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치매, 예방할 수 있다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면서 한 손으로는 열심히 주머니를 뒤진다. “내 휴대폰을 어디다 뒀는지 모르겠네….” TV 리모콘을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는 둥, 가스 레인지에 국거리를 올려놓고 외출 나갔다 불이 날 뻔했다는 둥, 이 정도라면 건망증이 꽤 심각한 편이다. 혹 이런 것이 발전하여 치매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건망증은 단기 기억 장애 혹은 일시적인 뇌의 검색능력 장애로 뇌세포의 손상에 따른 치매와는 다르다. 건망증에서는 기억해야 할 내용이 저장은 되어 있으나 필요할 때 적재적소에서 꺼내 쓰지 못하는데 반해 치매의 경우는 기억해야 할 내용이 머리에 입력조차 되지 않는 수가 많다.

그래서 건망증이 있는 사람은 그 내용을 다른 사람이 일러주면 “아 참, 그랬지”라고 하면서 상기를 해내는 반면 치매환자의 경우 전혀 모르고 있는 수가 많고 때로는 엉뚱한 내용으로 잘못 기억하고 있는 수도 있다. 치매의 증상은 알게 모르게 가까이 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스스로나 주위에서나 간과하기 쉽다.

현대인의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치매환자도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노인 10명 가운데 1명이 치매환자이며, 80세 이상 노인의 경우엔 여자는 5명 중 2명, 남자는 5명 가운데 1명이 치매로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

치매 중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뇌의 판단, 기억, 언어기능을 지배하는 부분이 손상된 병을 말한다. 이 병은 서서히 발생하고, 천천히 나빠지는데 현재로서는 정확한 원인을 모르므로 치유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도 없는 실정이다. 혈관성 치매는 고혈압, 당뇨, 동맥경화, 심장질환, 고지혈증 등 뇌졸중의 위험 인자를 지닌 환자들에게 있어서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고 지내는 경우 나타나기 쉽다.

한의학에서는 ‘매병’이라고 하여 마치 바보처럼 말이 없으며, 몇 끼를 굶고도 태연하게 지내기도 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모든 의욕이 떨어지고, 심성(心性)이 미치광이처럼 난폭하지 않은 것이 매병이라고 하였다. 연령에 대한 언급은 없어서 정확한 분류는 어려우나 노년기 치매나 기질성 정신장애 등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치매가 되는 원인으로 몇 가지를 들고 있는데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진행하는 만성 질환이므로 병을 만드는 원인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비정상적인 체액인 담음(痰飮)이 정체되어 오는 것으로 본다. 술과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혈액 순환에 영향을 미쳐 뇌의 순환에 지장을 초래하게 되며, 오래 지속되는 소화기병도 역시 영향을 미친다.

정서적인 문제와도 관련이 있는데 심한 감정 변화와 같은 스트레스가 장기간 지속되면 내부에 응어리가 울결되어 직 간접적으로 순환에 장애를 초래하게 된다. 자기 뜻을 펴지 못하는 욕구 불만이나 분노에서 울분이 생겨 매병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거꾸로 말하면 평소의 식습관을 고치고 기분 좋은 생각과 적당한 지적ㆍ육체적 활동 등으로 뇌의 순환을 촉진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사용하라, 그렇지 않으면 잃어버릴 것이다.” 이것이 치매 예방 경구이다.

치매는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면 뇌가 아직 손상을 입지 않았기 때문에 본인도 사람답게 살고 일상생활이나 가정생활을 하는데 커다란 불편이 없을 만큼 치료가 가능하다. 노인 분들은 난청과 시력장애가 치매로 오인 받게 할 수도 있으므로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한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병원장


입력시간 : 2003-12-03 11:00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