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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사철나무




한창 다가온다. 하늘은 갈수록 푸르고 시리게 다가온다. 겨울에도 의연하게 푸르름을 간직한 채 지내는 나무들이 있는데, 바로 우리가 흔히 상록수라 부르는 늘푸른 나무들이다. 이들은 대개 소나무나 향나무와 같은 침엽수이지만 잎이 넓은 활엽수 가운데도 상록수인 나무가 있다.

바로 녹나무, 가시나무, 돈나무와 같은 나무들인데 섭섭하게도 이들의 대부분은 남쪽 지방에서만 자라므로 중부지방 에서는 화분에 심어 집안에 들여 놓아야만 그 짙푸른 잎의 싱싱함을 느낄 수 있는 조금은 낯설은 나무들이다.

그러나 드물게 추위를 견디어 우리 곁에 항상 함께 있는 상록 활엽수가 몇 몇 있는데 사철나무는 그 가운데 가장 우리와 친근한 나무 중의 하나이다. 사실 이 사철나무도 자생하는 곳은 중부 이남의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곳이어서 추위에 강하다고는 말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푸른 잎을 매단 채 겨울을 보내는 일쯤은 문제 없는 듯 하다.

남쪽으로 제주도에서부터 전라도, 경상도, 경기도는 물론 강원도와 북쪽으로 황해도까지 올라가 자란다. 그 많은 상록수 가운데 바로 이 나무에 말 그대로 사계절 볼 수 있는 사철나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을 보면 상록수를 대표하는 나무인가 보다. 그래서 꽃말도 ‘변함없다’이다.

사철나무는 노박덩굴과 사철나무속에 속하는 작은 키 나무이다. 사철나무속은 라틴어 학명으로 유니무스(Euonymus)인데 이 이름은 옛 그리스어의 유(좋다) 와 오노마(이름)의 합성어 유노마란 단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사철나무는 다 자라면 3m 까지 크고 경우에 따라 6m까지 자라기도 한다. 새로 난 한 살짜리 줄기는 녹색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차 회흑색으로 변한다. 줄기에 마주 달리는 달걀모양의 잎은 대부분의 상록수가 그러하듯 가죽처럼 두껍고 질겨 혁질이라 부르고 반질반질 윤이 난다. 길이는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이다.

여늬 꽃처럼 노랗고, 빨갛고, 희지 않으며 결코 지나치게 화려하지는 않아도 마냥 싱그럽게 느껴지는 사철나무의 꽃. 그 꽃을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봄이 가고 여름이 시작되려는 무렵이면 사철나무는 가지와 잎 겨드랑이 사이로 꽃자루를 드리우고 다섯에서 열 두개 정도의 작지만 많은 꽃을 피워낸다.

그 꽃의 빛깔이 흰색에 노랑과 녹색을 조금씩 섞어 놓은 흔하지 않은 색이어서 더욱 신선하다. 아무리 작은 꽃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꽃이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다. 오리 주둥이처럼 삐죽이 튀어나온 한 개의 암술을 가운데 두고 네 개의 수술이 사방으로 달리고 그 사이 사이로 앙증스런 꽃잎이 역시 네 장씩 마주 달린다. 꽃밥의 색만은 진노랑색이다.

가을이면 달리는 열매는 매우 특색이 있어 사철나무가 상록수라는 사실 만큼 유명하다. 둥글기도 모나기도 한 불그스름한 열매가 제대로 익으면 열매의 껍질이 네 개로 갈라지고 그 사이로 맑고 밝은 주황색의 옷을 입은 종자가 나온다. 벌어진 틈으로 매어 달린 이 종자의 모습이 녹색의 잎새와 잘 어울려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새들도 좋아할 듯 싶다. 어린 시절 호기심이 발동하여 그 붉은 종자를 따서 옷을 벗겨 보면 드러나던 하얀색 속살이 지금도 기억에 선연하다.

사철나무의 껍질을 한방에서는 이뇨 강장제로 쓴다. 사철나무의 중국식 이름을 우리나라에서나 일본에서나 두중 또는 동청으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바로 한방에서 이용하다 생긴 오해이다. 지방에 따라서는 사철나무를 겨우살이나무, 무룬나무, 개동굴나무, 동청 등으로 부른다. 서양에서는 에버그린 스핀들 트리라 한다. 사철나무의 줄기가 아주 질겨 이 껍질을 벗겨 꼬아 튼실한 줄을 만들기도 했다.

늘 푸르러 막상 언제든 눈 여겨 보지 않는 사철나무. 이 나무를 새롭게 만날 수 있는 겨울이길 바란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g.or.kr


입력시간 : 2003-11-2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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