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일본문화의 숨겨진 본질 찾기



■ 맨 눈으로 보는 일본- 과거와 현재를 잇는 키워드 77
황영식 지음/모티브 펴냄.

‘일본’이라면 우리나라에서도 돈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Made in Japan’이 전 세계를 석권할 때 였다. 학계 뿐 아니라 대중적인 일본 연구 움직임도 꽤 활발했다. 당연히 일본 관련 책도 많이 나왔다. 그게 90년대 초반, 경제의 거품이 빠지면서 일본이 주저앉는 것과 함께 급속하게 사그러들었다.

이 책은 이제는 매력을 상당 부분 잃어버린 -적어도 우리 대중들에게는- 일본에 대한 연구서다. 왜 ‘돈 안되는’일본이냐고? 일본이 우리와 이웃하고 있는 나라인 한, 또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 여전히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한 다양한 수준의 폭넓은 일본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은이가 믿고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가 일본을 바라보는 틀은 바로 ‘키워드’다. 언어는 정신을 담는 그릇이요, 한 나라의 역사적 문화적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 중의 하나가 언어인 까닭이다. 지은이는 기모노, 오차, 라멘, 스모, 가부키, 엔카, 야쿠자, 세키군(赤軍派),야스쿠니진자(靖國神社), 벤토, 스시, 사쿠라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일본 키워드 77개의 역사적 배경과 현재적 의미를 살핀다. 그리고 일본 문화의 드러난 현상 이면에 숨겨진 본질을 찾아 나선다.

세키군에서는 한때 일본을 뒤흔들었던 적군파의 여제 시게노부 후사코가 검거되는 장면과 사회적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현재 일본 사회의 모습을 대비함으로써 1960년대 치열하게 불타올랐던 일본 공산주의 운동이 역사 속으로 묻혀 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 야스쿠니진자 부분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야스쿠니진자가 한 역할, 전후 과거 청산을 하지 않아 한일, 중일간의 갈등이 여전히 남게 된 과정을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풀어낸다.

지은이는 도쿄 특파원 등으로 6년 이상을 일본에서 지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여러 사건들을 접했다. 여기에다 지은이는 팩트를 중시하는 저널리스트. 그 덕택에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은 굉장히 객관적이다. 지은이는 일본의 사상(事象)을 현재의 우리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바라보지도, 무리하게 해석하지도 않는다. 또 일제 식민지 지배라는 트라우마에 짓눌려 있지도 않다. 일본에 대해 막연한 고정 관념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는 아주 유익한 일본 연구서가 되는 셈이다.

이 책은 지은이가 2000년 4월부터 2002년 2월까지 주간한국에 연재한 내용들을 간추린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세상이니 만큼 혹 추가해야 할 새로운 키워드가 생겼을 가능성은 있지만, 적어도 여기에 담긴 77개의 키워드는 여전히 현재성을 지니고 있다.

최성욱 기자


입력시간 : 2003-12-03 10:41


최성욱 기자 feel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