는 날개의 모양과 같다하여 이 나무의 이름 자체도 화살나무가 되었으며 지방에 따라서는 날개의 모양이 예전에 머리를 빗던 참빗과 같다고 하여 참빗나무라고도 부르며 홑잎나무라고도 한다. 또 단풍이 비단처럼 고와 금목(錦木)이라는 이름도 있다.

그래서 화살나무는 여늬 낙엽성 나무와는 달리 꽃도 지고 잎도 지고 난 겨울, 줄기만으로도 특색있는 모습을 나타내어 보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다.

화살나무의 학명은 유니무스 알라투스(Euonymus alatus)인데 여기서 앞의 속명은 좋다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이유(eu)와 이름이라는 뜻의 오노마(onoma)가 합쳐서 된 이름으로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신의 이름에서 따왔으며 화살나무의 특징을 말해주는 종소명 알라투스는 역시 날개가 있다는 뜻이어서 이 줄기의 날개가 이 식물의 중요한 특징임을 입증해 주고 있다.

손가락 두 마디쯤 되는 잎은 서로 마주보고 달린다. 그리 크지도 그리 작지도 않은 잎이 부드럽고 신선하게 보인다. 꽃은 5월을 즈음하여 잎겨드랑이에서 꽃자루가 나오고 다시 둘로 갈라져 와이(Y)자를 만들며 그 끝에 연한 연두 빛이어서 푸르스름하게 느껴지는 작은 꽃이 달린다.

화살나무의 가장 화려한 모습은 붉게 물드는 가을, 잎새의 빛깔과 역시 붉게 익지만 귀엽기만한 열매의 모습에서 볼 수 있다. 이 열매는 자주빛 껍질이 벌어지고 작은 주홍빛 종자가 사이에 들어 나면서 제 모습이 나타나는데 겨울이 오고도 오래도록 붙어 있어 더욱 좋다.

이 화살나무의 단풍은 10월에 기온이 15도 이하로 내려 갔을때 가장 선명하고 붉게 들며 또 더운 지역에서는 햇볕이 많은 곳에서 보다는 다소 그늘이 진 곳에 심어야 더욱 고운 단풍빛을 구경할 수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화살나무는 단풍빛을 탐내 정원에 간혹 심는 것이 고작이었으나 요즈음에는 분재등으로도 개발이 되고 있으며 특히 날개가 달린 줄기를 잘라 꽃꽂이에도 많이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개성있는 날개의 진짜 용도는 약용에 있다. 대부분의 약용식물들은 잎이나 열매 혹은 뿌리를 이용하게 마련이나 화살나무는 다름아닌 이 날개부분을 쓴다.

생약이름으로는 귀전우, 위모, 호전우 등으로 부르는데 피멍을 풀어 주고, 피를 조절하고, 거담작용이 있으므로 동맥경과, 혈전증, 가래기침, 월경 불순 및 출산 후 피가 멈추지 않거나 어혈로 생기는 복통, 젖이 분비되지 않을 때 쓰며 그밖에 풍을 치료하는데, 피부병 등에도 처방한다. 민간에서는 날개 부분을 검게 태워 가시를 빼는데 썼다고 한다.

그 밖에도 어린 잎을 나물로 무쳐 먹거나 잘게 썰어 밥을 지어 먹기도 하는데 그냥 먹으면 다소 쓴맛이 나므로 데쳐서 흐르는 물에 잠시 담궜다가 먹으면 좋다.

그러나 무성하게 자란 잎이나 열매를 잘못 먹으면 구토와 설사를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화살나무를 잘라 진짜 화살을 만들기도 하며 예전에는 지팡이도 많이 만들었다고 하며 목재는 치밀하고 인장강도가 높아 나무못과 같은 특수용도나 세공재로 쓰인다.

소박하기만 했던 화살나무의 개성있는 모습을 재발견한다면 이 또한 이 가을의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입력시간 : 2003-10-23 15:39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g.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