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열풍, 가족싸움, 자질시비 등으로 얼룩진 연예계

그만 해라, 고마 해라, 그만 하랑께…
누드열풍, 가족싸움, 자질시비 등으로 얼룩진 연예계

서울에선 “그만 해라”, 전라도에선 “그만 하랑께”, 경상도에선 “고마 해라”는 소리가 들린다. 국회와 청와대의 지긋지긋한 소모적인 싸움과 기업과 정치권은 검은 거래를 향해 그만 하라는 소리도 있다.

또 하나, 연예계를 향해서도 이런 외침이 터져 나온다. 연예인 부부였던 사람들의 지리한 폭로전과 법정 싸움, 그리고 선정성으로 무장한 끝이 없는 연예인 누드 열풍, 그리고 일부 언론의 고현정에 대한 추측 기사와 노래 언급 없는 이효리의 섹시 보도 등에 대해 “그만”이라는 소리가 여기 저기에서 들린다.

먼저 펄시스터즈 출신으로 최원석 전 동아그룹회장의 전부인 배인순씨와 그가 쓴 책에 대한 이야기. 배씨는 최근 펴낸 ‘30년 만에 부르는 커피 한잔’으로 단숨에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최 전 회장의 엽기(?)에 가까운 애정 행각에 대한 내용을 폭로한 때문.

재벌과 연예인의 숨겨졌던 결혼 생활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의 증폭으로 이 책은 엄청나게 팔려나갔고, 각종 대중 매체와 인터넷 사이트들도 앞다투어 이를 다루었다.


'커피한잔' 놓고 이전 투구

시간이 다소 지나면서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배씨의 아들 은혁씨가 한 스포츠지와의 인터뷰와 공개 편지를 통해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좋은 남편이 아니었을지 몰라도 둘도 없는 아버지”였으며 “(책에서 묘사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어머니에게 자제를 당부했다.

곧이어 책이 나온 이후 침묵으로 일관하던 최 전 회장이 서울지법에 “배씨의 기사 내용도 허위이거나 과장됐으며 책 내용도 공익과 전혀 무관하다”며 책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에 대해 배씨는 “아들이 그런 편지를 썼다고 믿지 않는다”며 편지 배후설을 주장한 뒤 책 내용이 진실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확고히 밝혔다. 이내 끝날 것 같았던 ‘30년 만에 부르는 커피 한잔’선풍은 이제 이전투구(泥田鬪狗) 가족 싸움의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여기에 못지 않은 것이 스타 부부였던 최진실과 조성민의 지리한 공방과 법정 소송이다. 조성민과 최진실의 결별이 공개되면서 양측의 서로에 대한 법정소송과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 소송과 비판은 돈과 여자, 그리고 이혼에 대한 관련 사항 등이 주류를 이룬다.

이 두 사람은 이혼 전 방송 등에 수시로 나와 넘치는 부부 사랑을 자랑하곤 했었다. 그랬던 사람들이 이제는 서로에 대한 비난을 하고 있으니 대중들은 당혹해 할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그만 해라”가 향하는 곳이 연예인들의 누드 상품화 열풍이다. 성현아에서부터 촉발된 연예인 누드 상품화 열풍은 권민중, 김완선, 이혜영, 이지현, 함소원에 이르기까지 올 한해 내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예술이냐 외설이냐 논쟁은 간데 없고 ‘운동 누드’ ‘듀엣 누드’ 등 그 동안 들어보지도 못한 해괴망측한 용어들이 등장했다.


외설시비 속 너도나도 누드촬영

누드작품을 상품화 한 연예인들의 입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나오는 말이 “누드는 예술이고 예술 작품으로서 누드 작업에 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중 연예인의 누드 사진을 예술 작품으로 평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누드 예술을 그렇게 열망한 사람들이라면 왜 그 동안 순수 예술을 하는 화가들의 누드 모델로 나서지 않았느냐”는 누드 모델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의 항변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이제 상당수 대중들은 연예인들의 누드 작업에 대해 돈벌이 이상의 의미를 부여 하지 않는다. 인터넷 각종 사이트에는 “연예인들이여! 돈을 벌기 위해 이제 그만 옷을 벗어라”라는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연예계에는 ‘그만 해라’는 소리를 듣는 데가 또 있다. 음악 소비자 최후의 방어 진지를 표방한 음악 사이트 ‘켐알넷’이다. 지금 이 사이트는 ‘2003년 최악의 딴따라 워스트 어워드’ 선정을 위한 네티즌 투표를 실시하고 있으며 추천 후보와 그 이유를 게재했다.

이 사이트에선 “2003년 유난히도 야하게 반나(半裸)의 의상에 허리를 요란하게 흔들어대는 여자 가수들이 많았다”며 올 한해 여가수의 현상을 설명한 뒤 최악의 가수 후보에 이효리, 채소연, 채연 등을 올려놓았다. 이 부분에 많은 수의 네티즌들이 호응하고 있다. 가창력이나 노래로 승부하기 보다는 더 야하고 더 섹시한 분위기만을 가지고 승부 하려는 가수들에 ‘그만 해라’ 라는 소리가 여기 저기서 나온다.

켐알넷은 이효리에 대해 “2003년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음. 스포츠 신문은 매일 매일 그녀의 기사를 쏟아내다 못해 토해내고 있음. 이효리가 나오는 부분만 제외시키면 훌륭한 앨범임”, 또한 채연에 대해 “주구장창 섹시한 춤으로 관객을 압도하려하나 압도당하지 않는 것이 문제임”, 그리고 채소연에 대해 “육탄공격 여가수의 화룡점정(畵龍點睛). 더 이상 벗어제낄 수도 없고 더 이상 상업적일 수 없음”이라고 독설을 퍼붓고 있다.


'아니면 말고'식 추측기사 봇물

연예계를 다루는 대중매체를 향해서도 “그만 해라”라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에 터진 고현정 이혼에 대한 일부 신문과 방송의 보도에 대해서는 이제 그만 하라는 독자와 시청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수많은 신문과 방송 중에서 이혼 당사자인 고현정을 만난 매체는 한군데도 없다. 하지만 고현정에 대한 기사와 보도는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상당수가 사실보다는 추측성 내용이다. 정확한 보도가 생명인 언론매체의 본분을 잃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무분별한 고현정 추측 기사와 뉴스를 중단하라는 독자와 시청자의 요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스타는 늘 대중의 관심의 초점에 놓여 있다. 그래서 대중매체는 스타에 대해 끊임없는 보도를 쏟아낸다.

하지만 이효리의 보도처럼 스타에 대한 발전적 비판이 거세된 일방의 보도는 연예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또 고현정의 보도처럼 사실을 기초로 하지 않는 것은 더욱 큰 문제를 야기한다.

연예문화는 이제 일반인들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기에 연예문화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의 일거수 일투족은 대중들의 의식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대중들은 이들과 자신을 동일시하거나, 이들을 통해 위안을 얻기도 하고 대리만족을 하기도 한다.

당연히 스타나 연예 문화가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를 때에는 대중의 정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올 한해 ‘그만 해라’소리를 듣는 연예 현상의 당사자나 스타들은 이제 그 이유를 숙고해야 하고 개선을 하려는 노력을 몸으로 보여줘야 한다. 시기가 늦으면 존재 기반인 대중들은 차갑게 고개를 돌린다. 그러면 스타들은 곧바로 나락으로 추락한다. 이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입력시간 : 2003-12-10 18:49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