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산책] 삶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찾기 外



■ 극단 우리극장 모노드라마 <미망인>

세계적이라고 추앙 받는 작가의 묘지를 요양소에 있던 그의 부인이 찾았다. 위대한 작가라는 명성에 걸맞는 동상도 있는 묘지다. 그런데 그 여자, 들고 있던 양산으로 동상을 냅다 후려치는데…. 극단 우리극장의 모노드라마 '미망인'은 살며 사랑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어디 있는지를 묻는다.

죽이고 싶을만큼 남편이 미울 때,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는가? 이 연극은 자기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고 훌쩍 떠난 남편에 대한 저주와 원망이 줄거리다. 주저리주저리 쏟아져 나오는 모든 이야기는 그녀의 독백이다.

그녀가 남편에게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는 갖가지 풍경들이 넋두리처럼 쏟아져 나온다. 연극은 그녀가 한풀이 같은 넋두리를 쏟아내다 결국 과거와, 또 남편과 화해하기까지의 심리적 궤적을 면밀하게 추적한다. 이 연극은 그러므로 내면의 연극이다. 모노드라마라는 형식이 갖는 장점이 선명하게 부각된다.

무대를 이끌어 갈 배우 성병숙은 '엘리펀트맨', '에쿠우스', '돼지와 오토바이' '아름다운 거리'등 화제작에서 개성적인 조연으로 두루 인정 받은 사람이다. 이밖에 '젊음의 행진', '통일열차'등 KBS TV와 같은 방송의 라디오 드라마에서도 선명한 연기로 주목받아 왔던 터다.

특히 '허난설현', '이혼의 조건' 등의 무대에서는 한층 성숙된 연기를 펼쳐 본격 무대에의 아쉬움을 남겨 오던 터였다. 연습실을 달군 그녀의 변신이 특히나 기대되는 무대다.

이 작은 무대는 대형 뮤지컬들만이 사람들의 시야를 가리는 현재 우리 연극 무대에 대한 항거다. 따지자면 줄거리가 복잡한 것도 아니고, 볼거리가 많은 것도 아니다. "더 많은 볼거리와 들을거리 속에 빈약해져 가는 우리 연극에 던지는 질문"이라고 극단 대표이자 단국대 교수인 이재진은 말한다. 이번 연극에서는 원작자이기도 하다.

극단 우리극장는 중후한 독일 연극을 소개한다는 기치로 1979년 닻을 올린 독특한 단체다. 브레히트와 베데킨트 등 연극사 책에서만 접해 오던 독일 극작가들의 작품을 무대화해 내는 데 힘을 기울였다. 크지 않은 이 극단의 시대의 풍랑을 버텨내 온 것은 1967년에 빛을 본 극단 프라이에 뷔네의 맥을 그대로 잇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기인한다.

사랑에 눈 멀어 자신의 모든 꿈을 버리고 한 남자의 아내가 되기까지, 사랑을 배반한 남편을 향해 품었던 깜찍한 살인 계획 등의 이야기도 맛을 더 한다. 김종성 연출. 12월 3일까지 바탕골소극장. (02)762-0810.

■ 뮤지컬
21세기 스쿠루지 영감 만나기

올해도 크리스마스 캐롤은 어김없이 울린다. 서울 예술단의 뮤지컬 '크리스마스 캐롤'은 구두쇠 스쿠루지 영감의 이야기를 한차원 높여 이시대의 눈높이에 맞춘 작품이다. 체코에서 의상디자이너와 작곡가가 건너와 무대에 공을 들여다. 19세기 영국 도시의 연말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해 체코 등 유럽에서 전통의상을 디자인, 수송해 온 점이 가장 눈에 띈다. 무대 차임벨 음악속에서 미술팀이 펼칠 거리는 사실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이다. 전통 캐럴 등을 근거로 작곡한 49여곡의 배경 음악이 과거, 현재, 미래로의 시간 여행을 즐겁게 한다. 12월12~18일 예술의 극장 토월극장 1588-7890.

■ 클래식
카리타스 앙상블 송년의 밤

자선음악회에 주력해온 카리타스 앙상블이 송년연주회를 갖는다. 라흐머니노프의 '소나타 2번', 김효근의 '눈',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등 명아리아와 가곡 등을 들려준다. 장애인 봉사 음악회, 인간 배아 복제 반대 음악회 등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일깨워주는 활동으로 주목을 받아 오고 있다. 12월30일 금호아트홀 (02)586-0945

■ 연극
서주희 화제작 <버자이너 모놀로그>

배우 서주희의 신들린 연기력이 무대를 압도하는 '버자이너 모놀로그'가 한해를 아쉬워 한다. 6살 어린 소녀에서 75세의 노파까지 9명의 여성을 통하여 성에 얽힌 갖가지 경험을 아무런 여과 없이 펼쳐준다. "오르가즘", "보지"등의 단어를 써 가며 우리 사회가 드러내 놓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펼쳐 보인다. 서주희의 도발적 연기는 2001년 이래 연극팬들의 화제에서 떠난 적이 없다. 12월24일~2004년1월18일 동숭아트센터 (02)764-8760

■ 무용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27년째 이어지는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이 올해도 관객 점유율 90% 기록에 도전한다. 이원국-윤혜진, 이원철-김주원, 신무섭-홍정민, 손주영-전효정, 장운규-박연정 다섯 커플이 펼쳐내는 왕자-마리 연기가 완성돌르 높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 로비에 장식된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브라스 밴드의 크리스마스 캐롤이 송년의 분위기를 한껏 낸다. 김긍수 감독, 유리 그리가로비치안무. 12월20~27일 1588-7890.

장병욱 차장


입력시간 : 2003-12-11 17:30


장병욱 차장 aj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