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산책] 2003 서울국제 컴퓨터 음악제 外


가장 동시대적이면서도 외면 받는 음악, 그것을 현대 음악이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라면 단연 컴퓨터 음악일 것이다. 흔히들 컴퓨터 뮤직이라며 알고 있는 MP3나 가라오케는 컴퓨터를 도구로 해 극히 일부의 기능만을 따로 떼 내 상업적으로 써 먹은 것에 불과하다. 컴퓨터 음악의 세계는 훨씬 웅혼하다.

현실 세계에는 없는 소리를 창조해 내, 그것을 미학적으로 재배치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컴퓨터 음악이다. 기계 문명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추상적인 세계의 정점인 것이다. 진정한 예술이나 학문의 세계가 그러하듯, 진짜 컴퓨터 뮤직 역시 보통 사람으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는다.

그 컴퓨터 음악의 정수가 펼쳐진다. ‘2003 서울 국제 컴퓨터 음악제’. 컴퓨터 음악에 관한 한 아시아를 대표로 해 오다, 올해로 딱 열돐이다. 11월 8~12일 문예회관대극장, 한국예술종합학교 크누아홀 등지에서 펼쳐지는 이번 대회는 국제적 행사로서의 면모를 발휘하기에 족하다.

아시아ㆍ미주ㆍ유럽에서 공모된 100여 작품에서 걸러 낸 20여편이 연주된다. 베를린의 한스 아이슬러 국립 음대 교수로 있는 트럼펫 주자 윌리엄 포먼(43)이 내한, 연주를 들려준다는 소식은 국내 컴퓨터 음악계의 경사로 받아 들여 지고 있다. 들려 줄 곡은 현대음악의 거장, 슈톡하우젠의 ‘Aries’, ‘Solo’ 등(11월 11일). 이번에는 또 독일전자음악협회(DEGEM) 소속 연주가들도 참여, ‘헛도는 대화’ 등을 들려준다(11월 9일).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한국 전자 음악 협회(KEAM)와의 교류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국악계의 의욕 넘치는 주자들도 동참한다. 가야금 4중주단 ‘사계’의 고지연, 국악 트리오 ‘상상’의 강은일 류경화 허윤정 등이 출연해 컴퓨터 문명과 이뤄 낼 대화의 한마당은 색다른 감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에 적극 도움을 준 DEGEM은 국제전자음악협회(ISCM)의 독일 지부로, 1980년대 이래로 동독을 중심으로 독일의 전자 음악을 발전시켜 온 단체다. 여러 개의 녹음 스튜디오, 학술협회, 작곡가ㆍ연주자ㆍ프로그래머ㆍ과학교육자 등 150여명의 회원들을 거느리며 세계 컴퓨터 음악계에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공연 문의는 (02)2290-1709.


▷ 라이브
프리 재즈의 향연 <프리 뮤직 페스티벌><

평소 접하기 힘든 재즈인 프리 재즈의 향연이 펼쳐진다. 서울청소년문화교류센터의 미지센터는 수능 시험 준비에 지친 마음을 파격적인 프리 재즈의 향연, ‘프리 뮤직 페스티벌’로 씻겨 준다. 11월 8일 김대화(타악), 15일 강태환(색소폰) 박재천(타악), 22일 박재천과 청소년 음악가, 29일 최선배(트럼펫) 알프레드 하스(색소폰) 등이 출연해 즉흥에 기초한 음악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명동 유네스코홀 미지센터 (02)755-1204


윤석화와 음악친구들 <엄마의 자장가>

윤석화가 그의 음악 친구들과 콘서트 ‘엄마의 자장가’를 펼친다.국내 입양의 중요성을 강조, 최근 입양을 실천한 윤씨가 가정과 생명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곡들을 들려준다. 윤씨는 ‘예수로 나의 구주 삼고’ 등 찬송가와 ‘사랑하기 때문에’ 등 가요를, 노영심은 ‘플란다스의 개’ 등 연주곡을, 기타리스트 이병우는 ‘어머니’ 등의 연주곡을, 이문세는 ‘그대와 영원히’ 등의 노래를 들려 준다. 11월 7일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 새천년홀 1588-7890


▷ 콘서트
클래식음악 특별공연 <교향곡의 세계>

꾸러기예술단은 ‘교과서에 나오는 클래식 음악 특별공연’을 갖는다. 2000년 세종대에서 처음으로 펼친 이래, 참신한 주제로 호응을 받아 오고 있다. 이번에는 ‘교향곡의 세계’라는 주제로 이튿 동안 펼친다. 글린카의 ‘루슬란과 뤼드밀라 서곡’, 하이든의 ‘놀람 교향곡’ 등을 들려준다. 윤기연 지휘. 11월 8~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3141-0651


▷ 연극
극단 레드블 <슬픔의 일곱무대>

개성적 활동을 펼쳐 온 배우 나자명이 이번에는 호주 원주민(애버리진)으로 나온다. 극단 레드볼의 연극 ‘슬픔의 일곱 무대’는 성차별과 인종 차별이라는 이중의 덫에서 허덕이는 한 애버리진 여성의 삶을 슬픔과 웃음으로 버무려 낸 작품이다. 1995년 호주에서 전국 순회로 초연된 이 작품은 현재 호주 중학교의 연극 교재 작품으로도 명성이 높다. 나자명 공동 연출, 번역, 출연. 11월 6~16일 학전 블루 소극장 (02)763-1773

장병욱차장


입력시간 : 2003-11-04 14:09


장병욱차장 aj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