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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산책] 고전으로 엿보는 10대의 정서와 웃음



■ 극단 창극단 <춘향이와 몽룡이의 사랑이야기>



국립 창극단이 긴 겨울 방학의 초입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전통적 창극의 이미지를 혁파한 ‘춘향이와 몽룡이의 ♡ 이야기’는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네번째 어린이 창극이다.

물론 ‘춘향전’에 근거한 작품이다. 그러나 장난기 어린 제목이 암시하듯, 이 작품 속에는 요즘 10대의 정서와 웃음의 회로를 파고 드는 요소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어린 국악 스타들이 총출동한다는 사실이 물론 가장 반갑다. 판소리 완창 9시간 20분으로 기네스 북에 오른 김주리(춘향), 인기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가(“오나라 오나라~”)를 부른 백보현(춘향), 왕기철 명창의 딸로 아버지의 대를 잇는 왕윤정(몽룡) 등이 함께 만드는 무대다.

15세의 춘향과 사귀고 싶어 당당히 월매의 허락을 받으러 온 16세 소년 몽룡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는 무대다. 이 무대는 그들 10대 사춘기의 관심과 고민의 절대치가 바로 성에 있다는 사실을 정면에서 바라본다. 달거리(月經)와 몽정(夢精) 등 정상적 성징에 대해서 멋들어진 자진모리 장단을 배경으로 시원 시원 설명해 준다.‘아우성’ 소장 구성애의 자문으로 짜여진 대본은 극의 신뢰도를 높여 주는 결정적 힘이다.

주제적 파격에 다양한 볼거리가 붙어 재미 더 한다. 희랍극에서 근거한 코러스가 그 요체. 탈을 쓰고 춤과 노래를 선보이다, 씨름 그네타기 등 옛 놀이를 적절히 구사하기도 한다. 기생이 돼 팥쥐나 세일러문 등을 연기해 분위기를 고조시키다가도, 이 메일이나 화이트데이 사탕바구니 등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록으로 거듭난 ‘사랑가’도 별미.

이번 작품은 유태평양, 송나경 등 어린이 판소리 스타를 낳으며 4년째 이어 오는 어린이 창극이 왜 무한한 가능성의 분야인 지를 새삼 확인케 할 계기다. 2002년 제 12회 서울어린이 연극상 등을 석권하다 2003년 일본 도쿄로 초청 공연돼 화제를 더 하는 등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새 장르의 미래를 가늠케 한다는 의지가 빛나는 작품이다.

그러나 단순히 잔재미만을 탐닉하지 않겠다고 국립창극단은 선을 그었다. 순수하고 개끗한 사랑을 통해 믿음과 기다림 등 사랑에 관한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진리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램이다. 방은미 연출, 안숙선 예술감독, 김주리 왕윤정 민현경 남상일 등 출연. 특수분장 전문가 김진숙 분장, 국립창극단 기악부 반주. 12월 27~2004년 1월 25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 1588-7890

>> 연극
'죽도록 행복한 사나이' 만나기



어느 신기의 사나이가 ‘죽도록 행복한 사나이’를 연기하다. 여기서 신기란 세 가지 뜻이다. 매우 뛰어난 기량(神技), 신비롭고 이상한 기운(神氣), 인간 활동력의 근원(腎氣) 등. 여하튼 대단한 인간이다. 이 인간이 그려 내는 마술과도 같은 연극이 ‘죽도록…’다. 욕조 속에 있던 남자가 손발에 쇠사슬을 채우면 물이 쏟아 지고 한참 뒤 그는 자물쇠를 풀고 물에서 뛰쳐 나온다. 익히 보던 탈출 마술처럼 이 극은 시작한다. 나와서도 마술을 보여주며 주절대던 이 남자는 마지막으로 위험한 마술의 준비를 마쳐 놓고 또 욕조속으로 들어 간다. 이영선 작, 오경택 연출, 오용 등 출연. 12월 24~2004년 1월 4일 정미소 (02)762-0010


'우리시대 자본가의 얼굴' 들추기



서사극의 모델로 꼽히는 브레히트의 ‘사천의 착한 여자’가 ‘서울의 착한 여자’로 각색ㆍ상연된다. 착한 사람을 찾으러 전쟁후의 서울로 내려온 삼신(三神)이 자신들을 재워 준 창녀 순이에게 복을 내려 사장으로 거듭나게 한다는 도입부가 원작을 닮았다. 이후 순이가 냉혹한 세상에 버림 받고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 사람들을 괴롭히는 모습은 우리 시대 자본가들의 행태를 돌아다 보게 한다. 양정웅 각색 연출, 정해균 등 출연. 12월 23~2004년 1월 18일까지 (02)762-0810

>> 전시
한국 현대사를 담은 '최민화전'



한국의 현대사를 독특한 시각으로 형상화해 온 작가 최민화가 ‘최민화전’을 갖는다. 민중의 삶을 역사적 시공속으로 밀어 넣어 대담한 필체로 표현해 온 그는 대중 취향의 브로마이드 같은 특유의 화풍이 역사를 새롭게 보게 한다. 불끈 쥔 주篤?화염병을 든 인물의 그림에 ‘꽃병을 들며’라는 제목을 붙이는 식의 그림들에서 지난 시대를 버티게 했던 힘은 과연 무엇이었나를 되돌아 본다. 12월 23일까지 대안공간 풀 (02)735-4805


불 속에서 재탄생된 자연의 멋



섬세하게 켜켜이 형상화 돼 있는 자연물을 연상케 하는 도예작들을 선보여 온 도예가 정희성씨가 ‘제 1회 정희성 도예전’을 펼친다. 여류다운 정밀하고 따스한 시선이 작품 곳곳에 스며 있다. 12월 17~23일까지 한국공예문화진흥원 별관 전시장 (02)733-9040

>>콘서트
송년의 밤 수 놓을 오케스트라



서울필하모니오케스트라는 대중적 레퍼터리로 ‘2003, 송년 음악회’를 펼친다. 비제의 ‘카르멘 환상곡’, 번스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 12월 20일 오후 7시 30분 잠실 올림픽홀 (02)6002-6290



장병욱 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 2003-12-1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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