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신화와 전설로 읽는 붓다의 삶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 카렌 암스트롱 지음 정영목 옮김 푸른숲 펴냄

이 책은 서구학자가 쓴 붓다의 평전이다. 저명한 종교학자인 지은이는 붓다의 시대로부터 가장 가까운 시기에 씌어졌다고 인정받고 있는 팔리어 경전을 기본 텍스트로 삼아 붓다를 둘러싼 신화와 전설의 속뜻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는 붓다의 삶과 가르침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한 것에 다름 아니다.

지은이는 삭카공화국의 왕자인 싯닷타 고타마가 영적 성장을 위해 집을 떠나는 순간부터 궁극적인 닙바나(열반ㆍ니르바나)에 들기까지의 삶을 추적하지만 그 목적은 붓다의 삶을 온전히 복원하려는 데 있지 않았다. 붓다의 이야기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지니는 의미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붓다가 살았던 기원전 6세기와 5세기의 인도인들은 지금 우리처럼 자본주의와 도시의 발달, 개인주의의 팽배가 특징인 시대를 살았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붓다도 정치적 폭력의 시대에 살았으며, 우리처럼 삶의 공허에 시달렸고,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르는 폭력을 보며 공포와 슬픔을 느꼈다.

지은이는 자신의 시대와 인간의 조건에 대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했던 붓다의 삶과 가르침이 오늘날 의미를 지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지은이는 붓다의 사상이 현대인들에게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급진적 사상이라고 평가한다. 붓다는 현실의 고통을 직시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충고했다. 인간의 삶에서 고통은 제거할 수 없는 요소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똑 같은 고통을 겪는다는 것을 깨달을 때 인간은 비로소 자기중심주의에서 벗어 날 수 있다. 지은이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삶의 괴로움을 일부러 외면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지은이는 붓다의 가르침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불교용어들은 우리들에게 익숙한 산스크리트가 아니라 팔리어로 표현돼 있다. 지은이는 당시 붓다가 보통 사람들이 쓰던 일상어로 가르침을 베풀었다는 점을 감안해 각각의 불교 용어를 그 시대의 언어, 즉 팔리어의 의미대로 풀어썼다. 이를테면 ‘다르마’가 아니라 ‘담마’, ‘니르바나’가 아니라 ‘닙바나’, ‘카르마’가 아니라 ‘캄마’로 표기돼 있다.

최성욱 기자


입력시간 : 2003-10-31 10:11


최성욱 기자 feel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