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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테이너(politainer)의 시대는 오는가?
방송·연예계에 또 정치바람
총선 앞두고 이름 거론, 전문성 갖춘 뒤 '정계노크' 바람직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출마자의 예상 명단이 각종 매체에 소개되고 예상 후보자들의 수면 아래 활동은 부산하기만 하다. 각 당은 진부하다 못해 국민들이 고개마저 돌려버린 개혁의 상품화를 들고 나와 고장 난 레코드판처럼 재탕을 하고 있다.

이 와중에 방송ㆍ연예인들의 총선 출마 여부도 호사가들의 관심의 초점으로 등장했다. 방송 진행자로 인기가 높은 MBC 손석희 아나운서의 총선 출마설이 일부 언론에서 흘러나오고, 이에 대해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손 아나운서의 방송을 통한 해명이 이어지면서 방송ㆍ연예인의 정계 진출에 대한 관심이 점차 열기를 더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정한용 등 그 동안 정계에 진출했다가 오랜 공백 끝에 다시 브라운관으로 복귀하는 현상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또 한 명의 미국 스타 출신 정치가가 탄생한 것도 원인이 돼 이래저래 우리 방송ㆍ연예인의 국회 진출에 관심을 증폭시킨다. 10월 7일 실시된 미국 캘리포니아주지사 소환선거에서 데이비스 현주지사를 소환하고 대신 차기 주지사에 할리우드 액션 스타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당선됐다.

15일 주지사 임무에 들어갈 슈워제너거는 1966년 로널드 레이건에 이어 배우출신으로 두 번째 주지사에 오르게 된다. 벌써부터 미국의 대중매체와 호사가들은 레이건 전대통령처럼 슈워제너거가 백악관으로 향할 것인가에 관심을 보이고 있을 정도로 스타 출신 슈워제너거의 정치 입문은 화제다.

미국 연예인들은 대부분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만 슈워제너거처럼 정계에 진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용서받지 못한 자’ ‘사선에서’로 잘 알려진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1993년 그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소도시 카멜시의 시장에 당선된 것이 눈에 띌 뿐이다.

물론 앵커나 진행자의 정계 진출도 눈에 띄지 않는다. 1951년 미국 CBS 앵커를 시작해 1981년 은퇴할 때까지 미국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며 ‘전설의 앵커’라는 명성을 얻었던 월터 크롱카이트는 앵커 재임 시나 은퇴 후에 끊임없는 정계 진출 권유를 받았으나 그는 끝까지 앵커로 남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에 비해 우리 방송ㆍ연예인들의 정계진출은 활발한 편이다. 이 때문인지 폴리테이너(PolitanerㆍPolitician(정치가)+Entertainer(연예인)의 합성어) 시대의 도래를 점치는 사람들마저 생겨난다.


대중적 인지도가 최대 무기



우리의 경우는 연예인들의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면서 정계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었다. 1978년 탤런트 홍성우가 국회에 진출해 최초의 연예인 출신 국회의원이 된 후 3선 의원으로 정치적 입지를 다졌고 영화배우 이대엽도 11대부터 3선에 성공한 바 있다.

이외에도 탤런트 이낙훈, 영화배우 최무룡 등을 비롯해 탤런트 이순재 최불암 강부자 정한용, 코미디언 이주일, 가수 최희준 등이 금배지를 다는데 성공해 의정활동을 펼친 바 있다. 현재에는 영화배우 신성일과 신영균이 한나라당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물론 탤런트 이덕화 등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국회의원 선거에 나섰으나 낙선을 하는 등 정치 입문에 실패한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들어 방송 앵커나 진행자의 정계입문은 부쩍 늘었다. 현재 정동영, 이윤성, 박성범, 맹형규, 강성구, 전용학 등이 의원으로 활동하거나 금배지를 단 적이 있고 정범구, 박원홍, 오세훈, 류시민, 김한길 등은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로 나서 대중적 인지도를 높인 정치인들이다.

방송ㆍ연예인들의 정계 진출이 급증한 것은 영상매체의 범람과 영향력이 고조되면서 이미지와 대중적 인지도가 정치인으로서 중요한 성공 기제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각 정당의 득표 제고를 위한 연예인과 방송인의 영입이 활발해진 것도 폴리테이너의 증가 원인으로 자리 잡았다. 즉 정치의 스타 마케팅이 폴리테이너의 증가를 부채질 한 것이다.

하지만 방송ㆍ연예인들의 정계 입문에는 적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앵커 등 방송인의 경우에는 방송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우려를 제기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TV스타로까지 부상한 앵커와 진행자들의 정계 진출은 방송을 통한 지명도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KBS는 최근 일정 기간 정ㆍ관계 진출을 금하는 윤리강령을 마련하기도 했으나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연예인의 경우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일부 연예인 출신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에 대해 국민들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데 있다. 이것은 연예인들의 정치 활동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과 연예인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이기도 하다.

고 이주일씨나 강부자씨는 “의정활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동료 의원들은 코미디나 연기자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는 잘못된 시각이 많았다”고 말했다. 탤런트 이순재씨는 “전문성을 살려 문화관광위에서 활동했으나 연예인이 정치하기에는 정치 풍토가 너무 척박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리고 “다시는 정계와 인연을 맺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을 첨언했다.


여전한 '눈요깃감' 인식



현재로는 연예인의 정계 입문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연예인도 분명 정계에 진출할 수 있다. 하지만 정당의 득표활동 도구로 영입이 되거나 아니면 개인의 명예욕으로 진출하면 연예인의 정치 활동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전문성을 갖추고 정치감각도 키워 정계에 입문하면 눈요깃감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자로서 민의를 충실히 전달하고 정책과 법안 입안 활동에도 뛰어나야 한다.

방송ㆍ연예인의 정계 진출과 함께 한번 생각해 볼 문제는 공천을 받지 못하거나 낙선한 사람들의 방송 복귀에 대한 것이다. 현재 정계에 입문한 뒤 다시 방송, 연예계 복귀에 대한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다. 이들 중 한 사람이라도 다음 총선을 겨냥, 인지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방송을 다시 하는 것은 적지 않은 문제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방송, 연예계에도 정치 바람은 거세게 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계 입문을 고려하고 있는 방송인이나 연예인 등은 자신의 이미지와 대중적 인기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방송과 대중문화계에 미칠 파장과 문제 등을 숙고하고 전문 정치인으로서 손색없는 실력과 자세를 갖췄는지 자문한 뒤 정계에 진출하기 바란다. 그것이 진정한 폴리테이너의 시대를 정착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


입력시간 : 2003-11-1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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