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온열치료법 '뜸'


뜸을 양생구(養生灸) 또는 강장구(强壯灸)라고도 하는데, 평소 일정한 부위에 지속적으로 뜸을 떠 줌으로써 질병을 예방하고, 기력을 기르며,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 뜸은 뜨거운 불을 이용한 온열치료이므로 인체에 내장된 면역기능을 활성화시키고, 혈관을 확장시켜 순환을 촉진시키는 기능이 있다.

뜸의 한자인 ‘구(灸)’를 풀이하면 久(오랠 구)와 火(불화)가 합쳐진 단어이다. 이는 불씨가 천천히 오래 동안 탄다는 의미이다. 평소에 “밥에 뜸 들인다” “뜸 들이지 말고” 등의 말을 하는데 이렇듯 천천히 뜨겁게 해서 병을 고치는 온열치료법이다.

뜸의 역사는 불을 사용하면서 시작되어 이미 2천년이 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의학적의 원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는 “오장이 차가우면 병이 생기니 마땅히 뜸으로 치료한다” “뜸을 뜨면 밥을 잘 먹고 살이 찐다”고 하였고, 당나라 때 손사막(孫思邈)은 “몸 위에 항상 2,3군데 뜸을 뜨면 풍토병이나 전염병에 감염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조선시대의 서신을 전하는 전령은 족삼리혈에 항시 뜸을 떠서 다리의 힘을 키웠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기도 한다.

뜸은 일반적으로 쑥으로 만든다. 쑥은 한방명으로 애엽(艾葉)이라고 하는데 맛이 쓰고 매우며, 양(陽)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양기(陽氣)를 회복시키고 모든 경맥(經脈)을 통하게 한다. 약으로 쓰는 쑥은 음력 3~5월 사이에 신선한 쑥을 채취하여 햇볕에 말리고 여러 번 채로 쳐서 줄기와 불순물을 제거하여 미세한 섬유질만 골라서 쓴다. 좋은 품질일수록 잘 뭉쳐지고 오래 타며, 뜸 후에 생기는 화상이 덧나지 않고 잘 아문다. 쑥을 약으로 먹을 수도 있고 그 쑥으로 뜸을 뜨면, 그 열은 온화하고 힘은 매우 세다.

이렇게 본래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쑥으로 불을 붙여서 자극하므로 뜸을 뜨게 되면 전체적으로 몸에 양기를 공급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만성적인 한증(寒症)이나 허(虛)한 경우에 뜸을 많이 뜨지만 실(實)한 병에는 나쁜 기운이 밖으로 나가게 하고 맺혀 있던 열기를 끌어내어 바깥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효능이 있다. 그러므로 한열허실(寒熱虛實)의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다.

뜸에는 직접뜸과 간접뜸이 있는데 직접뜸은 말 그대로 말린 쑥을 적당한 크기로 만들어 해당 경혈(經穴)위에 놓고 태워서 그 열기를 직접 자극하는 방법이다. 간접뜸은 피부 위에 직접 놓지 않고 생강, 마늘 등을 얇게 잘라 놓고 그 위에 쑥을 뭉쳐 놓고 태우는 것을 말한다. 전통적으로 직접뜸은 물집이 생겨서 상처가 나게 하여 온열감이 속으로 깊이 침투하게 하였으나 최근에는 미용상의 문제로 상처가 나지 않게 하는 뜸법이나 간접뜸을 많이 사용한다.

뜸을 세는 단위는 장(壯)이라고 하는데 뜸 하나에 한 사람의 힘이 들어있다고 하여 붙여졌다. 장수는 대개 3장부터 시작하여 3, 5, 7, 9장씩 홀수로 증가한다. 홀수는 양(陽)의 수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급성병과 강건한 체질에는 뜸의 크기를 크게 하고 장수를 많이 하는 것이 좋고, 만성병과 허약한 체질에는 작게 한다. 얼굴이나 머리, 가슴에는 뜸을 크게 하거나 많이 뜨는 것은 좋지 않고 사지말단의 피부가 얇은 부위도 뜸의 크기가 작아야 한다. 허리나 배처럼 피부가 두껍고 지방층이 깊은 곳은 뜸의 크기가 크고 장수도 많아야 한다. 뜸을 뜨지 말아야 할 곳은 임신부의 하복부, 관절이나 손바닥처럼 주름진 부위, 혈관부위, 신경이 피부 가까이 있는 곳, 감각장애가 있는 곳 등이다.

뜸을 뜨면서 주의해야 할 것이 있는데 뜸을 뜨기 전과 후에는 너무 배고프거나 배부르지 않게 하고 술과 차가운 음식도 피한다. 뜸을 뜬 후에는 돼지고기, 생선, 면 종류를 피해야 하며 뜸을 뜰 때는 마음을 안정하여 일체의 근심, 걱정이 없어야 하고 성내거나 꾸짖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뜸자리는 항상 청결하게 해서 해로운 균에 감염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뜸 치료도 간단해 보이지만 중요한 치료법인데도 불구하고 최근 개인들이 마구잡이로 배워 남들에게 잘못된 치료를 해주는 경우가 많아 문제다.

입력시간 : 2004-01-1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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